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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으로 보는 돈의 역사 - 명화로 읽는 돈에 얽힌 욕망의 세계사
한명훈 지음 / 지식의숲(넥서스) / 2021년 10월
평점 :
저는 역사를 좋아합니다. 시험을 위해서 무조건 외우는건 피하고 싶지만, 흥미를 느끼며 무언가를 알아가고자 할 때 반드시 찾아보는 것 중 하나가 해당 분야의 역사입니다. 특히 신학, 철학, 경제 금융과 관련된 역사는 정말 재미있습니다. 이들의 공통점이 무엇인지 생각해보았더니 답은 '인간의 깊은 내면에 숨겨져 있는 본성에 대한 이해'였습니다. 해당 내용을 무작정 외우기 보다는 그것이 왜 발생했는지, 어떤 흐름을 가지고 변화되어 왔는지, 그래서 지금의 그것과 나는 그 흐름의 어디쯤에 있는지를 확인하는 작업은 많은 생각할 거리와 통찰을 줍니다. 지금의 내가 알고 있는 것이 전부가 아니며, 지금은 진리인 양 받아들이고 있는 것들도 시대가 변하고 다른 환경을 맞이하면 그에 맞게 변화될 것을 역사를 통해서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읽은 "그림으로 보는 돈의 역사"도 역시 그런 통찰을 아낌없이 줬습니다.
돈은 가치교환의 수단으로서 현대 사회에서는 경제활동을 위한 필수적인 수단입니다. 그러나 이 돈도 처음부터 지금과 같은 모습은 아니었습니다. 인류 최초의 화폐는 고대 리디아 왕국에서 사용한 금화였습니다. 당시에는 주조 기술이 발달하지 않아서 금과 은의 합금으로 만들었다고 하네요. 초기 화폐에는 재미있는 특징이 하나 있는데 대부분 신이나 종교적 문양을 새겨 넣다가 점점 황제의 모습을 화폐에 새기게 되었습니다. 한가지 사례로, 신약 성서엔 로마 화폐인 데나리온과 관련한 재미있는 일화가 등장합니다. 사람들이 예수에게 와서 시험삼아 묻습니다. 당시 유대지역을 지배하던 로마에게 세금을 내는 것이 합당하냐고 말이죠. 그러자 예수가 답변합니다. "이 동전에 새겨진 형상이 누구의 것이냐? 가이샤의 것이 아니냐? 그런즉 가이샤의 것은 가이샤에게, 하느님의 것은 하느님에게" 로마 화폐엔 황제 가이샤의 형상이 새겨져 있었죠. 황제들은 신의 대리인 혹은 신의 아들로 여겨지길 바랐고, 그 권위를 견고하게 다지기 위해 화폐도 자신의 형상을 넣었죠. 화폐는 이렇게 인간의 경제적 탐욕의 대상이자 정치적 수단으로 이용되어 왔습니다. 오늘날은 어떨까요? 화폐에 그려진 인물들을 통해 중앙정부는 화폐를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무엇을 말하고 싶은걸까요?
돈 그 자체는 가치 중립적이지만 인간의 탐욕은 항상 돈과 얽혀 있습니다. 로마에서는 화폐 시스템이 정착된 후 시간이 지나면서 은화의 순도를 낮추기 시작합니다. 은화의 순도를 낮추면 하나의 은화를 만드는데 필요한 은의 량이 감소하고, 따라서 더 많은 은화를 발행할 수 있습니다. 그럼 당장은 더 많은 은화를 공급할 수 있으니 좋아 보이지만, 결국은 인플레이션이 발생합니다. 돈의 상대적 가치가 떨어지고 재화의 가격이 상승할 수 밖에 없는 것이죠. 로마가 망한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이런 경제적인 상황와 대처 능력 부족을 결코 무시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오늘날에도 인플레이션은 지속적으로 발생합니다. 각국 정부는 위기 때마다 양적 완화 정책을 펼치느라 막대한 빚을 쌓아가고 있습니다. 막대한 빚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 정부는 당장 세금을 인상하기 보다 인플레이션을 선호하게 됩니다. 그 편이 저항에 덜 부딪히니까요. 그로 인해 부동산과 같은 자산의 가격은 오르고 저축만 성실히 해 온 사람들의 재산은 실질적으로 줄어들고 있습니다. 그러나 언제까지일지는 모르지만 이런 정책과 경향은 영원히 지속될 수 없음을 역사를 통해서 또한 발견할 수 있습니다. 제로 금리의 시대는 언제까지 유지될까요? 각국 정부는 이런 난관을 어떻게 헤쳐 나갈까요?
돈의 역사엔 인류의 황금기 만이 등장하지 않습니다. 흑사병으로 많은 사람들이 죽자 생존자 중에 다중 상속을 받는 사람들이 늘어났습니다. 그리고 일할 사람들이 줄어들자 노동력을 제공할 수 있는 살아남은 사람들의 노동 가치는 상승하게 되었습니다. 봉건 사회이었기에 특히 농부들에 대한 처우가 개선되었습니다. 전염병이 가져온 놀라운 변화죠. 모든 역사적 사건은 경제적 상황에 영향을 줍니다. 코로나가 바꿔 놓은 산업구조와 그로 인한 경제적 상황도 함께 생각해 볼만한 주제입니다. 그로 인해 각광받고 있는 산업 분야에서 생길 변화는 무엇일까요?
이 책은 다양한 볼거리를 함께 제공합니다. 몸글에 담은 주제 외에도 펀딩, 은행의 탄생, 뱅크런 등의 더 많은 이야기들을 재미있게 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곳곳에 등장하는 명화와 시대를 함께 하는 읽어가는 재미가 솔솔합니다. 책 내용은 어렵지 않아서 중고생이상부터 경제, 인문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읽을 수 있는 교양 서적으로 적합합니다. 독서 모임을 하기에도 적합한 책이고요. 돈에 얽힌 역사와 인간의 욕망을 함께 살펴보고 싶으신 분들께 이 책을 권합니다.
- 이 서평은 서평단 참여로 무상으로 책을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