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여정

인류의 여정 - 부와 불평등의 기원 그리고 우리의 미래
오데드 갤로어 지음, 장경덕 옮김 / 시공사 / 2023년 2월

약 30만 년 전, 현생 인류가 지구 상에 출현한 이후 어떤 길을 계속해서 걸어 왔을까요? 기술의 발달과 진보를 통해서 우리는 지금까지 보다 나아진 삶을 추구하며 계속해서 살아오고 있지만, 과연 그 길은 행복으로 점철된 길이었나요? 대부분의 시간을 배고픔과 질병과 같은 시련을 견디고 극복해온 인류의 역사를 다양한 방면에서 돌아볼 수 있다면, 우리는 과거에서 길어올린 통찰을 통해서 다음 행로에서 보다 지혜롭게 길을 찾아갈 수 있겠죠?

당연하게도, 인류의 역사를 추적하고 다양한 방면에서 이를 통찰하는 건 꼭 필요한 일이며 우리의 교양과 인문 능력을 높일 수 있는 길입니다. 동시에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에서와 같은, 대중들이 이해할 수 있으면서도 박학다식한 전문성이 담긴 역작을 만나는 건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렇기에 경제학자로서 인류의 과거와 미래를 서술하는 저자의 통찰과 비전이 담겨 있는 이 책은 다시금 감동과 놀라움을 안겨줍니다.

종으로서의 현생 인류의 출현 이후 오랜 시간동안 인간은 생존과 번식을 좇아 살아가는, 기타 동물들과 그리 다르지 않은 삶을 살았습니다. 그러다가 지난 몇 세기 동안 사회, 경제, 문화, 교육, 과학기술 등의 영역에서 급격한 변화를 맞이하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저자는 '맬서스 연대'라고 부를 수 있는 시기에서 어느 순간 일어난 예외적이며 독특한 변화를 포착하고 통찰을 제시합니다. 즉, 성장의 측면에서 정체되어 있었는데 인류사에서 어느 순간 악셀레이터를 밟은 듯이 급속한 전환이 일어난 이유를 추적해가는 것이죠. 그것을 통해서 인류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들, 부의 불평등 문제까지 연결합니다. 성장과 불평등을 다루고자 하는 경제학자다운 관점이 드러나는 부분이자, 이를 통한 방대하고도 근거있는 통찰을 맛볼 수 있다는 점이 바로 이 책의 매력입니다.

이 책은 독자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집니다. 과거로부터 일어난 급격한 변화 그리고 번영과 성장, 그럼에도 오늘날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들, 부의 불평등, 기후 위기와 환경 문제들이 인류의 지속 가능성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생각하게 만듭니다. 부의 쏠림과 불평등이 여전히 존재하고, 인류의 생존에 장애로 작용할 요소들 역시 여전히 존재하지만 그럼에도 저자는 희망을 제시합니다. 저는 저자의 주장과 근거를 접하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와 'fact'라는 화두가 겹치더군요. 인류사에서 문제없는 시기는 없었지만, 어쩌면 우리가 체감하는 상황들은 점점 더 악화되는 것 같지만 그럼에도 계속해서 발전해가고 있다는 사실을 'fact'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 책은 이렇게 인류사 전체를 통찰하고 성장과 불평등의 문제를 접근하는 통합성장이론의 대가 다운 관점이 잘 반영되어 있습니다. 역사나 인문학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취향을 저격할 수 있는, 잘 쓰인 책입니다. 유발 하라리 교수의 책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이 책 역시 매력적으로 다가올 것입니다. 인류의 역사를 조망하고 그 변혁의 순간과 원인을 확인하며 미래에 대한 희망의 근거를 발견하길 원하는 분들께 추천하고 싶네요.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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