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피라이팅 불변의 법칙 - 40년 동안 미국 마케터들이 가장 사랑한 단 하나의 카피 교과서
로버트 W. 블라이 지음, 문희경 옮김 / 현대지성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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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게시글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되었으며, 솔직한 감상을 담았습니다 ***

카피라이팅? 아마 광고를 만드는 사람에게만 필요한 기술이 아닐까, 안일하게 생각했던 마음을 확 달라지게 해주는 책이다. 특히 내가 평소 글을 쓰면서 놓치고 있던 부분을 하나씩 찔러주는 느낌이어서 그 부분에서도 정말 많은 도움이 된다. 사실 “카피라이터는 타자기 앞에 앉은 장사꾼이다” 라는 단 하나의 문장만으로도 이 책의 진가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이 책이 ‘특징’과 ‘장점’을 구분하는 부분을 가장 먼저 소개해주고 싶다. 제품이 무엇을 가지고 있는지 설명하는 것과, 그것이 나에게 어떤 도움이 되는지를 말하는 건 전혀 다른 일이다. 읽으면서 내가 무언가를 소개할 때도, 사실은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먼저 늘어놓고 있지는 않았나 돌아보게 된다. '고객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그 제품이나 서비스가 주는 혜택을 구매하기' 때문이다.

또 제목에 대한 이야기도 재밌다. 제목을 읽는 사람이 본문을 읽는 사람보다 평균 5배 많다는 이야기부터, 100달러를 무료로 준다는 내용을 4,500자의 정보 속에 숨겨놓자 아무도 신청하지 않았다는 사례들. 천천히 읽어내려갈수록 전부 내가 평소 예상했던 것들과는 영 달라 마치 심봉사 눈이 띄인 느낌이다. 내용이 아무리 좋아도 제대로 보이지 않으면 아무도 읽지 않는다는건 당연하면서도 새삼 새롭게 다가온다. 왠지 앞으로 서평을 쓸 때 첫 문장을 어찌해야할지, 이전보다 한 번 더 고민해보게 될 것도 같다.

문장을 짧게 쓰고, 긴 문장과 짧은 문장의 리듬을 바꾸라는 조언은 실제 글쓰기에 바로 써먹을 수 있을 것 같다. “좋은 카피의 한 가지 규칙은, 자신에 대해 말하지 않는 것이다.”는 파트는 특히 제목이나 홍보글을 쓸 때 유의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된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쓰는 것과 읽는 사람이 궁금해할 이야기를 쓰는 건 다르다.

40년 가까이 개정된 책답게 사례가 정말 많다. 읽다가 이런 것들까지도 카피의 영역이구나 싶은 순간이 꽤 있었다. 사실 한 번 읽고 끝내는 책이라기보다는, 앞으로도 종종 필요한 부분을 다시 찾아보면서 써먹게 될 실무서에 가깝지 않을까 싶다.

당신이 카피라이터를 꿈꾸는 사람이 아니어도 괜찮다. SNS에 글을 쓰거나, 제품을 소개하거나, 누군가에게 내 생각을 설득력 있게 전달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누구에게나 충분히 도움이 될 것 같은 책이다. 좋은 글은 단순히 예쁜 문장을 쓰는 게 아니라 상대가 무엇을 원하고 필요로 하는지 먼저 생각하는 데서 시작하기 때문이다.

#카피라이팅불변의법칙 #로버트W블라이 #현대지성 #책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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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극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선영 옮김 / 북로드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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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게시글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되었으며, 솔직한 감상을 담았습니다 ***

미야베 미유키 여사의 책 『가족극』은 가족이란 대체 무엇이냐는 질문을 과감하게 던져준다. 이름도, 얼굴도, 사는 곳도 모르는 사람들이지만, 이들이 인터넷에서 만나 ‘아빠’, ‘엄마’, ‘딸’, ‘아들’ 역할을 맡으며 가족놀이는 시작된다. 이들은 오히려 실제 가족보다 서로에게 솔직하고 편안해 보이는 묘한 기류을 형성한다.

