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 속의 엄마를 떠나보내다 고블 씬 북 시리즈
남유하 지음 / 고블 / 2021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고블'에서 멋진 소설이 나왔습니다. 약 120페이지의 얇은 책이라서 그런지 앉은 자리에서 다 읽어버렸습니다. 재미있네요. 이 소설의 장르는 조금 복잡한데, 판타지 고딕 호러 소설입니다. 남유하 작가의 작품이고요. 한낙원과학소설상을 수상한 경력이 있습니다.



장르가 '고딕 호러'라고 해서 지나친 공포를 유발하지는 않습니다. 등장하는 마을의 분위기나 벌어지는 사건이 으시시하다고 할까요? 저는 작가의 글솜씨에 취해서 그런지 신비로운 분위기의 마을과 사건들이 매력적으로 다가오더군요.



이 소설은 계속해서 겨울만 반복되는 마을에서 벌어진 내용을 다루고 있습니다. 원래는 계절이 순환했던 지역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겨울만 계속되는 기이한 마을이되어 버렸죠. 이 마을에는 사람이 죽으면 물을 부으면서 장례를 치르는 관습이 있습니다. 그렇게 얼어버리면 얼음 속에 고인을 보관할 수 있게 되죠. 그 관을 집 앞에 세워두고 오가며 기억하고 그리워하는 관습을 가진 마을입니다. 마을 사람들은 그렇게 죽은 사람은 '에니아르'가 된다고 믿습니다. '에니아르'는 쉽게 말해 가족과 마을을 지켜주는 수호신같은 존재죠. 그렇게 보관하다가 죽은지 60년이 지나면 '망자의 동굴'로 관을 옮깁니다. 거기서 얼음 관은 조각으로 부서져 빛이 되어 하늘로 올라간다고 사람들은 믿고 있습니다.



주인공인 소녀 '카야'는 엄마를 떠나보내고 슬퍼합니다. 붉은 머리카락을 가진 얼음 관 속의 엄마를 보며 매일 그리워하죠. 마을은 주어진 환경 때문인지 발전하지 못했고 경제적으로 낙후되어 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어느 날 이 마을에 스미스 일가의 사람들이 찾아와 배양육 공장과 철도를 건설합니다. 그 덕에 마을 사람들은 취업하고 생계를 이어갈 수 있게 되었죠. 그런데 어느 날 스미스 씨는 지나가다가 얼음 관 속의 카야 어머니를 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곤 마치 물건처럼 그 관을 구입해서 자신의 집에 전시하고 싶어합니다. 카야의 아버지는 갈등하게 되죠. 결국 관은 스미스 씨의 집으로 옮겨 집니다. 그리고 여러가지 사건들이 발생합니다.

이 소설은 카야의 성장 소설이기도 합니다. 아무리 고인이 되었다지만 남겨진 육체가 담긴 관을 사서 집으로 가져가려 하다니요,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못한 이에게 닥친 슬픈 일이죠. 어린아이를 벗어나려하는 카야에게 닥친 이런 시련은 인간의 이기심과 본성이 무엇인지를 잘 드러내는 도구가 되네요. 그리고 섬세하게 변하는 카야와 주변 인물들의 심리묘사는 신비하면서도 으시시한 이 소설 전체의 분위기와 잘 어울려 한층의 재미를 더하고 있습니다. 더이상의 내용은 스포가 될 수 있으니 자제하겠습니다.



이 책의 분량이 작다는 게 너무 아쉽습니다. 카야는 마지막 장면에서 은빛 늑대와 함께 새로운 삶을 찾아 길을 떠나는데요, 더 흥미진진한 일들이 벌어질 것같아서 뒷이야기가 더 궁금해지네요. 후속편이 계속해서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환상문학을 좋아하시는 분, 신비한 분위기의 고딕 호러가 무엇인지 느껴 보고 싶은 분께 추천드리고 싶네요. 머리 속에 절로 그려지는 마을 분위기와 열롱하고 투명한 얼음 관을 바라보고 있으면 다른 분들도 분명 환상적인 기분에 사로 잡히게 될 것입이다. 그리고 남유하 작가님, 후속편도 내주실꺼죠? ㅎ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얼음속의엄마를떠나보내다

#남유하

#Goblethinbookseries

#고블

#환상문학

#컬처블룸

#컬처블룸서평단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