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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시작하는 장자 - 지혜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인생 공부 ㅣ 슬기로운 동양고전
김세중 지음 / 스타북스 / 2022년 5월
평점 :
장자는 노자와 함께 도가 사상을 낳은 대표적인 중국의 사상가입니다. 나비가 되는 꿈을 꾸고 나비가 나인지 내가 나비인지 모르겠더라는 '호접지몽'으로 특히 유명하죠. 그의 사상은 도가 특유의 자연친화적인, 친화를 넘어서 자연 그 자체와 하나가 되는 경지를 잘 드러내고 있습니다. 그래서 장자를 알아가기 원하는 분들은 이 특이한 사상가에 대한 호기심이 발동하고, 장자가 말한 이상적인 삶이 도대체 무엇인지 궁금해하죠.
"장자"에는 우화가 자주 등장합니다. 예를 들면 "장자"에는 곤이라는 물고기와 붕이라는 새가 등장합니다. 곤은 크기가 몇 천리는 족히 넘으며, 곤이 변하여 새가 된 것이 붕인데, 붕의 날개는 하늘을 뒤덮는 먹구름과 같습니다. 붕이 구름을 타고 하늘을 등에 진 채 남쪽으로 날아가는 것을 본 매미와 비둘기는 '이렇게 풀밭 사이를 날아다니는 것도 나름 즐거움인데 저 새는 어딜가려는거냐?'며 그런 붕의 모습을 비웃지요. 이런 묘사는 "장자"에 대한 다양한 해석을 낳고 풍성한 묘미를 즐기게 하는 동시에, 어떤 해석을 취하는 것이 좋은지에 대한 명확한 해답을 던지진 않습니다. 그래서 "처음 시작하는 장자"처럼, 가이드가 될만한 설명과 함께 명언을 소개하고 그 배경이 되는 역사적 이야기들을 까지 엮어서 함께 살펴볼 수 있다면 독자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명언들은 오랜 시간에 걸쳐 탄생하게 된 다양한 배경이 있으니까요. 핵심적인 명언들을 이해함으로써 장자에 드러난 핵심을 풍성하게 살펴볼 수 있는 것이죠.
사실 사람마다 이상적인 삶의 기준은 다릅니다. 오늘날 우리들이 살아가는 풍경을 생각해보면, 우선 돈을 많이 벌어 부족함 없이 쓸 수 있고, 8등신을 묘사한 고대 그리스 조각과 같은 몸매와 서구적인 미인 얼굴을 가진 인생을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큰 것 같습니다. 사람들이 선망하는 직업이나 동경하는 인플루언서들의 노출된 모습을 보면 단적으로 알 수 있죠. 반면, 많은 사람들의 생각과 다르게 행동하는 사람은 항상 존재해왔었는데요, 대표적으로 서양이라고 하면 고대 그리스의 소크라테스를 꼽을 수 있고, 동양이라고 하면 장자를 빼놓을 수 없죠. 소크라테스는 아테네 시민들이 미의 여신을 찬양하고 부를 숭상할동안, 자신은 내면이 풍성해지길 소원했고, 부를 쌓고 인기를 얻으려는 삶과는 거리를 두고 살았죠. 장자도 유사한 면이 있습니다. 벼슬길에 집착하거나 출세하는 삶을 꿈꾸지 않았고, 자연의 법칙을 따라서 거스를 것없는 자유와 초연함을 누리는 삶을 강조했습니다. 다만 소크라테스가 문답법, 언어를 적극적인 도구로 사용해서 진리를 찾으려했다면, 장자는 언어를 초월하는 무지, 무위의 경지를 논했죠.
저는 이 책을 읽으며 '군자지교담여수'가 와닿더군요. 그러니까 군자의 사귐은 맑기가 물과 같다는 뜻인데, 군자는 겉치레가 없이 평범하게 오래 이어지는 사귐을 가지지만, 소인들은 서로에게 이득이 될 때에는 달콤한 관계를 맺지만, 이득이 없으면 쉽게 관계를 끝낸다는 의미입니다. 더하여 이유없이 맺어진 건 이유없이 떨어져 나가게 되는 법이라는 의미도 가지고 있습니다. 참 쉽게 관계를 맺고 끊을 수 있는 세상을 살아가는데, 현실에서도 여러 사람들을 만나다보면 '군자지교담여수'라는 말이 절절하게 느껴집니다. 동시에 내가 사람을 대할 때, 또 좋은 인연을 만들어 가야할 때 어떠해야 하는지 지혜를 주는 것 같아요. 그리고 우리에게 너무나도 유명한 '정저지와' 그러니까 우물 안의 개구리 이야기도 "장자"에 등장하는 내용인데, 우물 안의 개구리가 되지 않기 위해서, 자신의 한계를 깨려고 꾸준히 다양한 독서를 합니다. 옛 지혜이지만 "장자"에는 버릴만한 명언과 가르침이 없네요. 그런 핵심 내용들을 쉽게 소개해서 장자의 사상을 조망해볼 수 있다는 점이 이 책의 매력인 것 같습니다.
사자성어도 익히고, 역사와 함께 "장자"에 담긴 지혜도 배울 수 있는 유익한 교양도서입니다. 한 에피소드씩 읽어가다보면 어느새 자연스럽게 장자의 사상에 대해 감이 잡혀 갈 것입니다. 한자와 역사를 배우는 학생들에게 선물하기에도 좋은 책인 것같고, 동양고전을 보다 쉽게 접하고 싶은 어른들에게도 유익하리라 생각합니다. 특히 '메타버스'가 강조되면서 초월적인 '장자'의 사상이 다시 조망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 책을 통해서 메타버스 시대에도 적합한 덕과 교양을 쌓아보시길 권합니다.
-컬처블룸에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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