가즈미가 시험 성적 때문에 속상해할 때도 진짜 아버지가 아닌 인터넷 너머의 ‘아버지’가 위로를 한다. 가짜 아버지가 “아버지는 자신의 행동이 아니라 남과 비교한 결과만 따지는 건 잘못이라고 생각한단다.”라는 말을 건네며 가즈미가 얼마나 노력했는지를 먼저 알아주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현실의 가족에게서는 쉽게 듣지 못했던 위로를 얼굴도 모르는 사람이 건넨다는 설정은 참 씁쓸하면서도, 독자로 하여금 가족의 의미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 하는 것만 같다. 하지만 어쩌면 가장 가까운 가족이기에, 오히려 서로의 마음을 제대로 들여다보지 못하는 경우들도 있지 않을까.

그러던 중 ‘아빠’ 역을 맡았던 도코로다 료스케가 살해되면서 책의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진다. 서로 본명도 얼굴도 모르는 세 사람이 조사실에 모이고, “어째서 아버지를 죽였는지”를 알고 싶다는 질문이 나온다. 살인 사건을 따라가며, 그 과정에서 이들이 왜 가짜 가족에 그렇게 의지했는지가 더 궁금해진다.

“우리는 다들 외로워. 현실 생활 속에서는 그 누구도 도저히 진정한 나를 이해하지 못하고...” 그 뒤에 이어지는 “뭐가 ‘진정한 나’야?”라는 반박. 온라인에서 보여주는 모습이 진짜 나인지, 현실의 내가 진짜 나인지 쉽게 답할 수 없게 된다. 가짜 가족이라고 해서 그 안에서 느낀 위로까지 가짜라고 할 수는 없을 것만 같다.

읽다보면, 가족은 가장 소중한 관계이면서 동시에 가장 어려운 관계이기도 하다는 생각도 든다. 매일 얼굴을 보고 살아도 서로의 마음을 모를 수 있고, 반대로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사람에게는 이상할 만큼 솔직해질 수도 있다. 이 책은 가상 가족을 무조건 이상한 관계라고 몰아넣기보다 그들이 왜 그곳에서 위로를 찾을 수밖에 없었는지를 생각하게 만들어 준다.

미야베 미유키 여사의 미스터리를 따라가는 재미와 함께 가족이라는 익숙한 관계를 조금 낯설게 바라보게 만드는 소설 『가족극』. 어쩌면 가족은 가장 가까운 관계이면서도 때로는 가장 마음을 털어놓기 어려운 관계인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얼굴도 모르는 사람과의 관계가 무조건 더 진실하다고 말할수도 없는 노릇이다. 중요한 건 어떤 관계의 형태인가보다 그 안에서 서로를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가에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저절로 들게 해주는 책이었다.

#가족극 #미야베미유키 #북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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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틀린 사랑
아나 황 지음, 윤선미 옮김 / 모모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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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게시글은 인스타그램 단서님 (@b.danseo) 이벤트를 통해 책을 제공받아 읽은 후 작성되었으며, 솔직한 감상을 담았습니다 ***

아나 황의 『뒤틀린 사랑』은 최근 미국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다크 로맨스의 특징을 아주 진하게 보여주는 작품이다. 복수만을 위해 살아온 차가운 남자 알렉스와, 끔찍한 과거의 상처를 품고도 선함을 믿는 에바가 만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오빠의 부탁으로 에바의 곁에 머물게 된 알렉스가 그녀를 지키는 과정에서 점점 감정을 드러내고, 에바 역시 알렉스에게 의지하면서 두 사람의 관계는 빠르게 깊어져만 간다.

