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적 캐릭터 심리 사전 - 창작자를 위한 캐릭터 설정 가이드 문제적 심리 사전
한민.박성미.유지현 지음 / 시크릿하우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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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다크 나이트"의 히스 레저와 19년에 출시된 "조커"의 호아킨 피닉스가 연기한 빌런은 너무나도 유명한 캐릭터다. 이 두 조커는 영화의 설정상 동일 인물이지만, 각 영화마다 매우 개성있게 그려졌으며 싸이코틱한 빌런이라는 점을 제외하면 서로 다른 인물이라고 생각될 정도였다. 두 영화 배우 모두에게서 '어떻게 연기를 이렇게 섬세하게 할 수 있을까?' 하는 감동을 느낀 동시에, '조커'라는 캐릭터 자체의 내면 상태가 궁금해졌다. 어떤 심리 상태를 가진 빌런인지, 이렇게 기괴한 캐릭터가 만들어 지게 된 배경과 캐릭터 설정의 과정 혹은 흐름은 무엇이었는지 알고 싶었다.

"문제적 캐릭터 심리 사전"은 심리학적 접근을 통해서 조커와 같은 문제적 캐릭터가 어떻게 만들어지며 묘사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영화 작가 뿐만 아니라 맛깔나는 캐릭터를 창조하고 시나리오를 다듬어야하는 다양한 분야의 창작자들에게 안성맞춤인 책이다. 승승장구하는 작품들을 보면 뭐니 뭐니해도 컨텐츠에 녹아 있는 독특한 캐릭터의 서사가 던지는 매력을 거부할 수 없다. 가상이지만 현실성이 가미되어 생명력을 얻게된 캐릭터들은 컨텐츠 소비자들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인다.

이 책은 총 7장에 걸쳐서 문제적 캐릭터들이 가진 특성과 캐릭터의 생명력을 보여준다. 이 책에서 '조커'에 대한 설명은 1장에서부터 등장한다. 내가 그토록 애정하던 조커는 한마디로 정의될 수 없는, 편집성과 조현형 성격을 가진 인물이었다. 괴팍하고, 사람들로부터 소외되어 있으며, 자신만의 내면 세계를 풍부하게 가지고 있는 조커, 무엇보다 조커가 희대의 빌런 '조커'로 부각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이런 내면 세계가 내면에만 잠재되어 있지 않고 외부로 표현되는 서사 과정 때문이었다. 아주 맛깔나게 조금씩 각성하는, 스스로의 정체성을 찾아가면서 발현되는 광기의 서사적 표현이 나를 비롯한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 잡았다는 사실을 이 책을 읽으며 발견할 수 있었다.

캐릭터에 대한 분석과 설정, 창작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고 해서, 특정 독자들만을 겨냥한 책은 아니다. 일반인이 교양 심리 서적으로 읽기에도 제격이다. 문화심리학과 범죄심리학적 접근을 통해서 인간 여러 군상들이 가진 독특한 심리와 유형을 알아갈 수 있으니 여느 심리학 서적 못지않게 재미있다. 책에서 다루고 있는 주요 주제인 자기확신, 타인 통제, 불안 초조, 방어기제, MBTI와 성격 스펙트럼, 문화와 사회적 영향, 캐릭터에 생명을 넣는 방법은 창작자가 아닌 일반인들에게도 이제는 낯설지 않고 흥미로운 내용들이다. 그리고 책을 읽는 동안 나의 성격과 주위 사람들의 성격을 자동적으로 가늠해보게 된다. 프로이트가 천명하길, 특별한 문제가 없는 인간이라도 어느 정도의 정신병적 기질은 가지고 있다고 하지 않았던가. 내 안에, 인간의 내면에 숨어 있는 독특한 기질들을 생각해보며 발견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심리학에 관심이 있다면, 수많은 컨텐츠들이 그려내는 캐릭터와 그 서사에 흥미를 느꼈다면, 문제적 캐릭터들에 대한 애정이 있다면 이 책을 꼭 읽어보자. 영화, 드라마, 웹툰 그것이 무엇이든 각 캐릭터들의 특성과 그들이 품고 있는 서사가 뚜렷하게 느껴지기 시작할 것이다. 그리고 인간들이 가진 톡특한 페르소나들을 그려낼 수 있는 힘이 생겨날 것이다. 전혀 지루하지 않다. 책을 읽는 내내 자신이 애정하던 캐릭터들의 구체적인 모습이 떠오르며 책의 내용과 오버랩되는 경험을 하게 될테니까. 문제적 캐릭터들이 더욱 다양하고 섬세한 얼굴로 다가오기 시작할 것이며, 캐릭터들에 대한 풍부한 통찰력을 갖추고 싶다면 이 책을 놓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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