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주의 기독교 - 오컬트 마스터, 예수의 비밀 생애와 가르침
윌리엄 워커 앳킨슨 지음, 윤민 옮김 / 마름돌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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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주의라고 하면 뭔가 두리뭉실한 뜬 구름잡는 이야기를 먼저 떠올리기 쉽다. 특히 보수적인 기독교인들은 신비주의를 '비합리적이며 악마적인 독소가 담긴 경향 혹은 믿음'으로 간주하거나 '성령운동'과 동일시하는 경향도 있다. 신비주의는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다양하게 해석되기 쉽기에, 신비주의에 관해 본격적인 이야기를 하기 전에 합의된 이해가 필요하다.

신비주의를 연구한 종교학자 성해영 교수의 견해에 따르면, 신비주의는 형이상학적 세계관으로, 궁극적 실재가 물질적 차원을 초월해 있다고 주장한다는 점에서 유물론이나 실증주의적 입장과는 거리가 있다. 그러나 신비주의가 인간의 합리성을 전면적으로 부정했다고 간주해서는 곤란하며, 신비주의는 인간 이성의 한계를 직시할 것을 강조한다. 성교수는 신비주의를 감정과 이성, 직관과 합리적 추론과 같은 일견 상충하는 차원들을 통합하려는 노력으로 정의한다.

-신비주의란 인간이 궁극적 실재와 합일되는 체험을 할 수 있으며, 의식을 변화시키는 수행을 통해 체험을 의도적으로 추구하고, 체험을 통해 얻어진 앎에 기초해 궁극적 실재와 우주, 그리고 인간의 통합적 관계를 설명하는 사상으로 구성된 종교 전통이다. 즉 신비주의는 체험, 수행, 사상을 주된 구성 요소로 갖는다-

신비주의에 대한 성교수의 정의를 따른다면, 신비주의는 다양한 종교 전통에서 만날 수 있다. 기독교도 예외가 아니다. 20세기에 들어서 중요한 고고학적 발견이 일어났다. 이집트의 나그함마디 지역에서 발견된 문서들 그리고 1976년 경 이집트 골동품 시장에서 발견된 파피루스 사본인 '유다 복음서'는 초기 기독교가 단일한 사상을 유지하고 이어왔다는 근본주의 기독교인들의 맹신이 거짓임을 드러낸다. 맹신이 일으키는 확증편향에 빠지지 않고, 역사적 사실을 정직하게 대면할 수 있다면, 초기 기독교는 각각의 공동체마다 예수와 기독교 신앙에 대한 서로 다른 사상을 가지고 심지어 대립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심지어 영지주의의 대표적인 문서로 알려진 '도마복음'과 '유다 복음서' 역시 영지주의 안에서도 서로 다른 사상을 이야기한다. 마치 오늘날 장로교 안에도 다양한 분파가 나뉘어 있듯이, 초기 기독교에서 발견되던 영지주의 안에서도 서로 다른 분파가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유일한, 하나의, 단일한 기독교가 존재했다는 믿음이야말로 역사적 사실과는 무관한 상상의 산물이고, 보수적인 교회가 널리 퍼트린 프로파간다라고 할 수 있다. 역사적 사실 앞에서도 정직하지 않은 사람들이 과연 진리를 정직하게 찾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저자인 윌리엄 워커 앳킨슨은 기독교가 로마 제국의 종교로 자리잡는 과정에서 형성되고 교리화되어 발전한 소위 '정통' 기독교에 맞서는 신비주의자이다. 그는 신비주의 기독교가 역사적으로 존재했다는 사실과 신비주의 기독교의 입장에서 성서를 어떻게 해석할 수 있는지를 이 책을 통해서 소개한다.

