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나를 어쩌지 못한다면
샘 아크바 지음, 박지혜 옮김 / 한문화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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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이라는 것은 참으로 오묘합니다. 그리고 감정 역시 오묘하죠. 우리가 살아가면서 생각하지 않고 감정도 없이 살 수는 없습니다. 생각과 감정이 있기에 지금껏 생존해올 수 있었고, 더 나아가서 인간답게 살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생각과 감정이 우리 안에서 커지면 때로는 자신을 묶어버립니다. 우리는 마치 감옥에 갇힌 것 처럼 거대한 생각과 망상, 감정의 소용돌이에 휩싸여서 우리를 갉아먹거나 괴롭힙니다. 지나치면 몸과 마음의 건강을 해치는 수준으로도 발전하죠. 나 자신 혹은 내 것이라고 생각하고 살아왔는데 도대체 왜 그럴까요? 나와 생각과 감정은 어떤 관계일까요?

이 책의 저자는 임상심리사입니다. 전쟁 상황과 같은 극한과 삶의 절벽에 마주쳐야했던 많은 사람들을 상대하고 치료하면서 발견하게 된 인간 심리와 또 치료의 과정에서 유용한 기술과 방법들을 풍부하게 가지고 있는 전문가입니다. 그리고 그는 이 책에서 그 방법들을 독자와 공유하고 싶어 합니다.

인간은 진화해왔습니다. 그리고 인간의 뇌 역시 진화의 산물입니다. 우리의 뇌는 외부 세계나 정보를 있는 그대로 처리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진화해온 가장 큰 이유가 있다면 바로 자연과 환경에 대한 적응입니다. 그리고 이를 통해서 생존하려고 노력해왔죠.

재미있게도 현대인의 뇌는 구석기 시대의 조상들과 그리 다르지 않습니다. 수렵과 채집 생활을 했던 구석기 인들의 삶을 생각해볼까요? 그들이 마주쳐야했던 주요한 위협은 바로 사자나 멧돼지와의 대면입니다. 풀숲에서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리면 그것이 무엇인지 천천히 생각하거나 가까이 다가가서 논리적으로 탐구해보려는 사람보다, 심장이 두근거리며 근육이 수축되고 두려움을 느끼면서 전투태세를 갖추거나 재빨리 도망가려는 사람이 살아남을 확률이 높았죠. 우리는 모두 그렇게 살아남은 조상의 자손들입니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구석기 시대 인간들의 삶과 현대인들의 삶은 많이 달라져 있습니다. 뇌는 그 시절에 적응하기 위해 진화했는데, 환경은 진화의 속도에 비해서 더욱 빠르고 급격하게 변화한 것이죠. 그래서 한 때는 생존에 유리했던 신체의 반응과 뇌의 활성이 현대인들에게는 더이상 합리적이지 않을 때가 많아졌습니다. 두려움이라는 감정과 신체의 반응에 주요하게 관여하는 편도체가 과거 구석기 시대의 인간들과는 달리 현대인들은 과활성되어 있는 것이죠. 그들에게 위협이 되었던 사자는 더이상 없습니다. 대신 부모의 잔소리, 입학 시험, 승진, 입상, 성적, 과제 등이 바로 현대인의 위협, 사자가 되어 있습니다. 작은 풀소리 같은 스트레스에도 민감하게 반응했던 구석기인들은 살아남을 확률이 높았지만, 현대인들은 과도한 스트레스를 오히려 관리해야 살아남는 시대를 살아갑니다. 변연계가 활성화되면 생각하는 기능이 약화됩니다. 집중, 깊이 있는 사고, 절제, 자기 통제와 같은 역할을 수행해야할 때 활성화되는 뇌 부위가, 감정적 반응이나 즉각적 행동이 먼저 자신을 지배해버리면 억제되는 것이죠.

저자는 뇌에 대한 기본적인 설명으로부터 시작해서 심리적인 대응법을 설명해갑니다. 좋은 것이 좋은 것이라는 식의 이야기를 펼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주장에 대한 근거가 무엇인지, 하지만 간결한 설명으로 많은 독자들이 쉽게 책을 읽을 수 있도록 배려합니다. 저자가 말하는 주요한 내용은 심리적인 유연성과 스트레스 회복 탄력성입니다. 생각과 나와의 공간을 두는 기술, 그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들, 부정적인 감정을 단순히 밀어내는 것이 아니라 마주하는 법, 감정에 조종당하지 않고 삶의 모든 과정들을 보며 유연해질 수 있는 균형을 찾아가는 것들입니다.

우리는 스트레스가 많은 현대사회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에 적절히 대처할 방법을 제도권 교육에서는 배울 수 없었습니다. 다시 말해서 스스로 찾아가야하는 과제입니다. 하지만 이를 잘 다루고, 자신을 잘 이해하는 길은 모든 성공과 인간관계에서도 빛을 발합니다. 자신을 존중하고 위기나 스트레스를 잘 다룰 줄 아는 사람이 타인에게도 친철할 수 있고 공감할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나를 향해 부정적인 사람도, 부정적인 감정을 계속 만들어 내는 사람도 거리를 유지하며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게 됩니다. 어쩌지 못하는 나의 생각과 감정으로 인해 힘든 시기를 보내는 분이라면 이 책과 함께 유용한 방법들을 찾아가는 건 어떨까요? 이 책을 통해 자신을 존중하고 사랑하는 법을 익혀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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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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