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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지켜주는 최소한의 방어 심리학
커커 지음, 채경훈 옮김 / 카시오페아 / 2022년 11월
평점 :
심리학, 특히 심층 심리학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프로이트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듯하다. 우리가 일상 속에서 이해하고 사용하는 '무의식'의 지평을 연 학자이자, 여러가지 금기들을 건드리며 인간을 이해하는 폭을 넓힌 선각자로서의 그의 업적은 말로 다 표현하기 힘들다. 하지만 그의 명성에 비해서, 프로이트가 발견한 심리학적 기제들이 우리 삶에 어떻게 나타나고 적용될 수 있는지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다. 깊이 들어가면 전문 영역이기도 하거니와, 수박 겉핣기식의 정보들이 넘쳐나서 곡해도 많이 생긴다.
이 책은 20년 넘게 병원과 교육기관에서 사람들의 심리적 문제들을 들여다보고 연구해온 '커커'라는 심리상담가가 썼다. 그는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에 등장하는 방어기제가 실제 우리 삶에 어떤 양상으로 나타나며 어떤 영향을 발휘하는지를 밝혀 준다. 대중의 눈높이를 고려한 쉬운 예시와 설명은 독자들의 이해를 돕는다. 이 책을 읽는다면 복잡한 개념 사이에서 미끄지거나 전문 용어에 고통받을 필요가 없다.
프로이트의 이론에 대한 대중의 깊은 오해중 하나는 방어기제가 반드시 부정적인 결과들을 만든다는 믿음이다. 저자는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우리 몸엔 면역체계가 있다. 마음에도 면역체계가 있다. 바로 심리 방어기제가 그것이다. 면역체계는 늘 활동하고 있으며 적절한 면역반응은 우리를 균이나 이물질로부터 보호한다. 그러나 지나친 면역 반응은 반드시 문제를 일으킨다. 마음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면, 예기치 않은 좌절 상황에서 유아기적인 행동을 보이는 '퇴행'이라는 방어기제는 사실 우리 삶에 자주 나타난다. 동생이 태어나서 관심받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하기에 어리광을 심하게 부리는 아이 뿐만아니라, 사랑에 빠져서 혀 꼬부라지는 소리와 비음을 섞어내는 연인들의 옹알이에서도 퇴행은 발견된다. 그들은 유아기적인 모습으로 돌아가서 관심과 사랑을 갈구하는 중이다. 그러나 경험을 통해서 알듯이, 적절한 퇴행은 상대의 관심을 불러 일으키고 인간 관계를 보다 원활하게 하는데 일조한다. 다만 그것이 정도를 넘어서면, 문제가 된다. 이 책은 총 4장에 걸쳐서 퇴행 뿐만 아니라, 승화, 동일시, 투사와 같은 다양한 방어기제들의 양상과 현실에서 경험할 수 있는 구체적인 사례들을 소개하기에 심리학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라도 몰입해서 읽을 수 있다. 사람의 심리를 들여다보는 건 누구에게나 흥미로운 주제일테니까. 그리고 책을 읽기 전에, 프로이트가 얘기한 '자아, 초자아, 이드'가 무엇인지 찾아보면 책의 내용을 조금 더 풍성하게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유익한 심리학은 결국 인간관계 속에서 자신의 위치를 찾아가게 이끈다. 다시 말해서 너와 나를 성찰하도록 이끈다. 최근 나의 심리 상태를 하나씩 떠올리며 책을 읽다보니 반성과 성찰이 절로 일어난다. 이는 심리학 책을 재미있고도 실용적으로 읽는 방법이기도 하다. 평소 프로이트에 관심있었다면 이 책은 놓치지 말자. 방어기제를 통해 살펴보는 인간의 다양한 심리 양상을 확인해보자. 나를, 혹은 주변의 사람들의 마음을 세심하게 돌아볼 수 있는 지혜가 쌓이게 될 것이다.
- 컬처블룸에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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