알렉스가 에바를 향해 보이는 집착과 소유욕이 역시 이 책의 진수이다. “내가 널 소유해. 몸, 마음, 영혼까지”라는 말처럼 사랑과 집착의 경계가 상당히 아슬아슬하다고 느꼈다. 특히 두 사람의 정사 장면이 수위가 굉장히 높은 편이라 로맨스라기보다 정말 ‘핫뜨거운 마라맛’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자극적이다. (후방주의..) 다만 개인적으로는 이런 장면들이 워낙 강해서, 후반부에 드러나는 두 사람의 과거와 반전이 조금 묻히는 느낌도 있는 것 같아 이 부분은 다소 아쉬웠다.

그럼에도 좋았던 건 두 사람의 관계성이다. 알렉스는 에바를 만나면서 웃고 질투하고 걱정하는 감정을 배우고, 에바는 알렉스를 통해 오랫동안 외면했던 기억과 마주할 용기를 얻는다. “마음은 꽁꽁 언 얼음으로 둘러싸여 있지만, 그 얼음 아래는 누구보다 따뜻하고 사랑이 가득해” 가장 좋았던 문장 중 하나로 꼽고 싶다.

후반부에는 알렉스의 가족사와 에바의 잃어버린 기억이 맞물리면서 분위기가 로맨스에서 서스펜스로 확 바뀐다. 내가 잘 안다고 생각한 알렉스가 과연 존재하기는 했던 건지 의심하게 되는 순간부터는, 두 사람의 사랑을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 나 역시 계속 흔들리며 읽게 되었다.

자극적인 정사와 집착, 복수, 트라우마, 반전까지 한꺼번에 몰아넣은 작품이라 호불호가 있을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왜 틱톡을 중심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는지는 알 것 같다. 달콤한 로맨스보다 위험하고 아슬아슬한 사랑에서 오는 강렬한 도파민을 원하는 독자에게 무조건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뒤틀린사랑 #모모 #아나황 #로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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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판박이
아베 코보 지음, 곽형덕 옮김 / 현대문학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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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고보의 책은 나에게 있어 이 책이 『타인의 얼굴』 이후 두 번째다. 『타인의 얼굴』에서 가면을 통해 ‘내가 누구인가’를 묻는 방식이 인상적이었다면, 『인간 판박이』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아예 “당신이 인간이라는 걸 어떻게 증명할 수 있는가?”라고 묻는다. 굉장한 작가다.

이야기는 라디오 프로그램 「안녕하세요 화성인」의 작가인 ‘나’에게 한 남자가 찾아오면서 시작된다. 남자는 너무나 평범한 모습으로 나타나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보통의 인간이 아닙니다. 화성인입니다.”라고 말한다. 처음에는 당연히 거짓말이나 망상으로 비춰진다. 그런데 그의 말은 황당하기만 한 게 아니라 어느 정도는 또 논리적이다. 화성 토지를 중개한다고 하고, 자신을 모델로 소설을 써보라고 권하는데, 이야기를 들을수록 오히려 ‘나’ 쪽에서 무엇이 진실인지 설명해야 하는 상황이 되어버린다.

화성인이 진짜냐 아니냐는 점차 중요치 않아진다. 내가 인간이라고 믿는 근거가 무엇인지를 계속 생각하게 되기 때문이다. 인간이라는 신분에는 신분증이 없다는 말처럼, 지구에서 태어났다는 기억이나 가족, 직업만으로 내가 인간이라는 사실을 완벽하게 증명할 수 있을까. “나는 화성인입니다”라는 한마디가 이렇게까지 사람을 흔들 수 있다는 설정이 굉장히 기묘하면서도 재미있다.

