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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는 장차 붓다가 되리라 - 소설로 읽는 붓다의 가르침
김정빈 지음 / 덕주 / 2022년 5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불교는 방대한 세계관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위에 없는 깨달음을 이루었다는 고타마 붓다의 깨달음은 상당히 체계적이고 구체적으로 전해진다. 그저 '착하게 살아라', '정직하게 살아라' 와 같이 윤리적인 내용을 담은 줄로만 알았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 단순하게 믿음을 강조하는 종교들과는 달리, 인간의 인식과정과 존재들의 양태에 대해서 '마음의 과학'이라고 불릴 정도로 체계 있으며 상세히 기술된다.
문제는 그로 인해 생겨나는 다양성과 방대한 가르침들이다. 불교가 인도를 거쳐 남방 그리고 북방으로 전파되면서 경전들이 추가되고 그로부터 파생되어 나온 깨달음들은 다양한 문화와 만나며 다양한 형태들을 만들고 정착되었다. 이런 방대한 세계관과 가르침의 핵심들을 보다 쉽게 아우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특별하다. 신간들을 살피기 위해서 온라인 서점을 둘러보던 중 이 책을 발견하고 구매하려고 담아두던 중이었는데 마침 출판사를 통해서 책을 제공받게 되었다. 운이 좋았다.
이 책은 서사 소설이다. 전생, 전전생, 금생 등의 시간 흐름을 오간다. 불교의 세계관 속에는 욕계, 색계, 무색계가 등장한다. 전생의 행위들과 성취에 따라 금생에서 태어나는 곳이 정해지는데, 이 책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인 라자와 시리마는 바로 색계에서 태어난 천인들이다. 쉽게 말해서 선녀 같은 존재들인데, 깨달음에 이르기 위해서 붓다의 특별 제자가 되어 인간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보고 듣는 깨닫는 내용이 중심이 된다. 불교의 세계관에서는 신이나 천인들도 등장하는데 그들은 완벽한 존재가 아니다. 힘이나 능력은 인간과 다르지만 그들도 결국은 우주의 법칙을 따라 윤회를 하는 중생으로 그려진다. 불교가 지향하는 가치관은 좋은 곳으로 가서 호의호식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가지 삶의 이벤트들을 경험하며 깨달음을 얻어 이 윤회의 사슬로부터 벗어나는 것이다. 열반은 바로 그 깨달음에 이른, 탐욕과 어리석음과 분노의 불길이 완전히 소멸된 상태를 말한다. 더이상 윤회를 지속시킬 원인과 결과, 그 에너지가 다했기에 열반에 이른 존재는 더이상 윤회하지 않는다.
인간이란 무엇일까? 우리는 '나' 라는 존재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경험하고 그렇게 믿는다. 그러나 유명한 애니메이션 '공각기동대'에 등장하는 주인공처럼 '나'라는 의식이 무엇인지 고민해 볼 수 있다. 물론 여기서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있는 나는 있다. 그것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고타마 붓다 당시 인도에 있었던 브라만교에서는 모든 사물에 변하지 않는 궁극적 실재인 아트만이 있다고 말했다. 이 아트만이 무지와 무명에 가려져 있으면 고통에 놓이고 깨어나서 참나를 깨달으면 성자가 된다. 우리에게 익숙한 요가의 본래 목적 역시 아트만의 깨어남, 아트만과 우주적 실재인 브라만과의 합일을 위한 수행이다. 반면 불교는 만물이 서로를 의지하여 존재할 뿐 불변하는 실재는 없다고 말한다. '나'라는 존재도 실은 색수상행식이라는 5가지 무더기가 조건에 따라 잠시 모여서 이루어진 것일 뿐, 조건이 다하면 다시 자연으로 돌아가게 된다. 즉 변하지 않는 궁극적 실재로서의 나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런데 변하지 않을 것처럼 자신이 존재한다고 생각하고, 변하지 않는 관계가 존재라도 하듯이 사람을 대하다가 인간관계에서 상처를 받거나 분노하며 스스로의 마음에 재차 독화살을 쏜다. 지혜에 이르지 못해서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사실을 발견하지 못하고, 자신이 생각하던 대로 모든 것이 돌아가야 행복하다고 믿다가 자신의 생각과 다른 상황이 펼쳐지면 고통받게 되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무지이며 고통의 원인이 된다. 본래 영원한 것은 없다는 진리를 단순한 지식이 아니라 전인격적으로 깨달으면 지혜가 된다. 지혜를 가진 자는 외부에서 쏘는 첫번 째 화살은 맞더라도 스스로에게 두번 째 독화살을 쏘지 않을 수 있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사리뿟따 마하테라의 에피소드처럼 말이다. 아라한이 되면 일반인들의 눈으로 보기엔 남에게 당하고 사는 바보 혹은 저항하지 않는 어린 양처럼 보일 수도 있을 것같다. 그럼에도 인간 삶의 희노애락은 잘만 활용하면 깨달음으로 가는 방편이 된다. 불교 용어로 말하자면 무상, 고, 무아를 발견하는 도구가 됨을 알려준다.
나는 불교 신자가 아니다. 다만 인간으로서 같은 고민과 고통을 나눈 고타마 붓다의 삶과 가르침 속에서 인간적인 공통점을 발견하고, 그를 위대한 인간으로 생각하기에 불교에 담긴 가르침과 수행에 관심이 있다. 나는 불교에 대해서 여전히 모르는 내용과 빈 구멍이 많다. 그런데 이 소설을 통해서 불교와 붓다의 가르침을 다시금 쉽게 정리할 수 있었다. 소설을 읽으며 불교에 대해서 공부한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무협지처럼 재미있게 시간가는 줄도 모르고 읽었으니까. 3대 불교 경전의 핵심 내용들이 에피소드에 잘 담겨 있기도 했다.
소설 속에서 고타마 붓다로부터 "그대는 장차 붓다가 되리라"는 이야기를 듣게 되는 인물은 여러 사람에게 상처를 준 사람이다. 붓다의 제자도 그가 거듭난 존재가 되리라는 사실에 의심을 품는다. 그러나 붓다는 말한다. '비록 겉으로 보기에는 지은 죄업이 수미산보다 더 커 보일지라도, 마음은 오히려 낮은 데로 떨어짐으로써 높은 데로 올라서고, 지극히 어두워짐으로써 오히려 지극히 밝아질 수도 있다'고 말이다. 우리 인생을 잘 통찰한 표현같아서 마음에 잔잔한 감동이 흐른다. 보통 사람들은 자신이 가진 편견을 통해 겉모습을 보고 판단하고 단정짓기에 익숙하지만, 삶의 깊이를 깨달은 사람은 자신과 타인을 함부로 판단하지 않고 변화를 기대하며 희망을 바라본다. 큰 죄업을 지은 보잘 것없는 사람도 신보다 위대한 깨달음에 이를 수 있다. 이 책이 나에게 주는 메세지다. 나와 이웃에게서 지옥에 떨어질 악한 모습을 보기보다 붓다 같은 위대한 인물로서의 가능성을 발견하길 원한다.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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