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디 ㅣ 네오 클래식
요한나 슈피리 지음, 장은영 옮김 / (주)열림원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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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게시글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되었으며, 솔직한 감상을 담았습니다 ***

어릴적 읽었던 『하이디』를 좋은 기회로 다시 만나게 되었다. 이전에는 그저 아름다운 알프스와 사랑스러운 소녀의 이야기로만 보였던 장면들이 조금 다르게 다가와서 신기하다. 이번에는 하이디가 왜 그렇게 산을 그리워했는지, 그리고 사람이 진정으로 숨 쉬고 살아 있음을 느낄 수 있는 곳을 잃지 않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곱씹어보며 읽었기에 더 의미 있는 독서였다.

부모를 잃은 하이디는 산속 할아버지의 오두막에서 염소들과 뛰놀며 살아간다. 바람이 그대로 드나드는 작은 집도, 오래된 친구처럼 하이디를 바라보는 산봉우리도 아이에게는 세상 무엇보다 따뜻한 집이다. 반면 프랑크푸르트의 크고 편안한 집에서 하이디는 좋은 옷과 풍족한 음식이 있어도 마음이 점점 메말라 가기만 한다. 밤마다 알프스를 꿈꾸고, 결국 몽유병까지 앓게 되는 하이디의 모습은 사람이 환경과 무관하게 살아갈 수 없다는 사실을 보여 주는 것만 같다.

하이디가 산으로 돌아온 뒤 다시 웃고 뛰기 시작하는 장면은 단순히 고향에 돌아온 기쁨 이상으로 보인다. 하이디의 생기가 할아버지의 닫힌 마음을 열고, 클라라에게도 새로운 삶의 가능성을 전하게 된다. 특히 “할아버지랑 산에서 사는 게 백배 천배 더 좋아요”라는 하이디의 말에서 아이의 꾸밈없는 마음이 주는 힘이 느껴진다. 하이디는 그저 솔직하게 즐거워하는 마음만으로 주변 사람들을 변화시키는 아이다.

클라라가 알프스의 공기와 자유로운 일상 속에서 조금씩 달라지는 모습도 인상 깊었다. 이 책에서 자연은 배경이 아니라 사람을 다시 살아가게 하는 힘이 된다. 초원과 꽃, 염소의 울음소리, 산 위의 햇빛이 지친 마음을 씻어 주고 잃어버린 감각을 되돌려 주기 때문이다.

열림원 네오클래식 시리즈로 다시 읽은 『하이디』는 맑고 따뜻한 이야기인 동시에, 내가 하이디처럼 정말 편안하게 숨 쉴 수 있는 곳은 과욘 어디인지 묻게 하는 작품이었다. 이상하게 어디선가 알프스의 바람이 살짝 불어오는 듯한, 맑고 상쾌한 책이다.

#하이디 #요한나슈피리 #파랑새 #열림원 #네오클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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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지도
우케쓰 지음, 김은모 옮김 / 리드비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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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게시글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되었으며, 솔직한 감상을 담았습니다 ***

아니, 도대체 어떤 한 장의 지도가 이렇게까지 사람을 불안하게 만들 수 있을까? 『이상한 지도』는 할머니가 죽기 직전 남긴 고지도에서 시작한다. 지도에 그려진 일곱 마리 요괴, 스산한 폐촌, 사당, 여자의 뒷모습, 어딘가를 향해 돌아선 석탑들이 아주 으스스한 인상을 풍긴다. 게다가 처음에는 그저 기묘한 그림처럼 보였던 요소들은 책을 읽어감에 따라 하나의 단서로 바뀌어 간다.

주인공 구리하라는 가족의 반대를 무릅쓰고 지도가 가리키는 장소를 찾아간다. 마을에 남은 전승과 오래된 기록, 숲에서 불어오는 이상한 바람, 그리고 틈틈히 등장하는 돌아가신 할머니의 여동생이 남긴 수기. “나는 젊은 시절에 사람을 죽였습니다”로 시작하는 할머니의 여동생의 수기는 서늘한 죄책감을 품고 있다. 과연 무엇이 숨겨져 있는지 궁금해서 책을 읽어 나가는데, 손에 땀을 쥐며 읽다보니 어느 순간부터는 그 비밀이 밝혀지면 나조차도 감당할 수 있을지 걱정하게 된다.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제목만큼 지도를 크게 활용한 책이라는 점이다. 본문을 읽다가 다시 지도를 펼쳐보게 되고, 아무 의미 없어 보였던 표식과 방향도 자꾸 거슬리게 된다. 자칫 평범해 보이는 지도 속에 낯선 위화감을 심어놓는 방식이 독자들에게 큰 스릴감을 선사해준다.

