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물고 싶은 순간을 팝니다
정은아 지음 / 쌤앤파커스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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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주말마다 다니던 행로엔 조금 독특한 빵집 하나가 있었습니다. 지하철에서 내려 곧장 계단에 올라서면 항상 바람이 살며시 불어 왔었죠. 바람을 맞으며 지상으로 올라가다 보면 계단 중간에서부터 달콤하고 구수한 향이 바람을 타고 와 저에게 손짓했습니다. 향기의 손짓 끝자락엔 하얀 모자를 쓴 제빵사가 가판대 주위에서 분주히 움직이는 광경이 늘 펼쳐져 있었습니다. 향과 함께 마주했던 그 순간만큼은 제빵사가 아니라 뛰어난 조향사로 변해 있었고, 주말마다 그 곳을 지나갈 때면 저는 일부러 계단을 조금 천천히 오르곤 했습니다. 특별해 보이지 않는 지하철 - 계단 - 빵집으로 이어지는 그 공간이 제겐 특별한 공간으로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코 끝이 쨍해지는 맑은 날이 되면, 더 강렬하게 느껴졌던 탑노트의 그 달콤한 향이 떠올라 다시 그 공간을 생각나게 만듭니다.



프루스트의 명작인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는 주인공이 따뜻한 홍차와 마들렌의 독특한 향에 취해서 회상 속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그리고 이런 경험은 저의 경험처럼 소설 밖의 우리 삶의 간격 사이에도 비집고 찾아와 '프루스트 효과'를 일으킵니다. 프루스트 효과를 잘 활용하면 사소해 보이는 공간이라도 특별한 곳으로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사람들이 찾고 경험하고 싶은 공간, 그 공간을 바라보는 여러가지 분석과 시선 그리고 독특한 가치가 담긴 공간에 대한 기억이 "머물고 싶은 순간을 팝니다"에 잘 담겨 있습니다.


"저기 꼭 가보고 싶다"

"다음에 또 와보고 싶다"

공간을 꾸미는 사람들이 가장 듣고 싶어하는 말일 것입니다. 그러나 저자는 '이렇게 해야만 사람들이 많이 모인다'는 식의 정형화된 이야기를 펼치지 않습니다. 다양한 장소와 공간을 방문하고 연구하며 각각의 다른 배경과 상황 속에서 어떻게 사람들이 공간을 찾고, 그 곳을 특별한 공간으로 기억하며 그리워하게 되는지 이야기합니다. 환경을 생각한 공간, 과거 추억을 재해석한 뉴레트로 공간, 다품종 소량생산 체제에 걸맞는 공간, 감성을 제공하는 공간 등 다양한 방식으로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공간들이 등장합니다. 저는 제 추억 속 빵집이 왜 제게 특별한 공간으로 기억되는지 생각하며 책을 읽었더니 더 몰입할 수 있었습니다.


코로나 19로 인해 비대면 상황이 증가했습니다. 그래서 대면하는 공간에 대한 가치가 떨어졌다고 사람들이 생각하기 쉽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온라인에서 벌어지는 활동과 별개로 오프라인 공간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전과 다른 방식의 공간입니다. 구매를 위한 공간이 온라인으로 옮겨 가고 있다면 오프라인 공간은 소비자들의 공감과 경험을 형성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입니다.


위드 코로나 시대에 앞으로도 저는 다양한 공간을 찾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머물고 싶은 공간을 조금 더 눈여겨 보게 될 것 같습니다. 어떤 아이디어를 담은 공간인지, 왜 나는 여기서 편안함을 느끼는지, 다음에 또 오고픈 공간인지 한번 더 생각해 볼 수 있는 여유가 생겼습니다. 저처럼 주위 공간에 대한 호기심을 가진 분들 뿐만 아니라, 매장을 운영하거나 창업을 준비하시는 분들 역시 읽어보시고 도움될만한 아이디어를 얻으셨으면 좋겠네요.


- 이 서평은 서평단 참여로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작성했음을 말씀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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