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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벤트
이희영 지음 / 창비 / 2026년 8월
평점 :
*** 본 게시글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되었으며, 솔직한 감상을 담았습니다 ***
『페인트』와 『나나』를 읽으며 자랐던 독자라면 이희영 작가의 신작이라는 이유만으로도 반가울 책이다. 이번에는 조금 지친 어른들을 위해 한옥 호텔 ‘담야’라는 조용한 쉼터가 마련되어 있다. 번아웃으로 도시를 떠난 슬목은 손님들의 사연을 받아 특별한 하루를 만들어 주는 이벤트를 기획한다. 프러포즈를 앞둔 연인, 취직한 조카를 축하하려는 사람, 생일을 맞은 아들을 위한 가족까지. 겉으로는 평범해 보이는 사연들 안에 저마다 말하지 못한 마음이 숨어 있는 것만 같다.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를 준비하고 해결해 가는 과정이 너무 따뜻하다. 완벽한 이벤트를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상대를 얼마나 오래 바라보고 이해했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걸 보여주는 대목이다. “당신도 잘될 겁니다. 꼭 그래야만 해요.” 누군가에게 건네는 응원의 말이지만, 사실은 지금의 나에게도 꼭 필요한 응원처럼 느껴진다.
여기에 밤마다 스무 살의 슬목이 서른두 살의 몸으로 깨어나는 신비한 설정이 더해진다. 집 안에 남겨진 낯선 흔적과 감시 카메라에 찍힌 어린 자신의 얼굴은 이야기에 판타지적 호기심과 생기를 불어넣지만, 이 책이 궁극적으로 향하는 곳은 과거의 내가 현재의 나를 찾아와, 그때 미처 돌보지 못했던 마음을 다시 들여다보게 되는 바로 그 모습이다.
“나를 위한 최선이 무엇인지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나인데, 정작 그 말을 가장 안 듣는 사람 역시 바로 나다”. 우리는 늘 잘해야 한다고, 늦으면 안 된다고 자신을 몰아붙이지만 정작 필요한 건 더 빠르게 달리는 힘이 아니라 잠시 멈춰 설 수 있는 여유가 아닐까 싶다.
이희영 작가의 책 『이벤트』는 조용한 공간에서 사람들의 사연을 천천히 들려주며 엉겨있던 마음들을 풀어준다. 실패한 시간도, 의미 없이 흘려보냈다고 생각한 날들도 결국에는 나를 회복시키는 과정일 수 있다고 말해주면서 말이다. 나도 담야에 잠시 머물다 나온 것처럼 마음이 한결 느슨해진다. 지금 조금 지쳐 있다면, 이 책이 건네는 작은 쉼표를 받아 보자.
#이벤트 #이희영 #창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