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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역 부처의 말 - 2500년 동안 사랑받은
코이케 류노스케 지음, 박재현 옮김 / 포레스트북스 / 2024년 5월
평점 :
우리의 삶에서 제도권 종교가 무색해지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종교란 무엇인가? 한자어를 문자 그대로 번역하면 '최고의 가르침'이라고 번역할 수 있지만, 오늘날에도 이 문자 그대로의 의미에 대해서 긍정할 수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종교인들이야 자신의 종교를 긍정할 수 있다지만, 비종교인들에게 더이상 종교의 이름으로 제시하는 많은 것들이 의미를 가져다줄 수 있을까?
종교의 기능은 여러가지가 있다. 예를 들면 긍정적인 면은, 자신과 타인에 대해서 사랑을 실천하거나 자비를 펼치게 한다. 그러나 부정적으로는 종교에 담긴 형이상학적인 주제들을 이용해서, 사후나 미지에 대상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빌미로 장사를 하는 몇몇 경우도 있다. 그리고 자신들만의 게토 안에서 집단의 이익을 추구하고, 오늘날 상식적으로 받아들이는 내용들을 거부하는 경우도 있어서 마찰을 일으키기도 한다. 문제는 이것만이 아니다. '바쁘다'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현대인들에게 자신들만의 언어나 종교학적인 수사어를 들먹이면 누가 그것에 귀기울일 수 있을까? 불교 만이 아니라 많은 종교집단이 고민해야할 문제다. 종교는 사람들에게 어떤 모습으로 다가가야할까? 미래엔 종교가 어떤 모습으로 진화해야 명맥을 유지할 수 있을까?
이 책은 오늘날 종교의 영향력이 사라져가는 현실에서 하나의 대안을 제시한다. 바로 불교라는 특정 종교의 언어가 아니라 현대인의 일상 언어로, 현대인들의 삶에서 들을 수 있는 이야기를 전달한다. 이미 시중에는 지쳐있다는 사람들을 위로하는 책이나 자기계발서가 많이 나와있지만, 이 책은 부처가 수행을 통해서 깨닫고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었던 내용에 집중하고 있다. 종교적 판타지나 신화적인 세계관 속에서 펼쳐지는 스토리가 아니라 현실이라는 공간에서 지혜를 추구했던 인간 붓다가 전했던 이야기들을 펼쳐놓은 책이다.
이 책은 순서대로 읽지 않아도 된다. 마음가는대로 어딘가부터 펼쳐 읽어도 되고, 자신이 읽고 싶은 챕터의 주제를 찾아서 그냥 읽으면 된다. 교학적이거나 수사적인 문구로 사람을 현혹하지 않고 담백한 언어로 현실을 직시하게 만든다. 이 책이 전달하는 가장 큰 매력이다. 책을 읽다보면 자연스럽게 부처가 추구했던 삶이 무엇인지 그가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었는지 자연스럽게 알 수 있다. 불교에 관심있는 사람이나 교양서적으로 읽기에도 부족함이 없다. 굳이 종교라는 틀을 씌우지 않고도, 다른 종교를 가진 사람이라도 충분히 읽어갈 수 있는 책이다.
제도권 종교는 매력을 잃어가는 시대다. 인간의 막연한 두려움이 더이상 종교라는 형태를 의지하지 않아도 될만한 지식과 사회보장제도들이 생겨나고 자리잡는 시대 속에 우리는 살고 있다. 그럼에도 인간은 완전한 존재가 아니기에 항상 지혜가 필요하다. 제도권 종교가 가진 권위나 껍데기는 허물어지더라도, 그 속에 담고 있는 진짜 가치, 지혜, 자비와 사랑의 언행은 인류가 존속하는 한 계속해서 필요할 것이다. 기존의 딱딱한 종교의 틀이 아니라 누구나 접하고 공감할 수 있는 한 사람의 이야기로서, 부처가 전하고자 한 지혜를 만나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책을 펼치자. 지혜자의 음성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책과콩나무에서 제공하는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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