책의 내용과 앳킨슨의 의도를 보다 분명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알아야할 사항이 있다. 많은 기독교인들은 4복음서가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성서를 진지하게 읽어본 신자들이라면 이미 안다. 4복음서는 유사한 내용을 공유하기도 하지만 사실은 서로 다른 공동체에서 공동체적인 의도를 가지고 작성되었다. 따라서 서로 다른 관점에서, 서로 다른 시간과 공간을 등장시키며, 의도적으로 각각이 필요로 하는 이야기들을 첨가하고 있다.

그리고 재미있는 사실은 '정통' 혹은 '정교회'를 반박하는 워커 앳킨슨 역시 상당히 경건하고 보수적인 신비주의 신자임을 그의 논리를 통해 알 수 있다는 점이다. 예수에 얽힌 비밀적인 가르침을 소개하는 책의 특성상 대부분의 내용은 4복음서, 특히 마가복음과 누가복음을 집중적으로 다룬다. 예를 들면 저자는 신비주의 관점에서 예수의 탄생 이야기를 빠트리지 않고 다루는데, 이 과정에서 아기 예수를 찾아온 동방 박사들 이야기를 역사적 사실로 받아들인다. 그런데 동방 박사가 등장하는 이야기는 4복음서 중에서 마태복음에만 등장하는 이야기다. 누가복음에는 목자가 등장할 뿐이다. 그리고 두 복음서에서 나타나는 각각의 예수의 이동 경로와 사건은 서로 다르다. 마태와 누가 중 누구의 견해가 맞을까? 심지어 마가복음과 요한복음에는 아기 예수의 탄생 이야기가 존재하지 않는다. 세례 장면으로 곧 이동한다. 앳킨슨은 보수적인, 보통의 복음주의자들에게 익숙한, 실은 각 복음서들의 정확한 내용이 아닌 4복음서들의 이야기들이 섞여서 새롭게 탄생한 또 하나의 통합적인 이야기를 따라서 자신의 주장을 펼친다. 신비주의 관점에서 다시 해석할 뿐, 그것들을 마치 문자 그대로 역사적 사실인양 받아들이면서 말이다. 앳킨슨의 보수적인 시각은 성에 대한 고급 오컬트 가르침을 이야기하는 장면에서도 나타난다. 성의 기능은 생식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어야 하며, 그 이외의 모든 행위는 자연에 반하는 것이라는 그의 주장은, 보수적인 카톨릭 교단의 입장을 미러링하는 듯한 인상마저 준다.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예수의 공생애가 시작되기 전의 시기는, 사실 객관적으로 알 길이 없다. 신비주의자들은 그가 동방으로 가서 영적인 수행과 명상을 하며 지혜를 쌓았다고 말한다. 앳킨슨 역시 이러한 입장을 보인다. 그러나 예수의 행적에 대한 신비주의자들의 추측만 난무할 뿐 지난 20세기의 고고학적 발견과 같은 객관적인 자료는 사실상 없다. 신비주의자들에겐 이 시기가 중요한 징검다리다. 반면 '정통'은 이 빈자리를 억지로 채우려 하지 않았다.

앳킨슨은 신비주의 전통을 이야기하긴 하지만 정확히 자신이 어떤 전통에 속하였는지는 밝히지 않는다. 요한복음 20장에 등장하는 '의심하는 도마 이야기'를 앳킨슨은 이렇게 해설한다. 예수가 아스트랄계의 법칙을 따라 생전 가졌던 육신을 아스트랄체의 형태로 완벽히 재현했기에, 도마가 예수의 상처를 직접 손으로 만져 보고 그의 정체를 확신할 수 있었다고 말이다. 이것은 아스트랄계를 이야기하는 오늘날의 일반적인 신비주의자들이 충분히 할 수 있는 이야기다. 반면 이 구절에 담긴 의도에 대한 일반적인 학계의 해석은 이러하다. '육신의 부활을 부정하는 영지주의를 경계하기 위해서, 도마가 예수의 상처 부위에 직접 손을 대어보는 장면을 통해 예수의 부활이 물리적이고 육체적인 사건임을 확인시키는 구절' 이것이 보통 접할 수 있는 해석이다. 그런데 앳킨슨은 초기 교회의 영지주의적 전통에서 나타나는 사상과 전반적으로는 맥을 같이 하면서도, 이 구절에서는 '정통'주의자들의 의도적인 삽입이라고 공격하지 않는다. 더하여 '유다복음서'를 작성한 초기 기독교 영지주의 카인파의 입장도 나타나지 않는다. 보통의 기독교인들이 생각하는 배신자 유다가 아닌, 예수의 영적 비밀을 깨달은 참된 사도 유다라는 관점이 앳킨슨의 해석에선 보이지 않는다.

