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병의 역사 - 흑사병부터 코로나까지 그림과 사진으로 보는
리처드 건더맨 지음, 조정연 옮김, 김명주 감수 / 참돌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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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병은 인류와 함께 해왔습니다. 역사 이전부터, 무엇보다 인간이 집단적으로 모여서 생활하면서 감염병은 더욱 기승을 부릴 수 있었습니다. 미지의 땅과 바다를 개척하고, 국가와 대륙의 경계를 넘어 사람들이 서로 이동하면서, 놀랍고도 혁명적인 일들이 발생했습니다. 그리고 감염병 역시 활기를 얻고 자신의 세력을 떨쳤습니다. 인간으로 인해 삶의 터전을 잃은 야생동물들의 영역이 인간과 겹치기 시작하면서 그들이 품고 있던 질병이 종을 넘어서 새로운 숙주를 찾고 독특한 질병으로 등장하기도 합니다. 인류의 역사는 감염병과 동행한 역사입니다.

저자는 저명한 의사이자 역사가입니다. 역사의 변곡점으로 작용한 전쟁들, 운동들, 시기들엔 감염병이 있었습니다. 마야 문명과 잉카 문명 역시 유럽인들이 전해준 천연두로 인해서 거의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신과 인간의 관계와 의미들을 돌아보게 만든 르네상스와 종교개혁 시기의 배경에는 흑사병이라는 무시무시한 질병이 있었습니다. 농민, 사제를 가리지 않고 찾아오는 고통의 질병은 은총과 신의 보호와 진노, 인간의 삶의 의미를 다시 생각할 수 있게 만들었죠. 인간 역사의 흐름과 방향에 큰 영향을 끼쳤다니 놀랍니다. 그리고 이런 질병들에 대한 치료법 발견과 생물학적 도구들, 미생물의 삶과 전파 경로 역시 잘 소개하고 있어서 생물학에 관심있는 저에게 무척 재미있었습니다.

이 책의 강점은 전문성과 가독성에 있습니다. 생물학이나 의학에 대한 지식을 다룰 때는 특히 용어에 주의해야 합니다. 통용어인 영어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 혼선을 막고 오역을 방지할 수도 있습니다. 비전문적이고 어설픈 번역으로 같은 영단어인데도 사람에 따라 명칭을 다르게 부르거나 다르게 번역하여 혼선을 주는 일들도 종종 있어 왔습니다. 그러나 이 책은 그런 문제를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전문용어들도 깔끔하게 번역하여 정확도를 높이고 있습니다. 그리고 의학과 역사학이라는 까다로운 분야의 지식을 독자들이 먹기 좋게 잘 다듬어서 전달합니다. 용어만으로도 복잡할 수 있고 어려울 수 있는 내용들을 여러가지 역사적 사건과 연결시켜서 쉽고 흥미롭게 전달하고 있습니다. 동시에 생물학적, 의학적 자료들과 발견들을 함께 전달하고 있어서 단순히 전염병과 관련된 역사 이야기 이상의 내용을 담아내고 있습니다. 또한 칼라풀한 세균과 바이러스 사진들, 질병에 대한 다양한 자료들이 함께 담겨 있어서 풍부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가독성도 높이고 있습니다. 생물학도나 의학도가 아니더라도 마이크로 미터 이하의 세계에 사는 미생물들과 바이러스들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재미가 있습니다.

책을 읽고나면 다음과 같은 생각이 찾아옵니다. 우리 인류는 앞으로 전염병에 어떻게 대처할까? 과학과 의학의 발달은 전염병의 완전 퇴치를 이룰 수 있을까? 이견이 있을 순 있지만 저자가 말하는 우리의 미래는 전염병과의 공존입니다. 그들과 함께 공존하면서 계속 번영해가는 방법을 찾는 것이 우리의 숙제입니다. 과거 인류 역사에 등장한 질병에서부터 미래에도 나타날 전염병의 양태까지 생각해볼 수 있게 만드는 의미있는 책입니다. 인류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궁금하다면, 질병과 함께한 역사, 그리고 함께할 인류의 모습이 궁금하다면 이 책을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많은 통찰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컬처블룸에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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