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절 빌런의 암호화폐 경제학 - 진짜 고수들이 이야기하는 암호화폐
정재웅 지음 / 책밥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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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기간 경이로운 수익률을 만든 마젤란 펀드를 이끈 전설적인 투자자, 피터 린치는 그의 명저서 "월가의 영웅"에서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기업을 선정할 때 화려하거나 세련된 이름을 가지고 있고, 최첨단의 그 무엇으로 포장한 기업은 피하라.', '더럽고 사람들이 별로 찾지 않을 분야에서 사업을 펼치거나 단순하거나 특색없는 기업명을 가진 종목을 주의깊게 살펴라' 그의 주장에 따르면 인터넷이 본격적으로 대두되던 90년 대에 피해야 했던 종목은 바로 이름에 '닷컴'이 들어가 있던 기업들이었죠. 닷컴 버블을 경험한 우리는 피터 린치의 조언이 얼마나 센스있는지 실감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재미있게도 책을 고를 때 비슷한 경험을 종종 합니다. 유행을 좇는 화려한 제목과 커버, 자극적인 문구로 시선을 끄는 책들은 일단 심미적으로 끌리는 게 사실입니다. 그리고 기대감을 가지고 책을 폈다가 몇 분 이내 다시 책을 내려놓게 되죠. 피터 린치의 조언을 응용하여 암호화폐와 관련된 책들을 선정하려면, '이렇게 따라 하니 1000% 수익률', '암호화폐로 인생 역전'과 같은 제목을 가진 책은 피하는 게 좋을 것입니다. 그리고 단순하고 따분한 원리나 경제학에 대한 내용을 전달할 것같은 책들을 찾으려 노력한다면 양질의 도서를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이 책 '변절 빌런의 암호화폐 경제학' 처럼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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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유치해보이는 '변절 빌런', 따분할 것 같은 '경제학'이 제목에 조합되어 있는 이 책은, 알록달록하게 무장하고 따라하기만 하면 고수익을 보장한다는 시중의 다른 도서들보다 대중의 눈길을 끌지 못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책을 펼치고 보니 다시 한번 피터 린치의 조언이 제 머리를 강타합니다. '변절 빌런'은 저자의 화려한 약력을 압축한 별명입니다. 저자는 금융공학을 전공하고 암호화폐를 비판하다가 암호화폐 업계에서 일하게 되었고, 지금은 다시 전통적인 금융시장에서 일하고 있는 상황을 변절자와 빌런의 이미지로 표현한 것이죠. 두 진영을 오간 자신의 경험을 잘 살려서 암호화폐와 전통 금융시장에 대해 깨닫게 된 내용들을 경제학으로 풀어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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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책의 가치는 바로 경제학에 있습니다. 암호화폐와 관련된 시중의 많은 도서들이 투자 수익률과 기법 강의에 치중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대중적으로 많이 팔릴만한 지식을 책에 담으려는 경향 때문인지, 간단한 인터넷 검색으로도 찾아볼 수 있는 소위 '복붙' 수준의 내용이 담겨 있는 책도 많습니다. 물론 그런 책들도 필요합니다. 새로운 가상 자산의 밝은 미래를 확신하는 투자자들이라면, 당연히 기술적인 기법들에 관심을 가질 것이고, 초심자들도 간단히 소화할 수 있는 책 역시 필요합니다. 동시에 암호화폐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책을 고르고 있는 독자라면 좀 더 다양한 책이 등장하는 것을 고대할 것입니다. 아울러 투자에 대한 준비없이 참여하여 자산 시장의 급등과 급락에 조울증 환자처럼 마음을 빼앗기기 보다, 시장의 소문에 흔들리지 않는 무게감을 가지고 거시적인 관점에서 금융의 흐름과 암호화폐 시장을 조망할 수 있는 실력을 키운다면 장기적으로도 크게 성공할 수 있는 투자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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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폐란 무엇일까요? 법정통화는 우리의 생각처럼 안전할까요? 그런데 미국은 왜 계속 무역적자를 보고 있을까요? 그리고 그 손실을 어떻게 만회할까요? 달러가 기축통화된 과정은 무엇이었을까요? 달러가 아닌 다른 화폐가 기축통화로서 대체할 가능성은 없을까요? 만약 비트코인이 본격적으로 화폐의 기능을 담당하려면 어떤 변화들이 일어나야할까요? 기존의 전통적 금융 시장의 주체들은 그런 암호화폐를 어떤 시선으로 바라볼까요? 각 나라의 경제 주권을 가진 세력들은 순순히 그 길을 열어줄까요? 구세력과 신세력 간의 힘겨루기가 어떻게 일어날까요? 통합적인 새로운 통화체계가 정말 실현가능할까요? 암호화폐는 화폐의 개념으로만 접근해야할까요? 스마트 계약은 무엇인가요? 가상자산으로서의 가치를 가지는 대상들은 무엇이 있을까요? 그들이 나아가고 있는 방향은 무엇일까요? 가상자산 시장의 미래와 불확실성이 공존하는 현재는 투자자들에게 어떤 메세지를 던지고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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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화폐의 역사, 암호화폐의 등장과 발전, 경제학과 암호화폐 그리고 화폐와 가상 자산의 미래로 나누어 이러한 질문에 대한 지식과 자신의 생각을 전달합니다. 이 책에 담긴 각각의 내용들은 대충 읽을 수 없는, 양질의 내용으로 가득합니다. 제가 지난 시절 수많은 책을 찾아가며 공부하고 정리한 내용들, 환율, 금리, 국제 정치, 금융사 등이 이야기의 맥락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저야 독한 마음으로 공부하던 시절이었지만, 사실 개인이 이런 내용을 직접 찾아가며 갈끔하게 정리하기란 어렵습니다. 저는 이렇게 떠먹여 주는 책들을 보면 반갑고 주위에 알려주고 싶습니다. 암호화폐에 대한 투자, 그러니까 오르고 내리는 단기적인 가격에 관심이 있는데, 굳이 그런 내용까지 알아야 하느냐?고 반문하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만약 몇 주일, 몇 개월의 단기적인 수익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굳이 이 책을 권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사실 그것은 때를 잘 만나야할 운일뿐, 그리고 그 운이 계속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지만요. 그러나 암호화폐가 어떻게 탄생하고 어떻게 발전해왔으며 앞으로의 과제는 무엇인지, 기존 금융이 만들어 온 풍광과 어떻게 어우려지고, 어떤 독립성을 발휘할 수 있는 지 고민해 본 사람이라면 절대로 놓쳐서는 안될 책입니다. 결국 미래에도 살아 남을, 새롭게 등장할 암호화폐 또는 가상 자산은 바로 사람들의 이런 고민과 질문에 대한 해답을 제시할 수 있는 종목일테니까요. 금융공학 전문가로서의 탄탄한 지식과 암호화폐 업계에 대한 경험이 책에 전체적으로 잘 담겨서 투자자들에게도 필요한 인사이트를 제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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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책을 읽으면 어떤 사명감에 휩싸일 때가 있습니다. 마치 선교사가 자신이 받은 감동을 주체하지 못해서 거리로 뛰어나가 외치고 싶듯이 말이죠. 이 책의 부제가 "진짜 고수들이 이야기하는 암호화폐" 입니다. 부제 그대로 찐 고수는 여기 있었네요. 올해 만난 암호화폐 책 중에 최고의 책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대중의 눈높이에서 글을 썼지만, 금융에 대한 지식과 경제사에 대한 깊이까지 놓치지 않고 한 권 속에 잘 비벼놓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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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처블룸에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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