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순간에 대한 탐구 깨어있음 - 틱낫한과 에크하르트, 마음챙김으로 여는 일상의 구원
브라이언 피어스 지음, 박문성 옮김 / 불광출판사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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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책은 도미니크수도회 소속의 브라이언 피어스 신부가 틱닛한의 사상과 에크하르트의 사상을 통해서 종교 간의 접점을 찾고 대화 가능성과 영성을 논하는 책이다. 따라서 이 책에서 드러난 틱닛한의 사상을 불교 전체의 입장으로 오해하거나 에크하르트의 사상을 기독교 전체의 입장으로 오해해서는 안된다. 불교와 기독교는 2000년이 넘는 역사 속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지금까지 이어져온 종교다. 본래 기독교나 불교의 모습이 어떠했는지에 대해서는 각 교파와 학자들 간의 많은 의견 차이가 존재한다. 더불어 지금 내가 알고 있는 각 종교의 모습이 이들 종교의 전체적인 모습도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남겨진 자료들과 추측을 통해서 과거를 돌아보며 우리는 다만 현재를 살 뿐이다. 우리는 부분적으로 알고 부분적으로 가능성을 찾고 있다는 사실 앞에 정직해져야 한다.



종교 간의 대화는 쉬운 주제가 아니다. 우리가 '기독교'라고 부르는 종교 안에도 크게는 로마 가톨릭, 동방 정교회, 그리고 성공회와 개신교가 존재한다. 여기서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더 말할 것도 없이 매우 복잡한 차이가 존재한다. 불교 역시 지금까지 전파되며 다양한 사상과 깨달음을 가지고 있다. 하나의 종교 안에서도 마찰과 갈등이 존재하는데 타종교와의 대화가 가능할까?



가능성은 있다. 다른 점에 주목하지 않고 같은 점, 유사하고 공유가능한 지점에서 대화를 시작하는 것이다. 그 지점이 어딜까? 브라이언 피어스 신부는 관상기도의 전문가다. 관상기도는 그리스도를 '관'하는 기도이자 기독교 전통의 오랜 역사를 가진 영성수련법이다. 기독교식 명상훈련법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겠다. 따라서 그가 종교 간의 대화 속에서 영성을 꺼내든 건 우연이 아니다. 에크하르트의 사상은 조직신학과 각 교파의 교리를 논하기보다 그리스도를 직면하려 한다. 교리의 형성과정과 분열의 역사보다 그리스도 안에 잠기려 한다. 이런 지점에서 에크하르트는 피어스 신부가 지향하는 점과 닿아 있다.



그리고 우리가 '마음챙김'이라고 부르는 것은 현재에 깨어있는 상태다. 다만 판단을 중지하고 모든 대상을 의식적으로 깨끗한 마음과 지혜로 보는 것이다. 한마디로, 지금 여기에서 깨어있는 것이다. 수행자는 마음챙김을 통해 무의식적으로, 습관을 따라, 업을 따라 행해왔던 모든 행위와 마음을 관찰한다. 그러한 수행을 통해서 마음챙김의 수행자는 자신과 세상을 다시 바라볼 수 있다. 마치 세상에 처음 나와서 모든 사물을 바라보는 아이처럼, 평범하던 일상에서 새로움을 발견한다. 나라고 생각했던 것이 깨어지고, 없다고 생각했던 것이 존재함을 알고, 우리는 독립적으로 살고 있지 않고 서로 'interbeing' 으로 존재한다는 사실을 보게 된다. 바로 그 지점이 영성의 자리이고 신성과 만나는 지점이다. 성서에 기록된 것처럼 평범했던 일상 속에서 예수를 만난 자들은 새 삶을 얻고, 이전의 삶을 버리고 새로운 세계관 속으로 들어간다. 영성을 추구하고 신성이 드러나는 자리에서는 그런 일들이 항상 일어난다. 자신의 현존, 지금 여기에서 하느님의 아들, 예수를 만나는 순간이 바로 지금 여기에서 깨어있는 삶과 만나고 통하는 것이다.



현세에 충실하든 사후에 충실하든 모든 위대한 종교는 영성의 추구라는 접점과 만난다. 깨달음이든 신이든 비아든 무아든 그로 인해 퍼져가는 사랑과 평화와 자비는 모든 종교가 도달하는 상태이자 일상에서 발현되어야 할 태도이기도 하다. 따라서 피어스의 글에는 이러한 향기가 가득하게 된다. 그는 틱닛한과 에크하르트라는 필터를 통해서 종교가 추구하는 영성을 본다.



종교 통합과 종교 간 대화는 다르다. 마음을 열고 겸손히 경청하려는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은 종교 간의 대화를 통해서 영성을 나눌 수 있다. 우리는 서로 다르나 같은 인간이기에, 다양한 문화와 종교적 배경을 가지고 각자의 길을 걸어왔음에도 공유하고 나눌 수 있는 지점이 존재한다. 추우면 불을 갈구하고 배고프면 음식을 원하는 것처럼 인간의 마음엔 영원을 사모하는 영성이 자리하기 때문이다. 더불어 각 교파의 신학이나 교리 역시 그 나름의 존재 이유와 가치가 있었음을 사실을 기억하자. 엄밀한 의미에서 영성은 객관의 사실이라기보다 자신의 경험에 대한 '해석'이다. 자신의 경험을 무엇보다 우선하는 객관으로 만들려고자 하는 시도는 반드시 타인을 파괴하게 된다. 영성을 추구한다는 자들이 다시 파벌을 만들고 갈라져서 옳고 그름으로 싸우는 이유중 한가지는 여기에 있다. 영성을 추구하더라도 영성의 대화가 또다른 판단의 기준이 되어서는 안된다. 다만 우리의 껍질, 우리의 우물을 벗어나 더 넓은 지혜를 경험하길 원한다. 이 책을 통해 다른 사람들도 그런 지혜를 만나길 원한다. 다만 겸손히 자신의 위치와 상태를 살필 수 있는 방편이 되면 참으로 값어치 있을 것같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서평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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