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시작하는 논어 - 지혜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인생 공부 슬기로운 동양고전
김세중 지음 / 스타북스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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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춘추시대는 주나라의 봉건제도가 붕괴되고 사회 혼란이 야기됨에 따라 봉건 제후들이 자신들의 입지를 견고하게 만들기 위해서 여러 인재들을 등용하던 시대입니다. 시대는 혼잡하고 백성들은 전쟁의 불안으로 인해 고통스러운 시대였지만, 그로 인해서 다양한 사상이 경쟁하고 세상 밖으로 드러날 수 있었던 시기이기도 합니다. 제자백가들중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공자는 그 명성과는 달리 외적인 기준으로만 보지면 당 시대에 그리 성공한 인물은 아닙니다. 노나라의 관리가 되어 활동하기도 했으나 자신의 뜻을 온전히 펼칠 수 없게 되자 여러 제후국들을 돌아다니며 적합한 군주를 찾으려 애쓰기도 했습니다. 그 가운데 그는 많은 제자들을 키울 수 있었고, 마치 소크라테스처럼 제자들의 노력에 의해 그의 흔적은 오늘날까지 살아남아 '논어'를 통해서 우리가 만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위대한 인물은 생전에 제대로 인정받기 어려운 것 같습니다. 후대에 와서야 동서양이 주목하는 성인으로 인정받는 것을 보면 말이죠.

논어는 공자의 대담과 어록을 모은 책이자 유가 경전입니다. 지금의 우리는 스토리텔링에 익숙한 문화 속에서 살아가지만, 옛날에는 구전되던 이야기들이 스토리텔링되어 기록되기 전에, 해당 인물의 어록과 그 모음집이 남아서 마침내 기록되고 전달된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고전 작품들에서 만날 수 있는 흔한 현상입니다. 단편적인 어록들이 모이고 그 어록들에 이야기들이 붙기 시작하면서 하나의 긴 서사와 스토리가 만들어지죠. 이런 현상은 사실 상식적인 이야기인데, 불경도 그러하고 성서도 사실 그러합니다. 그리고 지금 이야기하는 논어 역시 그런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경전에는 여러 시대의 조금씩 다른 배경과 해석과 전달 과정 속에서 때론 비일관적인 내용들이 발견되기도 합니다. 이런 사실을 알면 다른 고전 작품들 뿐만 아니라 논어 역시 흥미롭고 보다 객관성 있게 읽을 수 있습니다.

논어를 읽을 때 사람들이 가장 많이 받는 유혹은 해당 문구들을 개인적인 삶과 직접 연결해서 해석하려는 것입니다. 이는 유가의 경전인 논어 뿐만 아니라 다른 고전 작품과 다른 경전을 읽는 사람들과 종교인들에게서도 흔히 발견되는 현상입니다. 물론 이것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닙니다. 필요한 태도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해당 구절이 담기게 된 배경 지식없이 읽다보면, 본래 목적과는 달리 어느새 자기 개발서가 되버린 걸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자기 개발서를 읽는 것이 목적이라면 시대와 문화 배경이 다른 딱딱한 고전보다는 차라리 현대의 기법적으로도 화려하고 공감가는 책들이 훨씬 나을 것입니다. 이 책은 바로 이런 부분들을 책 내에서 잘 보완해주고 있습니다. 단순하게 논어의 구절들을 우리말로 번역해서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해당 명언과 얽힌 이야기를 들려 줍니다. 논어를 읽을 때 필요한 역사적 배경을 이해하라는 것이죠. 그리고 관련된 다른 역사적 이야기들을 들려줌으로써 해당 명언들이 역사속에서 어떻게 전달되고 변천되어 적용되었는지를 독자들에게 보여줍니다. 책에 등장하는 예를 하나 살펴 볼까요?

공자는 인을 행함에는 스승에게도 양보하지 않는다는 '당인불양'을 말했습니다. 그런데 당인불양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자신에게 이익이 되면 어떤 일도 서슴지 않는다'는 의미로 바뀌어졌다고 하네요. 이에 해당되는 사건으로, 주 양황 13년에 송, 제, 초 삼국 제후가 모여서 동맹 협약을 맺으려 했습니다. 함께 주 왕실을 섬기며 전쟁을 그만두자는데 뜻을 같이 합니다. 이때 제후들 간에 맹주를 결정하는 문제로 시비가 붙는데요, 초 성왕이 기회를 노려 미리 무장시킨 군사들을 동원해 제후들을 제압하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이 사건이 강한 인상을 남기고, 강한 국력에 힘입어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일 앞에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던 그를 표현하는 말로 변천된 것이죠. 재미있는 이야기입니다.

이 책은 논어에서 유명한, 핵심 명언들을 잘 소개하기에 논어를 처음 읽는 분들에게 특히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이런 명언이 어떻게 탄생했으며 공자의 삶은 어떠 했고, 시대 속에선 어떤 관련 사건들이 일어났는지를 알 수 있다면, 논어라는 책이 더이상 딱딱하고 어려운 고전으로만 다가오진 않을 것입니다. 논어를 보다 쉽게 읽기 원하는 학생들, 인문학을 사랑하는 사람들께 이 책을 추천드리고 싶네요.

-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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