처음에는 남자의 궤변을 보며 헛웃음이 나다가 어느 순간부터는 돌자들마저 그의 논리에 끌려 들어가는 느낌이다. 남자로 인해 사실과 망상, 현실과 허구의 경계가 조금씩 흐려지면서 읽는 사람까지 '인간이냐, 아니냐' 하는 노이로제에 걸릴 것 같은 답답함과 묘한 불안감을 느끼게 된다. 그런데 그 기묘한 불편함이 이 책의 가장 재미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내가 이전에 리뷰했던 아베 고보의 책 『타인의 얼굴』이 가면이라는 물리적인 장치를 통해 ‘나와 타인의 경계’를 흔들었다면, 『인간 판박이』에서는 언어와 논리 자체가 마치 『타인의 얼굴』에서의 그 가면처럼 작용한다.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던 이야기를 반박하려는 순간, 내가 당연하다고 믿었던 기준부터 설명해야 하기 때문이다.

평범한 집과 두 사람의 대화만으로도 내가 믿고 있던 현실이 흔들리게 하는, 신기한 작품이다. 너무 익숙해서 한 번도 의심하지 않았던 ‘인간’이라는 존재가 더 낯설게 느껴지게 만들어 주는, 놀라운 재능의 아베 고보 작가의 미번역본을 발간해준 현대문학 출판사에게도 감사의 뜻을 전하고 싶다.

#인간판박이 #아베코보 #현대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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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 신화 - 칼레발라: 노래로 싸우는 영웅들 ㅣ 현대지성 클래식 79
엘리아스 뢴로트 지음, 서미석 옮김 / 현대지성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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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로마 신화나 북유럽 신화는 익숙한데 비해 핀란드 신화는 처음이라 그런지 『핀란드 신화』는 첫 장부터 조금 낯설게 느껴지는 책이었다. 베이네뫼이넨, 일마리넨, 레민케이넨, 로우히... 긴 이름들이 끊임없이 계속 등장해서 초반에는 누가 누구인지 몇 번씩 앞으로 돌아가야 했지만서도, 인물과 이야기에 조금 익숙해지고 나니까 오히려 그 낯섦이 이 책만의 매력처럼 느껴진다.

이 곳에서는 영웅들이 칼이나 힘만으로 싸우지 않는다는 점이 가장 독특하다. 이 세계에서는 ‘아는 것’이 힘이고, 사물의 기원과 이름을 아는 사람이 노래와 주문으로 세상을 움직인다. 베이네뫼이넨이 노래를 부르면 산과 바위가 움직이고, 레민케이넨은 마법의 노래로 음식과 술을 불러낸다. “칼보다 노래가 강하다” 노래가 정말 이 신화의 세계를 움직이는 힘이라는 게 아주 신선했다.

하지만 신화에 나오는 모두가 완벽한 영웅은 아니다. 특히 쿨레르보의 이야기는 신화라기보다 한 사람의 비극을 지켜보는 느낌이 강해서 마음이 무거웠다. 예정된 비극을 피하지 못한 채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는 쿨레르보의 누이의 이야기에서, 이들이 실수하고 상처받고 운명에 휘둘리는 인간적인 모습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더 크게 다가오는 것만 같다.

삼포를 둘러싼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풍요를 가져다주는 신비한 보물을 만들고 차지하기 위해 서로 경쟁하는 모습은 어쩐지 현재의 모습을 반영한것만 같다. 누가 더 많은 자원과 힘을 갖느냐를 두고 싸우는 모습은 시대가 달라도 크게 달라지지 않는 것 같다고 느끼게 된다.

읽는 동안 낯선 이름 때문에 여러 번 멈춰가면서도, 어느 순간부터는 노래와 마법, 숲과 바다, 그리고 신비한 존재들이 살아 움직이는 세계에 빠져들 수 있었던 책이다. 익숙한 그리스·로마 신화에서는 신과 영웅들의 거대한 사건을 보는 재미가 있다면, 『핀란드 신화』는 자연과 인간, 말과 노래가 한데 얽혀 만들어내는 묘하고 서정적인 분위기가 특별한 책이다. 읽고 나면 새로운 신화를 하나 더 알게 되었다는 기쁨도 선사해준다.

#핀란드신화 #엘리아스뢴로트 #현대지성 #책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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