하지만 이 책의 매력은 단순한 지도 하나에만 있지 않다. 지도와 함께 등장하는 다양한 그림, 표식, 메모가 이야기를 이해하는데 아주 중요한 역할들을 한다. 글로만 설명했다면 지나쳤을 장면들이 이미지로 눈앞에 펼쳐지면서 사건의 윤곽이 훨씬 선명해지는 것만 같다. 또 동시에 그림 속 어딘가 어긋난 부분이나 설명되지 않은 흔적이 눈에 띄게 되면 그때부터는 기묘한 불안감도 생긴다. 독자는 이렇게 단순히 이야기를 읽는 것이 아니라, 그림을 들여다보며 직접 이상한 점을 찾아내게 된다.

구리하라의 날카로운 성격과 남몰래 품고 있는 상처, 가족 사이에 쌓인 감정, 오랜 옛날 마을에 남겨진 사람들의 사연들도 사건을 파헤쳐 나갈수록 묘한 긴장감을 준다. 한 장의 수상한 지도로 시작해 오래된 죄와 비밀, 인간의 마음까지 따라가게 만드는 매력적인 소설이다. 아무래도 『이상한 지도』는 그저 읽는 책이라기보다 직접 해독해야 하는 이상하고 매혹적인 지도에 가깝다고 해도 무방하지 않을까.

#이상한지도 #우케쓰 #리드비 #공포 #호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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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벤트
이희영 지음 / 창비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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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인트』와 『나나』를 읽으며 자랐던 독자라면 이희영 작가의 신작이라는 이유만으로도 반가울 책이다. 이번에는 조금 지친 어른들을 위해 한옥 호텔 ‘담야’라는 조용한 쉼터가 마련되어 있다. 번아웃으로 도시를 떠난 슬목은 손님들의 사연을 받아 특별한 하루를 만들어 주는 이벤트를 기획한다. 프러포즈를 앞둔 연인, 취직한 조카를 축하하려는 사람, 생일을 맞은 아들을 위한 가족까지. 겉으로는 평범해 보이는 사연들 안에 저마다 말하지 못한 마음이 숨어 있는 것만 같다.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를 준비하고 해결해 가는 과정이 너무 따뜻하다. 완벽한 이벤트를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상대를 얼마나 오래 바라보고 이해했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걸 보여주는 대목이다. “당신도 잘될 겁니다. 꼭 그래야만 해요.” 누군가에게 건네는 응원의 말이지만, 사실은 지금의 나에게도 꼭 필요한 응원처럼 느껴진다.

여기에 밤마다 스무 살의 슬목이 서른두 살의 몸으로 깨어나는 신비한 설정이 더해진다. 집 안에 남겨진 낯선 흔적과 감시 카메라에 찍힌 어린 자신의 얼굴은 이야기에 판타지적 호기심과 생기를 불어넣지만, 이 책이 궁극적으로 향하는 곳은 과거의 내가 현재의 나를 찾아와, 그때 미처 돌보지 못했던 마음을 다시 들여다보게 되는 바로 그 모습이다.

“나를 위한 최선이 무엇인지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나인데, 정작 그 말을 가장 안 듣는 사람 역시 바로 나다”. 우리는 늘 잘해야 한다고, 늦으면 안 된다고 자신을 몰아붙이지만 정작 필요한 건 더 빠르게 달리는 힘이 아니라 잠시 멈춰 설 수 있는 여유가 아닐까 싶다.

이희영 작가의 책 『이벤트』는 조용한 공간에서 사람들의 사연을 천천히 들려주며 엉겨있던 마음들을 풀어준다. 실패한 시간도, 의미 없이 흘려보냈다고 생각한 날들도 결국에는 나를 회복시키는 과정일 수 있다고 말해주면서 말이다. 나도 담야에 잠시 머물다 나온 것처럼 마음이 한결 느슨해진다. 지금 조금 지쳐 있다면, 이 책이 건네는 작은 쉼표를 받아 보자.

#이벤트 #이희영 #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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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이 보이는 것보다 가까이 있습니다 - 범죄 실화, 살인자의 얼굴을 읽는 법
박진규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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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게시글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되었으며, 솔직한 감상을 담았습니다 ***

실제 범죄를 다룬 책은 읽고 나면 마음이 무거워질 때가 많다. 『사건이 보이는 것보다 가까이 있습니다』도 분명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이야기만은 아니다. 하지만 이 책이 불편한 이유는 잔혹한 사건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뉴스에서 멀게만 느꼈던 범죄가 사실은 우리의 일상 가까이에 있고, 범죄자가 특별히 다른, 아주 이상한 사람이 아니라 평범한 얼굴을 하고 살아가는 사람일 수 있다는 사실이 더 서늘하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저자는 수사 전문지 편집장이자 취재기자로, 형사들을 직접 만나 사건의 뒷이야기를 듣는다. 이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다양하면서도 소름끼치는 범죄의 모습을 하고 있다. 케첩과 마요네즈, 겨잣가루가 흩뿌려진 기괴한 현장에서 아들이 보낸 편지가 사건의 단서가 되기도 하고, 30만 명이 넘는 용의자를 세 명으로 좁혀가는 집요한 수사도 등장한다.

