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사회, 지배구조를 뜻하는 ESG는 이제 글로벌 기업들을 평가하는 주요 요소로 대두 되었다. 세계적인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의 래리 핑크가 20년에 보낸 메세지는 방아쇠가 되었다. 어떤 기업이라도 더이상 성장 일변도의 경영 방침으로는 블랙록의 선택을 받기 힘들다. 글로벌 기업이라면 블랙록의 선택을 무시하면서 안정적으로 주가를 방어하긴 힘들다.
물론 블랙록은 약 10조달러를 운용하고 있는 매우 영향력있는 자산운용사이다. 이런 회사가 투자 가이드를 제시한다면 그 어떤 회사라도 따르지 않기는 힘들 것이다. 그럼에도 '단지 그 이유만으로 기업들이 변화에 참여하는 것일까?' 라는 의문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이 책은 ESG라는 화두가 글로벌 기업들을 변화시키는 이유와, 변화하는 기업들의 다양한 양상을 총 5부로 나누어서 설명한다.
모든 기업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고객이며, 고객들의 지속적인 사랑을 받는 기업 만이 시장에서 계속해서 생존할 수 있다. 바로 이런 목표가 투자회사와 글로벌 기업들을 ESG 아래에 모이게 만들었다. 유니버설 오너십( 한 나라 전체 업종의 주식을 보유한 거대 기관투자가)의 입장에서는 높은 수익을 거두는 것도 중요하지만, 손실을 줄이고 지속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내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자금력의 차이 때문에 텐배거를 노리는 개미투자자들과는 입장이 다르다. 그런데 하루, 이틀, 몇 달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루려면 세계 경제와 산업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기후, 소비자층의 변화, 지역 사회와의 관계 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것이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에 일어나고 있는 변화다. 시간이 지나고 나서 뒤를 돌아보면 이미 자리잡은 완성체가 명확히 보이지만, 변화의 기류 속에 있을 때는 변화가 무엇인지 파악하기도 힘들고 혼란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투자라면, 세계 경제와 기업들의 변화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계속해서 공부해나가야 한다.
ESG의 한가지 측면인 환경에 대해서 생각해보자. 기후변화의 주요 요인인 탄소 배출은 이 시대의 중요한 문제가 되었다. 현재 우리는 세계 곳곳에서 경험하지 못했던 이상 기후를 직접 경험하는 중이다. 그런데 질문해보자. 기후변화와 기업의 지속적인 성장과 투자 수익은 무슨 관련이 있을까? 기업 활동을 통해서 생산된 온실가스가 대기를 덮으면서 빙하가 녹는다. 이전보다 평균 기온은 점점 상승하고 생태계는 변화하고 있다. 특정 지역에서는 홍수가 나는 반면에, 또 다른 지역에서는 가뭄으로 인해서 흉작이 발생한다. 더 심각한 것은 작물을 생산할 수 있는 농지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이다. 변화된 기후로 인해서 병충해도 늘어나 식물들이 예전과 같은 생산성을 보이지 못한다. 그로 인해서 곡물의 가격은 치솟는다. 이것은 소비자 물가를 상승시키는 인플레이션을 유발한다. 동시에 소비자들의 구매력 역시 감소시킨다. 단기간엔 그 효과가 미미할 수 있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살펴보면 이런 경향이 축적될 수 밖에 없다. 기후변화가 유발하는 문제들이 축적되어서 경제에서 가장 해결하기 어려운 스테그플레이션을 지속적으로 유도하는 압력으로 작용한다. 그런 환경에서는 기업이 더이상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룰 수 없다. 책을 통해서 이런 관계를 보다 자세히 파악해간다면, 장기적이고 거시적인 투자 안목을 기를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오랫동안 사랑받는 브랜드를 만들고 관리하는 원칙으로 ACES 모델을 설명한다. 적합성, 일관성, 효율성, 당위성 4가지의 관점이 바로 그것이다. 그리고 이 책에서 소개하는 25개의 기업들은 바로 이 모델을 따라서 어떻게 ESG를 만족시키고 MZ 소비자들에게 어필하는지를 잘 보여주는 케이스들이다. 예시로 든 다른 기업들 역시 흥미로웠지만 '파타고니아'는 무척이나 인상 깊었다. 창업자인 쉬나드는 열정적인 등반가이며, 자신에게 필요한 등반 장비를 만들다가 회사까지 세웠다. 평소에 환경 보호에 진심인 기업으로 유명하다. 11년에는 독특한 광고를 펼는데, '이 파타고니아 재킷을 사지 마세요' 라고 광고했다. 자기 회사 제품을 사지 말라니? 이게 무슨 광고인가? 이 메세지의 속뜻은 이렇다. 아무리 친환경적인 자사 제품이라해도 생산과 소비 과정에서 환경을 파괴하기에, 가능한 한 기존 제품을 수선해서 사용하라는 권장 광고란다. 대단한 배짱이다. 그리고 이것이 통하는 시대다. 재미있는 사실은, 파타고니아는 기업공개를 거부하고 있다고 한다. 시장에 상장되면 자금을 보다 쉽게 수혈받을 순 있지만, 매년 전년 동기 대비 15% 씩 성장해서 주주들을 만족시켜야 한다. 이건 투자자들에게 상식이다. 매년 성장하지 않는 회사에 누가 투자할까? 그래서 기업들은 압박을 받는다. 실제 필요한 수요보다 더 많은 수요를 자극해 성장을 도모한다. 그러나 이것은 건강한 성장이 아니라 몸집만 비대해지는 성장이라고 경영진은 판단하는 것이다. 그래서 더디더라도 질적인 성장을 추구하겠다는 것이다. 와... 이런 철학을 유지하는 기업이 있다니 놀랍고, 이것이 통하는 세상이 본격적으로 등장한다는 사실에 한번 더 놀란다. 파타고니아는 하나의 사례다. 책에는 더 많은 놀라운 사례들이 꾹꾹 담겨 있다.
책을 읽다보면, 기업들의 변화를 생생하게 읽을 수 있다. 오늘날은 '주주 자본주의'에서 'stackeholder capitalism'으로 패러다임이 전환하는 시다. 08년 금융위기 이후 기존의 자본주의 시스템에 대한 사회적 반성과 성찰이 요구되었다. 그결과, 세계는 기업의 이윤과 사회적 책임을 함께 강조하는 사회로 변화되고 있다. 기업의 목적은 '주주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에서 '포용적 번영', 그러니까 기존의 이해관계자를 사회와 환경 책무의 파트너로 존중하고 협력하는 관계를 중시하는 방향까지 포함하고 있다.
시대의 변화를 놓치지 말자. 중요한 성과와 큰 수익은 변화의 흐름을 읽고 함께 몸을 실을 때 생겨난다. 이것은 불변의 진리다. 자신의 인생을 그저 운에 맡기는 사람은 공부하지 않는다. 그러나 적극적으로 자신의 운명을 개척하려는 사람은 끊임없이 공부한다. 그리고 이 책은 그런 세상의 변화와 기업들의 사례를 ESG와 관련해서 분석하고 독자에게 통찰을 제공한다. 투자자를 포함하여 변화의 흐름을 포착하고자 노력하는 사람이라면 읽어봐야할 책이다. 내가 관심있는 기업과 투자할 국가들은 이런 변화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선도하는지 끌려가고 있는지 생각해본다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컬처불름에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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