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판본 어린 왕자 (문고판) (금장양장) - 80주년 기념 에디션 더스토리 초판본 시리즈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지음, 김미정 옮김 / 더스토리 / 2022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5학년 쯤, 서재에 꽂힌 아기자기한 책을 우연히 보았다. "어린 왕자" 동화적인 삽화와 서정적인 줄거리에 끌려서 읽기 시작했는데, 지금까지 손꼽을 인생의 명작이 될지는 몰랐다. 그 후로도 생각날 때마다 수차례 어린 왕자를 읽었고 어른이 되어서 다시 이렇게 문고판으로 만날 수 있다니 감격스럽다. 번역도 매끄럽다. 처음 책을 읽었을 때의 감동이 지금도 계속된다.



책 크기는 손이 큰 남자의 한 손 안에 쏙 들어오는 사이즈다. 들고 다니며 읽기에도 좋다. 또한 금장으로 장식되어 있어서 빛이 난다. 어린 왕자의 색깔, 그의 금빛 머리깔처럼 책의 커버와 옆면이 불빛에 반사될 때마다 물결이 일듯이 아름답게 반짝인다. 가격부담도 없고 예뻐서 선물용으로도 충분히 좋겠다.



어린 왕자는 자신이 살던 조그만 별을 떠나온 아이의 여행에 관한 이야기다. 그러나 단순한 여행 이야기라고 하기엔 많은 삶의 교훈이 있다. 불시착하여 사막에 떨어진 화자와 우연히 만나며 대화가 시작된다. 자신이 어떤 존재이며, 어떤 사람들을 만나왔고, 이제는 자신이 떠나온 별과 장미를 그리워하여 다시 떠나기를 바라는 존재임을 고백한다. 어린 왕자가 여행동안 만난 사람들은 어른이 된 우리 삶의 단편들이자 어린 시절의 순수함과 동심과 멀어진 우리의 모습을 상징하기도 한다. 삶에 치여서 우리의 모습을 돌아볼 기회가 없었는데, 제 3자, 어린이의 눈을 통해 그려지는 어른들의 모습은 전형적이며 반복적인 삶을 살아가는 존재다. 나도 원하든 원치않든 그 세계에 발을 붙이고 있게 되었다.



어린 왕자가 떠나 온 조그만 세계에는 사랑하는 장미도 있고, 작은 화산도 있었다. 혹여 바오밥 나무의 씨앗이 날아와 자신의 별에서 자라게 되면 돌아킬 수 없는 일이 생길 수 있기에 항상 경계해야하는 그런 별이었다. 어린이가 품을 수 있는 세계는 그렇게 아기자기하고 자신 만의 의미가 부여되는 세계다. 우리가 어른이 되며 직면해야하는 현실은 이 세계와 다르다. 그리고 우리 안에는 어린 시절 품었던 이 작은 세계가 여전히 살아 있다. 그래서 어린 왕자의 이야기는 우리의 애틋한 향수를 자극한다.

어린 왕자는 여행을 통해서 삶의 가치와 사랑을 배운다. 영원한 어린이를 상징하는 어린 왕자는 타인과의 만남을 통해 성숙으로 가는 관계의 문제, 세상과 조금은 다른 시선으로 의미를 부여하는 가치의 문제, 육체의 죽음을 초월하여 추구하려는 사랑의 문제를 마주하고 받아들인다. 물리적으로 다시 어린아이로 돌아갈 길은 없지만, 어린 왕자가 보여주는 순수함과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의 추구는 우리들의 마음을 정화하고 지친 삶이 찾아가고픈 오아시스를 그리게 한다.



어린 왕자는 어른을 위한 동화다. 어린 시절에 읽을 때도 무척이나 큰 감동을 받았지만, 그 때보다 세상에 더욱 눈을 뜨고, 지식이 많아진 지금 읽더라도 순수함의 감동은 여전하다. 우리의 무의식 안엔 여전히 영원한 어린아이가 살고 있으니까. 더불어 어린 왕자에 담긴 상징과 작가의 심리 역시 읽어볼 수 있게 되니 더욱 의미가 새롭게 다가온다. 이 책을 통해 아이와 함께, 그렇지 않다면 혼자서 다시 어린 왕자를 만날 시간이다.




-컬처블룸에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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