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교도 미술 - 신과 여신, 자연을 숭배하는 자들을 위한 시각 자료집
이선 도일 화이트 지음, 서경주 옮김 / 미술문화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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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언어 속의 단어는 상대적인 개념을 가지고 있습니다. '존재하는 것'을 지칭하는 많은 단어들의 기표는 달라도 기의는 동일하게 '존재하지 않는 것'을 염두하고 있죠. '이교도'라는 단어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세계사 시간에 접한 '종교개혁'은 말 그대로 모든 혹은 많은 종교가 아니라 기독교의 흐름 속에서 구교와 결별한 신교의 탄생을 알리는 사건이었죠. 이렇게 서양 종교와 정신 문화의 커다란 핵심으로 자리잡았던 기독교 덕분에 기독교를 제외한 많은 종교와 신앙인 그리고 그에서 파생된 문화들은 '이교', '이교도', '이교도적인'으로 불리며 기독교와는 다른, 때로는 지배 문화에서 빗겨나간 경멸적인 대상을 지칭하는 의미로 사용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모든 문화나 종교, 신앙은 그 나름대의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기독교 근본주의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파괴되고 은폐되었던 '이교도'의 미술을 살펴봄으로써 우리는 인간의 정신과 예술이 어떻게 다양한 사상과 종교 속에서 아름답게 꽃피울 수 있었는지를 마주 할 수 있습니다. 유일신 신앙에서 벗어나서 남신들과 여신들, 산과 바다 그리고 나무를 신성하게 생각하던 사람들, 부적을 지니고 문신을 몸에 새겨서 영험한 기운을 간직하려 했던 사람들을 통해 투사된 인간의 정신과 그의 반영인 문화, 거기로부터 피어나는 아름다움을 이 책은 잘 소개하고 있습니다.

일단 책이 아름답습니다. 이 책은 신학서적이나 딱딱한 고대미술 전공시적이 아닌 시각자료집입니다. 하드커버로 만들어진 아름다운 커버를 보면 책에 대한 소장 욕구가 절로 일어납니다. 그리고 세계 전역에 퍼져 있는 다양한 신앙과 그들의 미술 자료를 컬러풀하게 소개함으로써 책장을 넘겨가는 것만으로도 눈이 즐겁습니다. 단순히 그림이나 사진들만 모아둔 책도 아닌 것이, 우리에게 이미 익숙한 신화 뿐만 아니라 생소한 문화권의 신들과 미술도 소개함으로써 인문 교양 역시 쌓아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점은 이 책의 강점입니다. 미술 자료만 구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을텐데, 다채로운 자료와 풍부한 설명이 마음을 끌어당깁니다.

이 책은 서양의 각종 종교 뿐만 아니라 동양의 신화와 종교도 다룸으로써 다양한 이교도의 문화를 엿볼 수 있습니다. 다양한 자료들을 보다보면 이런 생각이 듭니다. 신을 믿고 종교를 만든 우리들 역시 인간이기 때문일까요? '신인동형동정설'이라는 용어가 있습니다. 신을 표현할 때 인간과 같은 모습과 성품을 가진 존재로 묘사하는 것을 표현하는 신학적인 용어인데요, 사실 이것은 기독교에서만 발견되는 것이 아니라 세계 모든 종교와 신앙 형태에서 발견되는 특성입니다. 각 종교와 신앙은 고유의 특징이 분명 있습니다. 동시에 인간의 정신을 통해서 발현되는 것이기에 다름 속에서도 유사한 면들이 많습니다. 각각을 지칭하는 대상이나 이름은 다르지만 천국에 대한 개념, 행위에 대한 응보, 신성시여기는 자연 매체(치유의 매개체로 식물이나 큰 나무로 상징되는), 자연물에 투사된 상징 (예를 들면 태양 빛과 신성의 광휘), 구별된 신성한 장소의 개념 등 너무나도 많은, 유사한 요소들이 우리의 편견과 기표라는 껍질을 벗기면 발견됩니다. 이 책을 통해서 그러한 내용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어서 유익하네요.

종교, 신화에 관심이 있으신 분, 종교적인 미술에 관심있으신 분, 다양하고도 독득한 여러가지 신앙 형태를 확인하고 싶으신 분, 특히 미술적, 예술적 자료와 감각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이 책은 정말 좋은 선물이 될 것입니다. 강추합니다.



-컬처블룸에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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