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백년식당에서 배운 것들 - 세월과 내공이 빚은 오리진의 힘
박찬일 지음, 노중훈 사진 / 인플루엔셜(주)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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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책은 유명한 박찬일 셰프가 우리 역사를 함께 살아온 식당들을 실어놓은 책이다.
오래된 맛집이란 뜻과 함께 심리적인 안정을 취한다는 의미를 가진 노포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여정은 굉장히 고향을 찾아가는 그리움과 애틋함이 함께한다.
우리는 오랜 손맛과 장인의 정신을 이어 받은 노포를 함께 찾아감으로써
그들만의 인생의 참맛을 깨닫고, 옛 정취와 마음의 평화를 알게된다.
식당은 산업이면서 동시에 문화가 자리잡게 되면서 산업적인 발전을 이룰 때,
한 식당이 오래 버틴다는 것은 노포 주인의 노력과 대중적 위상과 경제적 안정화가 같이 이루어질 때 가능한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노포를 통해 위기에도 흔들리지 않는 경영의 지혜를 배울 수 있다. 마케팅 브랜딩 트렌드 같은 경영 이론 너머 한평생 뚝심과 집념으로 업을 지켜온 전설들의 장사법이 수록되어 있다. 위기를 딛고 80년 명맥이 유지되고있는 잼배옥, 제주 돼지 순대의 대를 물리는 광명식당, 항상 기본을 지키는 것이 해장국 맛의 비결이라는 청진옥 등 수많으 노포들의 비법을 전수 받을 수 있다.
이책은 노포의 가치를 사회가 재조명 할 수 있게 한책에 집약을 해놓은 것이다.
이책을 통해 우리 역사의 발자취를 노포로 통해 느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것이다. 또한 지금도 한국 고유의 그들만의 장인 정신의 손맛을 이어가는 노력과 정신을 우리는 본받아야만 한다.
 
P35 김씨는 “어머니에게 배운 그대로 합니더”라고 잘라 말한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그래야 맛이 나기 때문이다. 전통을 지킨다는 말은 추상적이고 선언적이다. 하지만 김씨는 실제로 맛있기 때문에 전통을 고수한다는 뜻으로 말한다.
 
P63 빼고 더할 게 없어서 솔직하다. 꼼수를 부릴수도 없다. 담박한 맛이 입에 천천히 감긴다. “미꾸라지가 좋아야 합니다. 배추도 중요하지요. 몇십 년 된 집이어서 공급해주는 곳이 일정한데, 그래도 쉼 없이 따져봅니다.”
군더더기 없는 탕 맛처럼 말투도 닮았다. 추어탕 한 그릇의 감동은 곁들여 나오는 밥과 백김치로 이어진다.
 
P85 얼마나 뼈를 고았는지 묵직한 냄새가 자욱하게 피어오른다. 노옥의 기운을 여지없이 풍겨 식욕을 마구 불러온다. 옛날 방식을 거의 그대로 쓰고 있는데, 우선 24시간 가마솥의 불을 끄지 않는다. 거기에 뼈와 고깃국 물이 계속 더해지면서 전통의 맛을 내는 것이다.
 
P111 한국의 은근한 숯불은 그래서 얇게 저민 고기에 알맞다. 서서갈비에서 파는 소갈비는 서양의 스테이크 조리법과 흡사하다. 연탄을 땐 세월은 오래되었다. 분탄을 물에 개어 쓰다가 나중에는 파탄도 많이 썼다. 깨진 연탄을 즉석에서 연탄 모양으로 만들어주는 행상이 있었다. 파탄은 값이 싸서 그도 즐겨 썼다고 한다.
 
P146 “6.25전쟁 때 대구로 피란 가서도 조부모님이 거기서 탕을 끓여 파셨다고 합니다. 아버지 유언이 뭔지 아세요? 불을 끄지 말고 계속 영업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아버지는 청진옥을 정말 사랑하셨지요. 그래서 아버지 상을 모시면서도 솥은 계속 끓였습니다. 가게 문을 열고 있었던 것이지요.”
 
P166 이집 냉면은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다. 그야말로 소박함의 전형이다. 돼지고기 편육 고명과 삶은 달걀, 무, 오이절임이 조금 올라가고, 심심하고 달콤한 국물이 내 몸 구석구석 천천히 퍼진다. 냉면은 중독의 음식이다. 이독특한 국수는 오래갈 것이다. 지구의 역사와 함께 소멸한 것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다.
 
P211 추탕 한 그릇을 먹어본다. 자극적이고 센 맛의 경상도나 전라도식 추어탕에 길들여진 혀로는 금세 맛을 감지하기가 어렵다. 이것이 ‘서울식’이다. 심심하면서도 길게 끌고 가는 맛이 있다. 푹 곤 곱창과 양에 두부와 파, 버섯 등을 넣고 밀가루로 농도를 낸 후 미꾸라지를 넣어 끓이는 것이 바로 서울식 추탕이다.
 
P264 육개장이라는 요리가 바로바로 하는 것이 아니라, 밑 준비에 다량의 국을 미리 끓여두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육개장은 장시 음식, 공동체 음식, 대량 음식이 맞다. 육개장이 우리네 음식 문화를 상징하는 것은 그 매운 맛이 아니라 이것을 어떻게 먹느냐 하는 점에서 두드러진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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