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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혹하는 이유 - 사회심리학이 조목조목 가르쳐주는 개소리 탐지의 정석
존 페트로첼리 지음, 안기순 옮김 / 오월구일 / 2021년 12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제가 개소리에 관심을 가지게 된 건 학창 시절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그 시절 저는 종교적 신념을 핑계로 생물의 진화를 부정하고 사이비 과학을 맹신하는 사람들을 자주 접했습니다. 아무리 많은 과학적인 자료를 제시하더라도 그들은 결코 듣지 않았죠. 심지어 "화석은 인간이 창조된 것이 아니라 진화된 존재라고 믿게 만들기 위해 악마가 의도적으로 만들어 땅에 심어둔 조형물(?)"이라고 주장하는 분도 직접 만났습니다. 한 때는 저도 혹했지만 지금은 그런 이야기들이 한낱 개소리임을 잘 알고 있습니다. 바르게 제대로 아는 것이 힘입니다. 진리를 선포한다는 그들의 주장과는 달리 객관적인 사실 앞에 정직하지 않고, 자신과 다른 주장을 하면 악마적인 것으로 몰아가는 태도에 저는 실망만 쌓여 갔죠. 그런 건 인간적인 아집과 고집일 뿐, 진리는 결코 그런 방식과 그런 태도를 가진 집단으로부터 나오지 않는다는 교훈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왜 개소리를 할까요? 거기에 쉽게 현혹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개소리가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은 무엇일까요? 어떻게 하면 개소리로부터 거리를 유지하고 객관성을 찾을 수 있을까요? 이 책의 저자인 존 페트로첼리는 연구소를 세워 개소리에 대해(on bullshit)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사회심리학자입니다. 저자는 자신의 전문성을 발휘해서 개소리에 얽힌 다양한 이야기들을 풀어냅니다. 전문가적인 분석과 자신의 이론 만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주위에서 접할 수 있는 그리고 실제로 발생한 사건들에 해석을 곁들여 소개하기에 재미있게 책을 읽을 수 있습니다.
저자는 재미있게도 개소리에 꾀는 파리 지수를 만들었습니다. 개소리의 심각성에 따라 3단계로 나누어 구분했죠. 1마리의 파리가 꾀는 개소리는 불쾌할 순 있지만 상대적으로 해를 끼칠 가능성이 작고, 2, 3마리로 증가할수록 부정적인 결과를 유발할 수 있는 개소리를 말합니다. 가령 미국의 전 대통령인 트럼프가 코로나 바이러스 치료 방법으로 '소독약을 체내에 주입하면 어떨까?'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생물학이나 화학에 대해 조금의 지식이라도 가진 사람은 그의 이야기가 명백한 개소리임을 의심하지 않겠지만, 그의 영향력을 고려하면 개소리라도 많은 사람들을 위험에 빠트릴 수도 있죠. 이런건 파리 3마리가 꾀는 수준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저자는 확신은 위험하다고 합니다. '달에서는 만리장성이 보이지 않는다'고 아폴로 우주비행사가 밝혔음에도 여전히 달에서 만리장성을 볼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은 많습니다. 많은 전문가가 백신 접종은 꼭 필요하다고 이야기해도, 음모론에 심취하여, 백신에 인구를 줄이기 위한 독극물이 섞여 있다거나 백신을 맞는 사람들을 조종할 수 있는 나노로봇이 들어있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존재합니다. 그래서 우리가 듣는 이야기들에 의심하고 의문을 제기하라고 저자는 이야기합니다. 맹목성을 버리고 '어떻게' 라고 물을 수 있어야 하며, 권위에 호소하는 개소리가 들릴 때 잠깐 멈춘 후 비판적인 시각에서 접근할 수 있어야 합니다. 문제를 해결하는데 필요한 정보를 얻으려면 어떤 질문을 던져야 할지 알고 있는 사람은 섣부른 추측을 피하고 근거 없는 주장을 밝혀 낼 수 있습니다.
2년 전 쯤 출간 된 한스 로슬링의 "팩트풀니스"라는 책을 보면, 사람들은 제한된 정보를 받아들이고, 자신의 경험 안에서 세상을 해석하려는 경향이 있기에 선입관과 편견에 쉽게 빠진다고 합니다. 그래서 로슬링은 존 패트로첼리처럼 팩트를 강조합니다. 심증과 개인적인 경험을 넘어서 객관화된 통계와 자료를 통해 사실에 접근하라고 말이죠. 사람들이 증거와 팩트에 기초한 판단과 소통을 할 수 있다면 보다 합리적인 결정에 도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것이 개소리와의 거리를 유지해야하는 이유이자 나아갈 방향입니다. 보다 합리적이고 현명한 삶을 살아가기 위해 개소리 탐지를 시작해 보시는 건 어떨까요? 이 책이 길잡이가 되어 줄 것입니다.
- 출판사로 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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