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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종말 - 알아두면 잘난 척하기 딱 좋은 ㅣ 잘난 척 인문학
이용범 지음 / 노마드 / 2022년 5월
평점 :
죽음, 불멸, 영혼, 천국과 지옥, 윤회, 불가사의, 신, 신화, 종교, 종말 그리고 유토피아 이 독특한 주제들이 이 책에서는 빠짐없이 등장한다. 다만 신비주의적 믿음이나 오컬트적 관심은 뒤로 하고 인문학적 관점에서 여러가지 소재들을 독자들과 함께 나눈다. 따라서 어렵거나 쉽다는 말은 이 책과는 거리가 멀다. 다만 해당 주제에 관심이 있느냐 없느냐가 중요하다. 나는 이런 주제들을 좋아해왔고 그 덕에 이 책에서 논하는 많은 내용들이 낯설지 않다.
현대인들은 바쁘다. 직장 생활에 치여서 바쁘기도 하지만, 자신의 외적 조건과 타인의 모습을 비교하느라 정신없고 소셜 플랫폼이 만들어 내는 소식들로 인해 잠들기 직전까지 분주하다. 새로 나온 제품들을 소비하느라 바쁘고, 허세 가득한 누군가가 인스타에 올린 맛집과 명소를 찾아다니느라 바쁘다. 우리는 그렇게 바쁜 일상에 길들여진 시대를 산다. 그래서 얻는 즐거움이 있는 반면 잃는 기회비용 역시 존재한다. 그것은 우리 삶과 죽음 그리고 신비에 대한 진지한 물음이다. 언제부턴가 이 책에서 다루는 주제들은 우리 삶의 현장 한 가운데 있지 않고 인문학이라는 분리된 영역이나 종교적 공간으로 직접 들어가야 접할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인문학을 내 옆에 두고 산다.
유발 하라리는 말했다. 현생인류는 자연을 관찰하며 특정한 패턴을 찾아내는 동물이고, 보이지 않는 존재를 상상할 수 있게 된 동물이라고 말이다. 그 결과 인류는 종교를 탄생시키고 커다란 집단을 이루어 다른 동물, 심지어 다른 호모 속들까지 밀어내고 살아남아 문명의 발전을 이뤘다. 그리고 그 습성은 지금도 남아 있다. 이 책에 등장하는 많은 이야기거리들은 바로 인간의 그런 습성의 과실이라고 생각한다. 신이 이 세상을 창조했는지, 영혼은 존재하는지, 존재한다면 영혼은 옛 현인들의 믿음처럼 과연 윤회하는지, 아담은 배꼽이 있는지 없는지, 강의 범람은 신의 은총인지 아니면 오늘날 우리에게 익숙한 설명처럼 그저 자연의 순환으로 설명하면 충분한지, 이런 주제에 대한 관심은 결국 인간의 본성으로 회귀하게 만든다. 은하수를 보며 영혼들이 건너가는 강을 상상하거나, 하늘에 뿌려진 신의 모유를 상상할 수 있는 인간의 능력은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 안에도 여전히 잠재되어 있다. 과학과 합리주의라는 이름으로 지나치게 편향적이며 억제되어 있을 뿐이다. 그러나 과학이 인간이 가진 유용한 도구이자 힘이듯이 이 모든 주제들 역시 인간이 가졌던 그리고 가지고 있는 힘임을 말하고 싶다.
기원전 전국 시대를 살았던 순자는 기우제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기우제와 비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기우제를 지내지 않아도 비는 온다. 백성들은 기우제를 신령한 것으로 여기지만 군자는 형식을 갖추기 위해 기우제를 지낸다.'
순자는 현명했다. 기우제와 비를 연관시키던 군중들과 달리 자연과학적인 지식을 가지고 있었다. 동시에 기우제가 담고 있는, 인간 심성에 자리한 신비 추구와 욕망, 그것을 담은 형식을 통찰해냈다. 시대를 초월하여 이런 사람은 성인으로 불리기 마땅하다. 자연과 인간의 다양한 모습을 통찰할 수 있는 이런 힘은 바로 인문적 지혜로부터 나온다. 누군가 신앙을 가지고 있어도 좋다. 오컬트에 관심있는 사람도 좋다. 다만 이 책을 통해서 죽음과 삶, 미스터리, 윤회, 지옥과 천국 같은 다양한 주제에 대한 하나의 관점이 아니라 다양한 관점을 만나보길 바란다. 책을 읽다보면 곧 자신에 대해 깨닫게 될 것이다. 내가 알고 있던 세계가 매우 옹졸했고, 단편적이었다는 사실을 말이다. 다양한 문화권의 다양한 사람들이 가졌던 신화와 사고와 믿음을 통해서 인류의 다양성과 각자가 지녔던 지혜를 발견하길 바란다. 그 자체로 우리의 의식은 더욱 확장될 것이다.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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