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키아벨리즘의 오징어게임
빅토 비안코 지음, 김진욱 옮김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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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탈리아 사상가인 마키아벨리는 '군주론'을 썼습니다. 그의 책에는 목적주의적 처세술이 담겨 있는데 보통 사람들이 이것을 현실에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마키아벨리가 저술했던 당시와 지금은 시대 상황이 서로 다릅니다. 르네상스를 배경으로 탄생할 수 있었던 그의 저술은 기존의 기독교적 세력과 충돌을 일으킵니다. (표면적으로는 말이죠) 무엇보다 마키아벨리가 그의 저서에서 강조한 처세술은 통일을 지향하는 군주에게 바치기 위해 쓰였습니다. 군주가 행해야할 정치란 이런 것이다고 말하기 위해서였죠. 동양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습니다. 공자는 제나라 경공에게 정치에 관한 질문을 받자 "군군신신부부자자"라고 답했습니다. 군주에 관해서, 군주는 군주다워야 한다는 뜻이죠. 다시 말해 모두가 각자의 역할이 있기에, 군주에게 적용되는 역할과 도는 다른 이들과 구별된다고 말한 것입니다. 이 점은 마키아벨리와 공자의 공통적인 입장입니다. 다만 두 사상가는 어떤 가치를 지향할지에 대해서 서로 다른 입장을 가졌던 것입니다.



군주론에 대한 이런 배경을 이해한다면, 마키아벨리의 사상에 대해 대중들이 가지고 있는 맹목적인 오해는 줄어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따라서 저자인 빅토 비안코 만의 현실 처세술을 이 책에서 발견하게 됩니다. 마키아벨리즘의 영향을 받은 그는 보통 사람들이 추구해야 할 현실에서의 처세술을 열심히 선전합니다. 우리가 옳다고 믿고 있는 가치관, 존재한다고 믿던 도덕과 윤리 그리고 삶의 방식에 대해 다시 한번 질문을 던지는 마초적인 책입니다.



비안코는 기존의 종교적 윤리관에 반기를 듭니다. 니체 식으로 말하자면, 낙타와 같은 상태, 노예의 근성에 길든 윤리관을 직시하라고 말합니다. 왼뺨을 맞으면 오른뺨을 돌려 대는 것이 아니라 배로 갚아주어야 한다고 말하죠. 타인에게 양보하고 도덕적 계율을 따르고 고난에도 인내하다보면 신이 언젠가 나타나 보상해주고 갚아주리라는 믿음은 현실적이지 않다고 말합니다. 현실은 절대로 그렇지 않고 자신의 생존과 승리를 위해 악착같이 노력하고 처세한 자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저자에 따르면 종교적 윤리관은 약자를 위한 삶의 방식으로 제국주의적 식민지 사상에 물든 피지배인들의 삶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종교인들은 힘든 현실을 마주할 때마다 적극적으로 극복해나가기 보다 종교를 통해 현실에서의 심리적 아편을 즐기고 있다고 저자는 주장합니다. 현실에 대처해 나가는 점에서는 오히려 마이너스 요소가 되는 순간의 정신적 안정말이죠. 이런건 보는 관점에 따라 종교가 가진 순기능이자 상황에 따라서 역기능으로도 비춰질 수 있을 것같습니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더 비장하게 부모의 배경도 잘 이용할 줄 알아야 하며, 이웃을 향해 무한한 환대와 긍정의 힘을 발휘하지 말 것을 그는 말합니다. 가능하다면, 정보화 시대에 그 자체로 힘이 되는 정보들을 움켜쥐고 상대의 약점을 공략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그는 강조하죠. 책에 따르면 본래 인간은 투쟁을 위해 태어났습니다. 인간이 동물과 다르다는 말은 일종의 궤변이며 짐승보다 다한 투쟁적이 동물입니다. 이왕 한 번 사는 세상이니 움츠러들지 말고 배짱을 가지고 목표를 향해 나아가라고 말합니다. 세상에 태어난 것도 수억의 경쟁자를 물리치고 승자가 된 결과니까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승리자가 되라고 주문합니다.



"방황하면서 그늘 속에 한 세상 보내는 인생은 살아도 사는 것이라 할 수 없다. 살아도 죽은 것 같이 살 바에야 죽을 각오로 도전하여 인생의 승리자가 될 생각은 없는가?"



실제 분량은 약 200 페이지 정도의, 읽는데 오래 걸리지 않는 책입니다. 근래에 들어서 이렇게 강한 메시지를 직접적으로 던지는 책은 읽지 못했는데, 오랜만에 흥미롭게 책을 읽었습니다. 저는 삶에 정답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전통적 윤리관이나 기독교적 윤리관이 메타적으로 보편타당하게 실천되어야할 당위성을 가진 시대도 아니라고 생각하고요. 그래서 저자의 가치관도 존중하며 재미있게 볼 수 있었습니다. 이런 삶을 추구하든 하지않든 공감하는 부분이 있으니까요. 무엇보다 각자가 처한 냉혹한 현실을 깨닫고 각성하게 만든다는 점에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치열한 현실을 깨닫고 인생의 승리자가 되기 위해 발버둥쳐 본 사람이라면 이미 빅토 비안코의 인생관과 상당 부분 결을 같이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안온하고 지루한 현실에서 벗어나 새로운 자극을 추구하시는 분, 각성받고 싶으신 분이 있다면 이 책을 적극 추천하고 싶네요!



- 이 서평은 서평단 참여로 무상으로 책을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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