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쿠로스 쾌락

에피쿠로스 쾌락 (그리스어 원전 완역본) ㅣ 현대지성 클래식 47
에피쿠로스 지음, 박문재 옮김 / 현대지성 / 2022년 12월

에피쿠로스는 지금으로부터 약 2300년 전에 살았던 철학자입니다. 약 300권이 넘는 다작 활동을 했다고 하지만 지금 남아있는 건 8권이 전부입니다. '현대지성'에서 그리스어를 완역하여 이를 출간하여 "에피쿠로스 쾌락'으로 탄생했습니다.

아마도 암기식, 주입식 교육으로 인해 가장 많은 오해를 받은 철학자가 있다면 니체와 에피쿠로스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니체는 '신은 죽었다'는 말을 남겼다는 이유로 특정 종교인들에게 마치 마귀인 것처럼 비하되고, 에피쿠로스는 그가 추구한 철학이 '쾌락'으로 번역되는 바람에 방탕 혹은 환락과 같은 이미지와 겹쳐져서 부정적인 이미지를 가지게 되었지요. 이런 현상은 사실 철학자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철학을 대하는 우리의 교육과 사람들의 가벼움, 무지가 낳은 현상일 뿐인데 말이죠.

사실 에피쿠로스는 사실 그가 활동했던 시기에도 경쟁자들, 스토아 학파, 주변인들로부터 공격과 오해를 받았습니다. 소크라테스의 제자이자 또다른 쾌락론으로 알려진 고대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티포스는 '적극적이고 감각적인 쾌락을 즐기는 것이 유일한 본성적인 선'이라고 가르쳤는데, 이것이 에피쿠로스가 자신의 것인양 펼친 쾌락론으로 오해되기도 했지요. 그러나 에피쿠로스는 그런 쾌락을 추구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오늘날의 기준으로볼 때 '미니멀리즘'에 가까운 사상을 드러냈습니다. 그가 말한 참된 행복은 어떤 자극적인 감각적 추구나 그것의 충족에 있지 않았습니다. 마음이 평정한 상태와 고통의 부재로부터 행복을 찾았으니까요. 오해와 편견을 걷어내고 그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면 오히려 명상가나 수행자의 통찰을 맛보는 느낌이 든다고 할까요? 경쟁과 소유에 대한 집착와 비교 의식이 팽배한 이 시대에 필요한 행복론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철학자는 시대를 읽습니다. 그리고 시대를 상징하고 대표하는 이야기를 합니다. 어떤 철학이든지 당시 상황이나 시대와 무관하게 어떤 철학 사상을 이해하려면 많은 부분 오해를 낳게 될 것입니다. 신의 죽음을 선언한 망치의 철학자 니체 역시 그러했고, 에피쿠로스 역시 그러했습니다. 이 책의 장점은 단순히 에피쿠로스의 저작들을 번역하여 전달하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 풍부한 해제와 보충설명을 통해서 당시의 시대 상황과 분위기, 전후 사상의 흐름을 독자들에게 소개한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에피쿠로스에 대해서 잘 몰랐던 독자라 하더라도 에피쿠로스가 살았던 시대와, 그가 영향을 받았던 철학적 흐름과, 쓴 저작들에 담긴 그의 사상을 함께 통찰해 볼 수 있게 함으로써 종합적인 이해와 지식을 갖게 이끌어 줍니다. 책 커버가 분위기있는 그림과 색감으로 장식되어 있어서 들고 다니며 읽기에도 매력적이라는 사실은 덤입니다.

고대의 신화적인 사고와 생각을 걷어내고, 유물론적이고 보다 합리적인 관점에서 세상을 통찰하려한 철학자, 지나친 소유와 집착, 욕망과 쾌락의 추구를 거부하고, 필요 이상의 욕망을 줄여서 주어진 것에 만족할 수 있는 지혜를 펼쳐 보이려 한 철학자, 죽음마저도 두려워할 것이 없다는 사실을 통찰해낸 현인인 에피쿠로스의 저작과 그의 명언들을 이 책을 통해서 만나보시기 바랍니다.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지혜를 선물받게 될 것입니다.

-컬처블룸에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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