앳킨슨이 소개하는 신비주의 기독교의 주요 내용은 9 강 이후 보다 자세히 등장한다. 그리고 신비주의 기독교를 더욱 풍성하게 읽기 위해서는 다른 신비주의적 관점을 함께 살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신비주의 기독교에 등장하는 신론은, 재미있게도 대종교의 주요 경전인 "삼일신고"의 삼신일체 사상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난다. 신비주의 사상은 각자의 특색을 가지면서도 보편적인 내용을 공유한다. 앳킨슨은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객관적 존재의 형태로 구체화한 것만 머릿속에서 떠올릴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이성을 동원하여 깊게 생각해보면 구체화 이전의 절대자가 존재할 수 밖에 없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우리가 인식할 수 있는 모든 구체화한 것, 상대적 우주, 그리고 생명은 어떤 근본적 현실, 즉, 절대자와 구체화 이전의 것에서 나왔어야만 하기 때문이다. 인간이 동원할 수 있는 최고 수준의 이성으로 상정한 절대자는 구체화 이전의 존재, 즉, 하나님 아버지다.... 우리 안에 거하는 영의 작용을 통해 그가 존재한다는 사실만을 알 수 있을 뿐이다....인간의 영은 신의 존재함을 알 수 있고, 가장 높은 차원의 이성을 통해 그의 존재를 입증할 수 있다."

"삼일신고"에서는 신의 3가지 모습이 등장한다. 무극, 태극, 황극이 바로 그것인데, 무극은 텅빔의 상태, 존재만이 있을 뿐이다. 이 하늘은 오직 텅 비어 있고, 존재하지 않는 곳이 없고, 감싸 안지 않은 것이 없다고 한다. 이 자리야말로 하나님의 본체가 되는 자리다. 이 텅빔의 상태에서 창초가 일어나 태극이 나온다. 이 태극이 활동하고 경영이 일어나면 황극이 나온다. 즉 구체화 이전과 구체화 이후가 나뉜다. 그리고 삼일 신고는 말한다. '천지만물을 주재하시는 하나님께서 그대의 본질로 계시지 않다면, 어떻게 그대가 하나님을 보고 느낄 수 있었겠는가? 그대의 본성에 하나님의 덕과 지혜와 능력이 이미 씨알로 갖추어져 있다.'

끝으로 "신비주의 기독교"는 정성이 가득 담긴 책임을 말하고 싶다. 성서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들을 위해서 저자가 논하는 성서 구절들을 모두 함께 실어서 해설과 함께 소개한다. 성서를 따로 찾아가며 책을 읽어야할 수고를 덜 수 있다. 그리고 칼라풀한 명화들이 함께 실려 있어서 책에 담긴 의미와 내용을 더욱 풍부하게 탐독할 수 있도록 한다. 이쯤되면 이 자체로 한 권의 작품이라 할 수 있다. 기존의 소위 '정통'과 다른 기독교를 만나보고 싶다면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종교와 상관없이 신비주의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도 추천한다. 신비주의와 기독교가 만나서 탄생한 매력적인 사상을 풍성히 담아낸 이 책을 통해서, 우주와 인간을 이해하는 시야가 보다 넗어지고 깊어지는 계기가 된다면 참 좋을 것 같다.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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