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개미"로 너무나도 유명한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신간 "행성"이 출간되었습니다. 어릴 때 "개미"를 몇번이나 반복해서 읽으며 상상의 세계 속으로 빠져든 추억이 있어서, 베르베르의 책들은 항상 저를 설레게 만듭니다. "행성" 역시 차오르는 기대감 속에서 읽었는데, 기대감이 크면 실망도 크다했거늘, 실망은 커녕 너무 재미있어서 손에서 놓기가 아쉬웠습니다. 베르베르 소설을 놓을 수 없는 이유는 그의 소설에서 나타나는 특유의 엉뚱함과 지적인 문체 때문 아닐까요? "행성"에서도 여전히 그런 요소가 잘 살아있었습니다. 한국인의 취향을 저격할 줄 알아서인지 특히 우리나라에서 베르베르의 소설은 매우 인기가 많다고 하죠? 이번 작품도 정말 재미있습니다. 베르베르 특유의 위트도 잘 번역되어서 더욱 재미있습니다.
스토리는, 인류가 전쟁으로 거의 자멸하다시피하자 그 빈자리를 빠른 번식력과 적응력으로 쥐들이 차지하면서 벌어지는 내용입니다. 살아남은 다른 동물들과 고양이들 그리고 인간들이 함께 동맹을 결성하고 쥐들과의 사투를 벌이다가, 대서양을 건너 새로운 터전을 찾아서 뉴욕에 도착합니다. 아메라카 드림을 꿈꾸고 왔건만 거기서도 다시 맞이해야하는 치열한 전쟁 그리고 여러 사건들이 발생합니다. 소설의 전체적인 구성상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을 그리고 있지만 결국은 희망을 발견하는 내용입니다. 저는 소설에서 무엇보다 의인화된 고양이의 매력에 빠져서 헤어나올 수 없었습니다.
소설의 주인공은 독특한 고양이입니다. 이 고양이는 바스테트라는 이름을 가진, 자신을 여왕으로 생각하는 야심찬 암고양이입니다. 그걸 태연스럽게 받아주는 인간 집사들의 묘사도 재미있습니다. 여튼 이 녀석은 인간을 집사로 생각하며 세계 정복을 꿈꾸는 고양이죠. 고양이는 말도 잘합니다. 어떻게 말을 하냐고요? 인간 그러니까 이 고양이의 표현에 따르면, 수컷인 웰즈 집사로부터 제 3의 눈을 이식 받는데, 이것은 쉽게 말해서 뉴럴 링크의 미래 버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인간의 기술력으로 만든 제 3의 눈을 이식해서, 인류가 지금까지 쌓아둔 총체적인 지식들에 접속하고 학습할 수 있게 된 것이죠. 그로 인해 고양이의 의식에 혁명적인 변화가 찾아오게 됩니다. 그리고 커뮤니케이션 인터페이스를 통해서 인간의 언어가 통역되어 자신에게 전달되기에 대화가 가능하다는 설정입니다.
"...이렇게 원격 무선 연결이 이루어진 상태에서 작은 칩에 내장된 번역 소프트웨어가 작동해 인간의 말을 내가 이해할 수 있는 야옹 소리로 변환해 주고, 반대로 내 야옹 소리를 인간이 알아들을 수 있는 문장으로 바꿔주기도 하는 것이다."
'야옹 소리'라니... 너무 귀엽게 표현되어 있지 않나요?ㅎ 소설에는 이런 심쿵 포인트들이 계속해서 등장하기에 책을 읽어갈수록 재미가 늘어갑니다. 고양이의 눈으로 인간을 관찰하고 표현하는 내용들, 고양이가 인간의 문화를 익혀나가는 묘사들이 신선하고 흥미롭습니다. '고양이는 이렇게 느낄 수도 있겠구나!' 바스테트와 이런 공감대가 형성된다고 할까요? 제가 고양이인지 고양이가 저인지 모를 정도로 빠져들게 만듭니다. 읽어가다보면 어느 순간 인간과 고양이의 경계가 사라지고, 장자의 호접지몽에 싸대기를 날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직 "행성"을 읽어보지 못한 예비 독자들의 애간장을 태우기 위해서 한 구절 더 소개합니다. 고양이 여왕 폐하의 눈에는 집사들이 나누는 인사, 악수가 이렇게 보일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이런 구절을 통해서 알 수 있듯이 "행성 1, 2"는 베르베르 특유의 관찰력과 표현력이 잘 들어난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금발의 인간 암컷 하나가 걸어와 의자에서 내리는 나탈리를 맞이한다. 둘은 우스꽝스러운 인간식 관습인 악수를 나눈다. 그렇게 하면 피부에 서로의 땀이 살짝 묻는다. (팔을 쳐들고 겨드랑이를 맞비비는 게 페로몬 교환에 더 효과적이라는 걸 모르네, 쯧쯧.)"
