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는 웹툰 작가, 한국어 교사 그리고 작가로서 살아가는 다재다능한 분입니다. 일본으로 어학연수를 가서 생활하다가 다시 영국으로 워킹홀리데이를 떠나서, 그곳에서 경험한 내용들을 자신 만의 섬세한 언어로 이 책에 풀어냈습니다. 한국과 일본 그리고 영국의 문화까지 섭렵한 그녀의 경험이 부럽네요. 활동적이고 도전적인 삶을 응원합니다.
영국은 4개의 독립적인 나라가 연합한 국가입니다. 가끔 잉글랜드를 영국과 혼동하기도 하지만 정확히는 영국의 본토인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웨일즈 그리고 바다 건너에 있는 북아일랜드를 모두 포함하여 영국이라고 부릅니다. 제겐 복잡한 왕권 계승 문제와 종교적 갈등의 역사로 흥미로웠던 나라이기도 합니다. 장 칼뱅의 종교개혁의 영향을 이어받아 형성된, 스코틀랜드의 장로교와 존 낙스 그리고 영국의 국교가 된 성공회와의 갈등은 영국에 대한 다큐나 드라마의 단골 소재로 등장하기도 하죠. 수많은 분쟁을 지켜보고 직접 치르다보니 영국의 국교는 '포용성'이라는 가치를 자신들의 정신으로 담아내게 되었습니다. 이것이 영국인의 국민성과 연결되어 다양한 문화를 일으킨 영국의 저력이 되기도 한 것은 아닐까 생각합니다. 실제로 영국은 산업혁명과 자본주의가 시작된 나라이자 해피포터와 반지의 제왕과 같은 유명한 소설과 문인들이 탄생한 곳이며, 비틀즈와 같은 가수들과 락의 발생지입니다. 다양한 영역의 문화, 경제, 종교, 세계사 속에서 지금까지 영향력을 발휘해 온 나라가 영국입니다. 그리고 그 속에서 저자가 경험한 일상 이야기가 잘 담겨 있어서 직접 가지는 못했지만 대리 만족할 수 있었습니다.
영국은 우리나라처럼 사계절이 있다고 합니다. 여름과 겨울의 기온 차가 극심하지 않아서 한국보다 적응하긴 괜찮은 곳같아요. 흐린 날이 많고 비가 오는 날이 많다고 인식되지만, 우리나라는 여름에 비가 많이 오듯이 영국은 겨울에 비가 많이 온다고 하네요. 이슬비 같은 비가 오는 경우가 많고 바람이 많이 불어서 우산을 잘 쓰고 다니진 않는다고 합니다. 그리고 영국을 이야기할 땐 음식을 빠트릴 수 없는데요, 마침 에피소드를 실어두어서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특히 한국에서 여러 사람들에 의해 맛없기로 소문난 피시앤칩스는 사실 맛이 없다기 보다 한국인의 입맛에 잘 맞지 않는 음식이라고 하네요. 맵고 짠 음식에 익숙한 한국인에겐 아쉬운 음식인거죠.
영국의 발음은 미국식 영어에 익숙한 우리들에게도 낯선데요, 저자도 그런 경험을 나누고 있습니다. 해변을 뜻하는 'Beach'는 조금 길게 발음해야 영국인들이 알아듣는데, 만약 짧게 발음하면 bit**라는 욕으로 들리기에 깜짝 놀랄 수도 있다고 합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해리 포터'도 영국식으로는 'a', 'o'의 발음 차이로 인해서 '하리 퍼타'에 가깝게 발음한다고 합니다. 한국식으로 '해리 포터'라고 발음하면 영국인들은 'hairy porter' 그러니까 털복숭이 짐꾼으로 들린다는 이야기에 한참 웃었습니다. 저도 예전에 영어공부를 할 때 미국식 'water' 발음에 익숙한 나머지 영국식 'water'를 한참이나 알아듣지 못했던 기억이 나네요.
다른 문화를 경험하는 건 매우 값진 일인 것같습니다. 멕시코에서 생활한 어떤 분이 말하길, 다른 나라에서 살아보니 자신이 가졌던 한국인의 사고와는 다른 또 하나의 사고체계를 하나 더 가져서 인생을 사는데 도움이 된다고 이야기하더군요. 한국에서는 지각하는 사람을 싫어하고, 누군가 지각을 하면 그것에 대해 불쾌감을 표시하는데 에너지를 소비하느라 지쳤는데, 멕시코에선 거의 다 지각을 하더랍니다. 그런데 지각을 해도 서로 여유롭게 이해하는 그들의 문화를 경험하면서, 지각은 좋은 일은 아니지만, 그것 때문에 남은 하루를 불쾌한 감정에 쏟지 않고 넘길 수 있는 여유와 비결을 배웠다고 하네요. 영국에서 생활하는 저자도 비슷한 삶의 가치와 지혜를 나누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중산층의 기준이 무엇인지를 물으면 삼십 평 아파트, 월급은 오백이상 등과 같은 물질적 조건에 치우친다고 합니다. 그런데 영국 옥스퍼드 대학에서 제시한 중산층 기준에는 페어플레이, 자신의 신념을 가지기, 약자를 두둔하고 강자에 대응하며 불의에 의연히 대처하기와 같은 조건들이 등장한다고 합니다. 제가 지향하는 가치이기도 하지만 한국 사람으로서 놀라웠고, 국민들이 그런 가치를 지향할 수 있는 국가가 존재한다는 점에서 느낀 바가 많았습니다.
이 책은 영국 워킹홀리데이에 대한 이야기, 영국 문화에 대한 호기심을 가진 분들 그리고 영국 여행을 준비하는 분들 역시 재미있게 읽으실 수 있는 책이라 생각합니다. 영국으로 떠나기 전에, 영국으로 떠나고 싶은 분들께 이 책을 추천하고 싶네요.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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