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로 여행을 떠나 보신 적 있으신가요? 저는 정서적으로 북미나 유럽은 익숙한데, 중남미는 상대적으로 알지 못했습니다. 멕시코라고 하면 잉카문명과 그 유적지나 남미의 축구 강국 정도로만 알고 있었죠. 이 책은 그런 멕시코로의 여행을 넘어서 여행 작가로 활동하시는 남기성 씨의 이민 생활기를 담은 책입니다. 작가분께서 이민을 결심하게 된 계기, 이민 생활 그리고 다시 한국으로의 귀환이 담긴 인생 이야기이기도 하죠. 새로운 문화와 삶을 한국인의 시각으로 체험 할 수 있어서 흥미롭고, 그들의 생활과 문화를 배울 수 있는 계기도 되는 것 같습니다.
한국에서의 쳇바퀴 도는 것 같은 삶을 살아가다 보면, 한 번쯤 찾아오는 로망이 있죠. 낯선 곳에서 살아보기. 대부분의 사람들은 로망으로 그치고 말건데, 작가께서는 모험심과 도전 정신을 발휘해서 결국 멕시코로의 이민을 결심합니다. 거기에 가족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보장된 직장이 계획되어 있던 것도 아닌데 과감하게 실행으로 옮긴 것이 놀랍네요. 사실 이런 걸 계산하다가 그저 시간만 흘려 보내는 게 우리 대부분의 인생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때론 과감하게 행동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낯선 곳에서 경험하게 되는 가장 큰 문제는 언어일텐데, 3개월간의 스페인어 어학연수를 통해서 기본적인 의사소통 준비를 마치고 현지인과 부딪치며 더 많이 배우면 된다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저라면 겁부터 먹었을텐데 말이죠. 멕시코인들이 스포츠를 좋아해서 괜찮은 스포츠 의류를 팔면 좋겠다는 판단을 하고 현지에서 가게도 내셨다고 하네요. 가게를 운영하며 본격적으로 겪게 되는 에피소드들이 재미 있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책을 읽었습니다. 제가 느낀 건 어디에나 사람 사는 곳은 비슷하다는 점입니다.
흥할 때도 있고, 흥할 때가 있으면 쇠할 때도 있는 것 같습니다. 사업을 확장하려다가 손해를 보고 음식 가게를 접어야 했던 이야기, 좀도둑과의 추격전 그리고 타지에서 경험하는 이방인으로서의 소외감과 씁쓸함이 마치 제가 이민 생활을 했던 것처럼 흡입력있게 다가왔습니다. 화끈하게 놀 줄 아는 습성을 가진 멕시코인들, 그들에 대한 신용과 약속 개념 그리고 식민지 시절 지배자였고 여전히 부유한 사람들이 많은 스페인 후손들 그 중간에 있는 혼혈 그리고 얼굴이 보다 검은 원주민으로 나뉘는 계층적 구조와 삶의 풍경까지 생생하게 표현해 놓으셔서 생동감 있게 책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만약 단순한 중남미 여행 서적을 읽었다면 결코 깨닫지 못하고 알지도 못했을 그들의 실제 삶을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하고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긍정적이고 밝은 이야기들로만 포장하지 않고 삶을 진솔하게 써내려 간 글들이 제겐 매우 좋았습니다.
작가님은 칸쿤에서의 이민 생활을 다음과 같이 정리하시는데, 더 넓고 다양한 세계를 경험한 사람들의 열린 마음 같이 느껴지네요.
"앞으로 나에겐 또 어떤 삶이 펼쳐질까? 하지만 나는 오늘도 달려야 한다.... 누구의 삶이 옳고 누구의 삶이 그르다고 말할 수 있을까? 나의 생각과 맞지 않는 일이라고 핀잔을 줄 수 있을까? 누구의 삶이 옳고 그름이 없듯이 그들이 선택한 삶이 행복하면 최고인 것이다. 오늘도 달리면서 다른 삶을 보지만 나에게 달릴 수 있는 원동력은 멕시코 이민 생활이었다."
저도 무척 공감합니다. 옳고 그름은 없으며, 모두 행복도 불행도 스스로의 선택이라고 믿고 사는데 비슷한 이야기를 나눠주시네요. 멕시코에 대한 이야기 뿐만 아니라 삶의 다양한 흔적들이 포장없이 잘 담긴 책이기에, 여행기 뿐만 아니라 에세이, 수필기를 좋아하시는 분들도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칸쿤은 신혼 여행을 준비하는 분들에게 특히 인기 있는 멕시코의 관광지라고 합니다. 작가님은 후에 의류 가게를 접고 여행 가이드를 하며 현지에서 주로 한국인들을 상대하는 여행사를 운영했다고 합니다. 지금은 가족과 함께 한국으로 돌아와서 여행 작가로 변신하셨는데요. 그 실력이 이 책에 고스란히 녹아있습니다. 중남미의 명소와 명물들, 그리고 꼭 체험해봐야할 것들을 책에서 잘 소개하고 있으니 중남미 여행이나 방문을 계획하시는 분들은 꼭 한번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서평단 참여로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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