"젠장, 눈에서 솟아나는 이 액체를 멈출 길이 없네. 내가! 이 여왕 페하께서 이 예언가께서 눈물을 흘리다니!"
"행성 1,2"는 베르나르 베르베르 3부작 소설의 마지막을 장식합니다. 이전의 내용을 다 알지 못해도 해당 책에서 서사가 설명되기에 독립적인 소설로 충분히 읽을 수 있습니다. 이 소설에는 특히 베르베르가 고양이와 쥐, 인간 그리고 다른 종들 간의 이야기와 서사를 통해서 드러내고자한 우주 전체적인 생명 의식과 연합 정신이 잘 드러납니다. 구원은 외부의 힘이나 신이 아니라 주어진 상황을 직시하고 용기를 잃지않고 해답을 찾으려는 열정과 탐구로부터 주어진다는 교훈도 함께 발견할 수 있습니다. 우주는 스스로 돕는 자를 도와준다는 신념이 주인공인 바스테트의 영웅적인 일화들을 통해서 잘 나타나고 있습니다.
소설에서 인간은 무지와 그로 인한 갈등과 반목을 반복합니다.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 에서 처럼 그런 인간들의 행태와 조직을 답습하는 쥐들의 모습도 등장합니다. 그리고 살아남은 소수 인간들이 만든 모자이크 연합도 위기 속에서도 여전히 그런 행태를 반복하고 맙니다. 그러나 인간에 대한 비판과 풍자로만 그치지 않고 동시에 인간이 가진 가능성을 베르베르는 이야기합니다. 또다시 인간은 어리석음을 반복하고 자충우돌할 것이지만, 인간이 가진 무지에 대한 자각과 그것을 극복하려는 의지는 결국 닥쳐오는 문제들을 앞으로도 해결해가는 동력이 될 것입니다.
베르베르는 이 소설에서 육체를 뛰어 넘은 정신과 정신 간의 만남을 통해 우주적 결합과 화합을 논하고 있는데요. 그의 이전 소설, 특히 "타나트노트"나 "나무"에 등장한 에피소드를 역시 생각해 보니 데카르트의 이원론을 그의 소설에서 잘 담아내고 싶어 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물리적 한계로 구분지어지는 외적 모습은 남녀가 다르고 생물체마다 다르지만, 깊은 바다 위에 떠서 고립되어 있는 섬을 각자의 의식이라고 한다면, 모든 존재가 공유할 수 있는 무의식과 같은 깊은 정신은 바다처럼 서로가 연결될 수 있다는 그의 생각 역시 투영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자연과학에 대한 그의 관심과 지식은 "행성" 속에도 잘 녹아 있어서 상상력을 더욱 자극합니다. 저는 혹시라도 이 소설이 영화로 만들어진다면 어떻게 표현될지 무척 궁금하네요. 제가 감독이라면 이런 시나리오를 탐낼 것 같은데, "스타워즈"나 "반지의 제왕"처럼 여러 시리즈로 제작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베르베르의 소설은 영화로 만들기 좋을만큼 다양한 소재와 지식과 상상력이 결합된 작품들이 많은 것 같아요.
끝으로, 내래 올해 읽은 소설 중 가장 혁명적인 소설이었습네다. 소설이 왜 이렇게 재미있는가 했더니 고양이 동무의 재치는 땅굴보다 깊고, 인간 동무들의 군상은 현실적으로 잘 표현했구만기래. 이미 자본주의의 맛을 봐버린 남조선 인민들 같이 이 달콤한 소설을 놓을 수가 없습네다. 미제 앞잡이 같이 답답한 경제 상황 속에서 로동에 지친 인민들의 마음을 푸른 대동강 강물 같이 시원하게 달래주는구만기래. 한국의 동무들도 아주 흡족하실껩니다. 영도자 고양이 동무를 모시는 집사들이 있다면 구매해서 읽어보시라요. 대포동 미사일 쏘듯이 웃음 꽃이 빵빵 터질 것을 혁명적으로 보장합네다. 만약 이 혁명적인 소설이 만화나 영화로도 만들어진다면 내래 만사를 제쳐두고 보러가겠어.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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