영화같이 멋있다고 생각하다가도, 형사들이 사건을 대하는 태도는 영화보다 훨씬 진지하다. 실제 수사는 영화처럼 멋지게 단숨에 해결되는 일이 아니라, 증거를 하나씩 확인하고 감정을 눌러가며 끝까지 의심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그들을 움직이는 힘은 “나쁜 놈이니까 잡아야죠”, “억울한 사람의 혼을 달래줘야죠” 같은 말에 담긴 정의감이다. 차갑고 합리적인 수사와 뜨거운 마음이 함께 존재한다는 점이 더더욱 인상 깊었다.

이 책은 살인사건뿐 아니라 불법촬영, 텔레그램 마약 판매처럼 지금 우리의 생활에 스며든 범죄도 다루고 있다. 평범한 직업을 가진 사람이 돈을 벌기 위해 마약 드로퍼가 된 사례를 읽으며, 범죄가 더 이상 뉴스 속 낯선 세계가 아니라는 사실을 실감해버렸다. 하지만 이 책은 범죄의 자극적인 장면을 소비하게 하기보다, 그 뒤에 숨어 있는 욕망과 사회제도의 틈새를 생각하게 만들기에 더 의미가 있다. 읽다보면 왠지 세상이 조금 더 무섭게 보이지만, 또 동시에 이면에서 그 어둠을 끝까지 파헤치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에 경외감과 함께 안도감도 드는 책이다.

#매경출판 #매일경제신문사 #사건이보이는것보다가까이있습니다 #박생강 #박진규 #수사연구 #범죄 #실화 #사건 #형사 #수사 #취재 #강력사건 #단서 #수사관 #살인 #경찰 #미스터리 #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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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마 밑 도피자들
리러하 지음 / 팩토리나인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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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게시글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되었으며, 솔직한 감상을 담았습니다 ***

이 책은 조금 특별한 저승 판타지에 미스터리와 따뜻한 이야기가 섞인 소설이다. 무엇보다 죽은 영혼들이 잠시 몸을 숨길 수 있도록 작은 처마, ‘소도’를 만들어준다는 설정이 인상적이었다. 저승사자를 피해 숨어든 망자들이 그 아래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마지막으로 만나거나 미처 하지 못한 인사를 남길 수 있다는 발상이 꽤 다정하다.

주인공 현수리는 그런 영혼들을 돕는 일을 하다가 귀한 영혼의 실종 사건에 휘말리고, 수상한 인테리어 업체 ‘지족 스페이스’와 저승사자 신산까지 만나게 된다. 특히 야근 중 들려오는 “8층에 가지 마”라는 말이나, 평범한 쇼핑몰 사무동에 귀신을 붙잡아두는 비밀 공간이 있다는 설정이 계속해서 은근한 긴장감을 만들어낸다. 그렇다고해서 단군히 사건만 쫓아가는 미스터리 소설이라고 할 순 없다. 신산과 함께 영혼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수리는 자신이 왜 차사를 싫어했는지, 왜 망자들을 숨겨주고 싶어했는지를 조금씩 마주하게 된다.

‘도망’이라는 말을 역시 이 책의 주제어로 삼고 싶다. 죽은 자들은 저승사자를 피해 도망치고, 수리는 자신이 감당하기 어려운 현실에서 도망치듯 살아가고 있다. 그래서 이 이야기는 망자의 도피만이 아니라 살아 있는 사람도 때로는 잠시 숨을 곳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되기도 한다. 작은 처마 하나가 누군가에게는 다시 걸어갈 힘을 주는 것처럼 말이다.

미스터리의 강도가 아주 세거나 반전을 쉴 새 없이 터뜨리는 작품은 아니지만, 산 자와 죽은 자의 사연이 하나씩 겹쳐지면서 뒤로 갈수록 점점더 몰입하게 되는 스토리였다. 그래서 《처마 밑 도피자들》은 무섭다기보다 다정하고, 기묘하면서도 은근히 마음을 건드리는 소설이라고 하고 싶다. 나에게도 잠시 숨어 쉬어갈 수 있는 작은 처마 하나가 있다면 참 좋겠다 생각도 하게 된다.

#처마밑도피자들 #리러하 #저승사자 #소설 #악마의계약서는만기되지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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