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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 문명 - 원자에서 양자컴퓨터까지, 세계를 움직이는 양자의 힘
한정훈 지음 / 김영사 / 2026년 8월
평점 :
*** 본 게시글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되었으며, 솔직한 감상을 담았습니다 ***
솔직히 처음에는 ‘양자역학’이라는 네 글자만으로 책을 펼치기도 전에 겁을 먹지 않았다면 그건 거짓말이다. 뭔가 어려운 수식이 잔뜩 나올 것 같고, 읽다가 몇 페이지 만에 책을 덮게 될 것만 같았다. (하지만 서평을 써야하는데!) 그런데 막상 읽어보니 이 책은 양자역학 자체를 외우게 하기보다, 우리가 살아가는 문명이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를 양자의 시선으로 다시 바라보게 하는 책이라고도 할 수 있다.
증기 문명에서 전기 문명으로, 그리고 이제 양자 문명으로. 우리 문명에서 이제는 익숙하게 사용하는 반도체와 레이저가 사실 양자역학을 이해하고 활용하는 과정에서 탄생했다는 이야기가 꽤 놀라웠다. 특히 트랜지스터가 자연에서 우연히 발견된 것이 아니라 인간이 양자역학을 도구 삼아 설계하고 만들어낸 물질이라는 부분에서는, 평소 아무 생각 없이 사용하던 스마트폰과 컴퓨터가 전혀 다르게 보이기도 했다.
물론 읽는 내내 술술 이해하고 넘어갔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중첩과 얽힘, 큐비트, 양자 상태의 붕괴 같은 이야기가 나오면 내 멘탈이 붕괴되고 ‘세상에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이지?’ 싶어 마치 소가 여물을 되새김질하듯 몇 번씩 다시 읽게 된다. 하나의 입자가 여러 상태로 존재한다는 것부터 일상의 직관으로는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 특히 양자컴퓨터가 확률적인 계산을 한다는 설명은 우리가 아는 익숙한 컴퓨터의 개념과 너무 달라서 한참을 생각하게 된다.
그럼에도 계속 읽을 수 있었던 건 이 책이 과학의 역사를 사람과 사건의 이야기로 풀어냈기 때문이다. 맥스웰에서 헬름홀츠, 헤르츠, 아인슈타인으로 이어지는 과정이나 벨 연구소에서 트랜지스터가 탄생하는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과학이란건 어느 날 갑자기 완성된 답을 내놓는 일이 아니라 질문과 발견이 서로 이어지며 완성되어가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든다.
‘세 번째 양자 문명’이라는 관점도 상당히 인상적이다. 지금까지 우리 문명을 이룩해 온 증기와 전기가 자연의 힘을 길들이는 과정이었다면, 앞으로의 양자 문명은 중첩과 얽힘, 그리고 ‘확률’을 다루는 문명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직 완성되지 않은 미래를 읽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조금 설레면서도 한편으로는 묘한 두려움도 생긴다.
《양자 문명》은 읽고 나서 모든 양자역학을 이해하게 되는 책은 아니다. 사실 그런 책이 세상에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다. 나 역시 반의 반이나 이해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적어도 양자역학을 나와 전혀 상관없는 어려운 물리학이라고만 생각했던 시선은 조금 달라지게 해주는 책이다.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기술의 밑바닥에 이런 세계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독서였다.
이해되지 않는 문장은 잠시 내려놓고, 타임머신을 타고 과학의 중요한 순간들을 하나씩 목격한다는 마음으로 따라가다 보면 어느 순간 우리가 사는 세상의 모습이, 그리고 앞으로 나아갈 우리 세상의 모습까지도 조금 다르게 보이게 된다. 낯설면서도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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