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 레터 - 좋은 이별을 위해 보내는 편지
이와이 슌지 지음, 권남희 옮김 / 하빌리스 / 2022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몇 년 전쯤인가, 영화 "러브레터"의 주인공이었던 '나카야마 미호"의 인터뷰를 우연히 보았다. 한국에서는 여전히 "러브레터"를 기억하고 미호씨를 좋아하는 팬들이 많다는 기자의 이야기에 그녀는 깜짝 놀라는 눈치였다. 그리고 대략 그녀는 이렇게 답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오래된 작품인데 그걸 기억한다는 게...'



한국에서는 큰 인기몰이를 했지만 일본에서는 한국만큼 영화에 대한 반응이 뜨겁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본인은 갑작스럽고 당황스러웠나보다. 한국에 소개된 시점도 일본보다 뒤였고, 그 외에도 수많은 작품을 찍은 유명 배우니까, 자신의 생각에는 다른 작품을 놔두고 영향력이 크지 않았던 작품을 이야기하니 말이다. 아마도 그러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뛰어난 영상미, 작품성 때문에 관객인 나로서는 그 감동을 잊을 수 없는 영화다.



한국에서는 그 후로도 재개봉을 수차례 진행했다. 그리고 원작 소설까지 번역되어 출판되었다. 놓칠 수 없는 기대작이다. 소설로 만나는 "러브레터"의 백미는 영화가 다 보여주지 못한 설정과 디테일을 찾아가는 즐거움에 있지 않을까.



영화는 짧게는 수개월에서 길게는 수년을 제작하는 종합예술이다. 긴 시간동안 만들어진 내용을 1-2시간 안에 관객들에게 다 보여주려면 수많은 편집을 거쳐야 한다. 그렇기에 영화엔 생략되었던 디테일한 요소들이 소설을 접하면 하나씩 보이기 시작한다. 이 요소들은 다시 영화에 대한 기억과 감동을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 '아, 그래서 그 장면에서 그랬구나...'하는 추억과 재미도 찾을 수 있겠다.



보통은 상상력을 첨가하며 읽어가는 소설보다 영화에 실망할 수 있다. 같은 작품임에도 여러가지 한계로 인해 스토리가 달라지고, 상상했던 것만큼 영상이 다 담지 못하는 어려움이 있으니까 말이다. 그러나 "러브레터"는 다르다. 소설과 영화 모두 만족스럽고, 역시 소설을 일기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때의 감동이 책에서 배가 되어 전해진다. 생생하게 말이다.



책을 읽고 있으면 백색미가 흘러넘치는 풍경들, 주인공의 아련한 감정들이 어우러져 영화 같이 소설의 플롯 위로 오버랩된다. 낯설고 이국적인 하얀 세계가 눈 앞에 어른거린다. 누군가를 잃고, 아파하고, 누군가를 그리워하고, 누군가를 떠나보내는 과정은 치유의 과정이다. 순수한 사랑의 감정과 애틋한 마음이 잘 표현된 소설이라서 가슴이 아리면서도 따뜻해진다.



'와타나베 히로코'에 얽힌 사랑 이야기, 옛 추억, 학창 시절, 도서관, 설경, 죽음과 죽은 이를 대하는 이별 자세, 이 모든 단어들이 "러브레터"를 설명한다. 이 소설은 눈이 내리는 겨울에, 그리고 눈이 녹는 계절에 우리 마음을 하얀 눈빛으로 물들이는 작품이다. 진한 감동과 사랑 이야기에 젖고 싶은 사람에게 이 소설을 권하고 싶다. 영화를 수십번 보았듯이 이 책도 다독하게 될꺼다. 읽을수록 이와이 슌지 감독 특유의 매력이 잘 배어 나온다. 이 겨울에 강추하고픈 명작이다.




-컬처블룸에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러브레터

#이와이슌지

#권남희

#하빌리스

#첫사랑

#사랑이야기

#일본영화

#일본소설

#히로코

#이츠키

#오갱끼데스까

#컬처블룸

#컬처블룸서평단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