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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모든 행동 표현의 영어 ㅣ 거의 모든 시리즈
서영조 지음 / 사람in / 2022년 3월
평점 :
영어를 포함한 외국어를 공부하면서 이런 생각을 해보신 적 있으신가요? 우리들은 학교에서 수년 ~ 수십년을 배워도 영어, 외국어가 여전히 어려운데 원어민 아이들은 어떻게 모국어를 쉽게 배워나갈까? 언어학자들 중에는 언어 학습에 대해 아이들만 갖추고 있는 특별한 능력이 있다고도 말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럴수도 있겠죠. 그런데 아이들이 자라는 것을 관찰해보니, 머리 속에서 뭔가 명확해지는 것이 있었습니다. 아이들은 처음에 옹알이를 시작해서 어설픈 발음을 따라하다가 점차 자신의 주위를 둘러싼 대상들을 발견하고 가리키고 표현하는 식으로 표현의 범위를 넓혀간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가령, 제가 전공한 분야의 원서를 당장 가져와서 원어민 아이와 이야기한다면 아이는 거의 한마디도 하지 못할 것입니다. 그런데 저와 아이를 둘러싼 여러가지 사물에 대해서 묘사하라면 상황은 역전될 것입니다. 저는 '유튜브를 1.25배속으로 본다'는 표현도 잘 떠오르지 않지만, 원어민 아이는 저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신이 나서 여러가지 것들을 한참 떠들어댈 것입니다. 특정 분야의 지식은 제가 많겠지만 원서로 공부할 수 있다고 그에 대한 언어에 익숙하거나 잘 하는건 아닌거죠.
그래서 제가 깨달은 비법은 이러했습니다. 아이처럼 틀려도 부끄러워 하지말고 입으로 제대로 발음할 수 있을 때까지 계속 따라하기, 그리고 내게 익숙한 대상이나 표현부터 시작해서 점차 확장해나가기. 결론적으로 비록 나이가 든 성인일지라도 다른 언어를 배울 때는 아이가 되었다는 생각으로 하나씩 처음부터 내게 익숙한 대상을 반복해서 표현하고 확장해나가는게 영어를 가장 정석적이면서도 빠르게 배워나갈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생각하게 되었지요. 영어 학습에 관련된 책들도 그랬으면 좋겠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리고 "거의 모든 행동 표현의 영어"라는 책이 바로 그런 책입니다.
이 책은 총 3부로 나뉘어 있습니다. 전체 주제는 '행동에 대한 표현'입니다. 한국어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서술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서술어가 뒤에 위치하는 한국어 특성으로 인해서 '한국말은 끝까지 들어보라'고 농담처럼 말하죠. 그런데 영어를 배울 때도 저는 동일하게 서술어에 대응하는 동사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이 언어를 배울 때 주로 관찰하는 건 캐릭터의 형태나 동작입니다. 그리고 부모나 주위 사람들의 행동들을 묘사하는데 아이들은 열중합니다. 영어에서도 전치사나 부사 같은 것을 빼버려도 어느 정도 의미는 통하지만 동사나 서술적 표현이 빠지면 의미 전달이 되지 않습니다. 이 책이 왜 행동표현에 집중하는지 저는 무척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1부에서는 신체를 사용한 행동에 대한 표현을 알려줍니다. 2부에서는 일상 생활 속의 행동을, 3부에서는 사화 생활 속의 행동 표현을 다룹니다. 하나가 익숙해지면 점차 외연을 넓혀가며 경험하고 표현하는 아이의 자연적인 학습 경로처럼 이 책 역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저자는 다음 내용을 강조하는데요, 눈에 익숙하다고 자신이 그 표현에 익숙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가령 '머리를 풀다' 는 영어로 어떻게 표현해야할까요? '머리를 쥐어뜯다'는 표현은 또 어떻게 표현해야할까요? 저는 '머리를 감다' 혹은 '머리를 자르다'는 표현은 익숙하고 바로 떠올랐지만 위의 표현은 바로 떠오르지 않더군요.
'머리를 푸는' 상황은 자주 일어나지만 저는 제대로 몰랐던 것이죠. 답은 'let one's hair down' 입니다. '머리를 쥐어뜯다'에는 'tear'를 사용합니다. 'tear one's hair out' 하나씩 나누어서 보면 참 익숙하고 쉬운 단어들인데 막상 문장으로, 언어로 표현해보라고 하면 막힘입니다. 이런 한국인의 약점을 잘 알고 책을 만든 것같아서 책의 내용이 저는 매우 만족스럽더군요.
여러가지 행동에 대한 표현을 단순 암기하기 보다, 답을 보기 전 아이콘을 보면서 제가 먼저 예상하며 책을 공부해가니 더욱 재미있더군요. '아이를 말로 타이르는 장면의 아이콘을 보고 어떤 단어를 써볼까? (persuade~) 하며 문장을 만들어 본 뒤, 실제로 사용하는 표현인 'reason with~, persuade~' 를 확인하는 식으로 하면 더 잘 기억되고 재미있게 학습할 수 있습니다.
책은 반드시 앞에서부터 차례대로 읽을 필요는 없습니다. 각 상황에 맞게 해당 챕터로 가서 그 챕터를 먼저 공부하고 다른 챕터를 공부해도 문제없도록 각각의 주제들이 잘 배치되어 있습니다. 영어 공부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특히 영어에서 행동 표현에 대한 중요성을 발견한 사람이라면 학생부터 성인 모두 읽어볼만한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영어공부에 관심 많은 분들께 강추합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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