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누군지도 모른 채 마흔이 되었다 - 인생의 중간항로에서 만나는 융 심리학
제임스 홀리스 지음, 김현철 옮김 / 더퀘스트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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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읽고서 다시 앞 장을 뒤적이며 책의 내용을 음미해야 했다. 그리고 다시 읽어보아도 메세지는 분명하다. 나는 이 책을 융의 심리학이 담겨 있는, 인생의 중간항로를 탐험해야하는 이들에게 전하는 지혜서라고 부르고 싶다.



인간은 성장한다. 건강이라는 단어는 정신과 신체를 모두 아우르듯이 성장이라는 단어도 그러하다. 우리는 평생을 자아를 가지고 의식적으로 산다고 생각하지만, 실은 의식적인 수준에서 인지하지 못하는 무의식의 거대한 영향력 속에서 살아간다. 그래서 나를 아는 게 중요하다. '나'는 의식의 영역만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성숙으로 향하기 위해서는 성장하는 동안 외부로 향해왔던 에너지와 관심을 내부로 돌려서 자기 내면의 소리를 들어야 한다. 성장을 위해 자기와의 진솔한 대화가 필요한 시점에 도달하게 된다. 소크라테스도 말했다. '네 안의 다이몬의 목소리를 들으라'고 말이다. 우리 삶을 여정에 비유한다면 중간항로에서는 바로 그것이 필요하다.



성장 시기에는 변화를 맞이하는 지점이 존재한다. 중간항로는 그런 지점이다. 이는 단순히 고정된 나이가 아니다. 인생의 전반부를 외부세계와 자신의 자아와의 관계 형성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자아와 자기Self(의식과 무의식을 아우르는 중심)와의 관계로 나아가야 한다. 전환의 지점, 중간항로에 도달한 인생에 요구되는 변화다.



우리가 살아가는 현대의 물질주의적 문화는 이런 시도를 방해한다. 그래서 현대인의 관심은 성공과 재산과 같은 외적 기준과 척도에 항상 맞춰지기 쉽다. 자신을 외부와 타인의 기준에 맞춰 평가해야하는 시대에서 살아남으려면 자신을 더욱 채찍질해야한다. 내부로 눈길을 돌릴 틈이 생기기 어려운 시대에 갇힌다. 과거에는 신화가 종교가 통과의례가 삶의 전환기마다 사람들에게 로드맵을 제시했다. 애석하게도 신화가 단순한 허구로 전락하고, 신이 죽고, 공동체가 붕괴된 이 시대에서는 그것을 기대하기 어렵다. 그래서 현대인들은 불안과 우울 속에서 방황하고 정신적인 문제로 고통을 호소하기 쉽다.



우리 삶을 생각해보면, 이 시기엔 고통이 찾아온다. 불타오르던 사랑과 내 필요를 채워줄 단짝이라는 환상 속에서 결혼까지 성공한 사람이라도, 이 시기에 도달하면 너덜너덜해질만큼 상처입지 않은 사람은 없다. 그동안 페르소나 뒤에서 성공을 위해 자신을 포기하고 달려온 사람은 허무함과 방황이 찾아오기도 한다. 가끔 뉴스에 누가봐도 번듯하게, 이 사회의 기준으로는 부러워할만한 사회적 지위를 다져온 사람이, 탈선이나 비상식적인 행위로 망신을 당하는 일들이 보도된다.



당사자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이런 방황과 고통은 삶의 목적이 무엇인지, 내가 누구인지 스스로 돌아보게 하는 시간을 만들어 낸다. 어쩌면 자기Self는, 거대한 정신은 이 시간과 고통을 허락함으로써 돌아보지 못했던 자신을 돌아볼 수 있게 한다. 전환점으로 이끈다.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문득 다른 독자들은 이 책을 어떻게 소화했을지 궁금해졌다. 융심리학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책이다. 그리고 관습과 문화와 외부의 척도에 자신을 맞춰서 (결혼, 학력, 승진....)살아온 삶을 진지하게 돌아볼, 깨어남이 필요한 사람이라면 보석 같이 이 책이 느껴지리라. 융의 표현을 빌려 말하자면 '개성화'라는, 자신만의 고유한 길을 찾아가는 사람들, 삶의 방황을 경험하는 이들에게 좋은 선물이 될 것이다.






.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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