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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는 인문학을 먹고 산다 - 인문학으로 인공지능 시대를 주도하라
한지우 지음 / 미디어숲 / 2021년 11월
평점 :
코로나19는 우리의 일상을 바꾸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는 원하든 원하지 않든 코로나 이전과 코로나 이후로 변화된 시대를 살아가게 될 것입니다. 우리가 지금 경험하고 있는 변화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앞으로 일어날 변화는 무엇일까요? 그리고 인류는 다가오는 미래를 대비할 지혜를 어디로부터 얻을 수 있을까요? 바로 역사를 통해서 우리는 교훈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이 책은 14세기 인류가 직면했던 흑사병과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코로나 19의 상황을 비교하고 나아갈 길을 찾습니다. 펜데믹한 흑사병의 창궐은 유럽의 인구와 산업구조, 그리고 생활 양식에 이르기까지 엄청난 변화를 몰고 왔습니다. 신 중심주의 사회에 대한 불신과 몰락, 인본주의의 등장과 르네상스, 르네상스 속에서 피어오는 가치관과 삶의 변화들이 마치 펜데믹한 코로나 19 창궐을 맞이한 지금의 우리 상황에 많은 부분에서 겹쳐 있고 그로부터 지혜를 얻을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위기는 부정적인 상황 만을 포함하지 않고, 위기라는 글자 속에는 기회도 숨겨져 있으니까요.
펜데믹한 질병의 창궐은 분명 우리 삶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동시에 사람들로 하여금 새로운 사실에 대한 각성을 일으키고, 빠르게 산업 구조 개편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마치 흑사병 이후 유럽 사회에서 인구가 줄어들자 노동자들에 대한 인식이 상승하고 부족한 노동력을 대체할 기술 개발이 이루어진 현상들처럼 말이죠. 저도 투자에 관심을 가지면서 세계의 여러 산업을 이끌고 있는 일류 기업들의 변화를 추적하게 됩니다. 이런 변화들의 중심엔 사람들의 생활 패턴 변화와 더불어 초연결망, 데이터 활용, 기후변화에 대한 위기 의식 확산이 등장합니다. 그리고 AI의 등장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AI가 더욱 발전하고 적극적으로 활용되는 세상이 오면 많은 사람들은 일자리를 상실할 것입니다. 어쩌면 상실된다는 표현보다는 노동으로부터 해방된다는 표현이 더 적절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기본 소득이 보편화되면, 남는 시간을 무엇을 하며 살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고 사람들이 살아갈 것입니다. 내가 커서 무엇이 되지? 어떤 직업을 가져야 하지? 하는 고민보다는, 나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행복한 삶은 무엇인가? 라는 질문이 우리 삶의 방향을 결정하게 될 것입니다. 집단적으로 더 성숙해지고 의미있는 미래 사회가 될 것같은 기대가 부풀어 오릅니다. 흥미롭게도 고대 수메르 신화에서는 신들이 노동으로 인한 노고에 시달리자 인간들을 창조해서 노동력을 제공하는 수단으로 삼았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기계와 AI를 통해서 '새로운 인간'을 창조합니다. 그것이 마냥 복이 될지, 아니면 오히려 뛰어난 AI에게 속박되는 영화 '매트릭스' 같은 미래 세상을 맞이할지는 지켜봐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미래의 모습을 생각할 때 염두해야할 것이 있습니다. 한번 스스로에게 질문해 보시기 바랍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우리는 무생물이 아닌 생물입니다. 그런데 생물이란 무엇인가요? 원자와 분자 수준에서 세포 내의 변화를 관찰하고 유전자를 연구, 조작할 수 있는 현 시대의 생물학은 이에 대해 뭐라고 답할까요? 답은 '한마디로 정의할 수 없다' 입니다. 생물학에서는 단지 생물이 가지는 특징을 통해서 생물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접근할 뿐입니다. 생물학을 잘모르는 사람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일 수 있겠지만, 생물학계에서는 상식적인 답변입니다. 그리고 정직한 태도일테죠. 재미있게도 우리는 우리가 속한 존재에 대한 정의 뿐만 아니라 우리가 살아갈 미래를 논하는 자리에서도 이런 난감한 상황은 일어납니다. 미래를 정확하게 그린다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작업이니까요. 과거 어떤 보고서 혹은 어떤 학자가 '미래를 정확하게 예측했다'는 식의 이야기들이 나돌지만, 실상을 들여다 보면 삶의 일부분의 묘사에 불과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렇게 여러 부분, 부분을 더듬고 짐작하며 다가오는 미래를 맞이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다가올 미래, AI 시대에 적합한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요? 저는 이 책을 읽으며 니체의 명언이 떠올랐습니다. 니체는 "네 삶이 춤이 되게 하라" 얘기했습니다. 춤추는 삶이란 관료제나 분업화된 산업구조에 적응해 온 삶과는 대조되는 삶입니다. 뭐라 쉽게 정의할 수 없고 연속적으로 변화하는 삶, 창의성이 발휘될 수 있는 어떤 틀에 얽매이지 않은 삶에 적합한 시대를 우리는 맞이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 창의성은 바로 격변기, 르네상스 시대에 그러했던 것처럼 인문적인 관심과 소양으로부터 나온다는 사실을 저자는 강조합니다. 다가올 미래가 궁금하신 분들은 이 책을 통해서 춤추는 삶의 지혜가 무엇인지 확인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 서평단 참여로 무상으로 책을 제공받아 작성했음을 말씀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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