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 우즈키의 미련
아키야 린코 지음, 김지연 옮김 / 문예춘추사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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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게시글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되었으며, 솔직한 감상을 담았습니다 ***

누군가를 떠나보낸 뒤에도 마음은 쉽게 끝나지 않는다. 《간호사 우즈키의 미련》은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고 난 후 남겨진 사람들이 계속 살아가는 방법에 대한 글이다. 사람들의 마지막 순간 그 이후에도 살아남아 오래 존재하는 감정들이 있다.

죽음을 앞둔 환자의 미련을 볼 수 있는 간호사 우즈키는 이번에도 여러 사람의 사연을 마주한다. 특히 남겨진 가족들의 마음이 심금을 울렸다. 사랑하는 사람을 보내지 못하는 아이, 부모를 걱정하면서도 표현하지 못하는 자식, 서로를 아끼면서도 끝내 진심을 전하지 못한 부부의 이야기는 특별한 사건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현실이라 더 깊이 와닿는다. 미스터리라는 설정이 들어가 있지만 긴장감을 위한 장치라기보다, 사람의 마음을 조금 더 따뜻하게 들여다보게 만드는 장치라고 해야할 것이다.

소설 전반적으로 '미련'이라는 감정을 부정적으로만 바라보지 않는 점이 가장 좋았다. 우리는 흔히 미련을 버려야 한다고 말하지만, 이 책은 누군가를 오래 그리워하는 마음도 결국 사랑의 한 형태라고 이야기해준다. 그래서 슬프면서도 또 이상하게 위로를 받는 책이다. 억지로 눈물을 끌어내기보다 담담한 문장으로 감정을 쌓아 올리기 때문에, 오히려 마지막 장을 덮고 난 뒤의 여운이 더 오래 남는다.

간호사 출신 작가답게 병원의 분위기와 의료 현장은 과장되지 않고 현실적으로 그려진다. 환자를 돌보는 일뿐 아니라 가족의 마음까지 함께 보듬어야 하는 의료진의 모습도 자연스럽게 녹아 있어 이야기에 신뢰감을 더한다. 화려한 반전이나 자극적인 전개가 아닌, 한 사람의 삶과 이별을 차분히 따라가는 방식이라 잔잔한 감동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더욱 만족할 것 같은 작품이다.

이 책은 '잘 이별하는 법'을 알려주는 이야기가 아니라, 잘 잊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이야기다. 누군가를 오래 기억하는 마음이 우리를 붙잡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살아갈 힘이 될 수도 있다는걸 따스하게 느낄 수 있었다. 마음이 조금 지쳐 있거나 따뜻한 위로가 필요한 날에 읽으면 더 단단해질 수 있을 것 같은 이야기였다.

#아키야린코 #간호사우즈키의미련 #문예춘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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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 루팡
박상민 지음 / 서랍의날씨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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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게시글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되었으며, 솔직한 감상을 담았습니다 ***

병원을 배경으로 한 소설이라고 하면 보통 생명, 의사, 환자, 감동 같은 이야기를 떠올리기 쉽다. 그런데 《닥터 루팡》은 조금 다른 방향에서 병원이라는 공간을 바라보는 작품이다. 생명을 살리는 곳이면서도 때로는 누군가의 억울함이 묻히는 곳, 그 안에 숨겨진 진실을 찾아가는 이야기가 흥미롭게 펼쳐진다.

주인공 승재는 흔해빠진 정의로운 영웅이 아니다. 의료사고 피해자들을 위해 병원에 잠입하고 증거를 찾아내는 ‘의료 브로커’라는 독특한 일을 한다. 그러나 그 행동의 시작에는 돈이나 명예가 아닌 과거의 상처와 누군가를 돕고 싶은 마음이 있다. 옳고 그름의 경계에 서 있는 인물이라 더 복잡하지만, 그래서 더 현실적으로 느껴지는 인물이다.

이야기는 의료사고와 병원 내부의 비밀이라는 무거운 소재를 다룬다. 하지만 생각보다 무겁지만은 않았다. 승재와 동생 승아의 티격태격하는 모습이 적절한 웃음을 만들어주고, 서로 못마땅해하면서도 결국 서로를 가장 먼저 걱정하는 남매의 관계가 따뜻하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특히 각자의 실패와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두 사람이 함께 움직이는 모습에서 가족이라는 존재가 가진 힘을 느낄 수 있었다.

과연 정의를 위해 어디까지 할 수 있을까? 누군가에게는 불법적인 행동처럼 보일 수 있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마지막 희망이 될 수도 있는 승재의 선택은 단순하게 판단하기 어려웠다. 이 작품은 선과 악을 나누기보다, 각자의 사정과 상처 속에서 움직이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빠른 전개와 긴장감 있는 사건 속에서도 결국 남는 건 사람 냄새나는 이야기다. 억울한 일을 겪은 환자들, 자신의 방식으로 버티는 남매, 그리고 완벽하지 않지만 누군가를 위해 움직이는 인물들까지. 《닥터 루팡》은 스릴러의 재미와 함께 ‘진짜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자연스럽게 남기는 작품이다.

가볍게 몰입할 수 있는 재미있는 장르소설을 찾는 독자에게도, 사건 뒤에 숨은 인간적인 이야기를 좋아하는 독자에게도 꽤나 인상 깊은 독서가 될 것 같다.

#닥터루팡 #박상민 #팬덤북스 #서랍의날씨 #우주서평단

*** 인스타그램 우주 @woojoos_story 님의 진행으로 우주클럽+장르문학방에서 함께 읽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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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이주 프로젝트 - 캠퍼밴 타는 고양이와 집사의 파리 정착기
권승희 지음 / 크루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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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게시글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되었으며, 솔직한 감상을 담았습니다 ***

영역 동물인 고양이와 함께 해외 이주를 한다니..! 과연 가능할까? 《고양이 이주 프로젝트》는 두 고양이와 함께 유럽으로 떠나게 되는 여정을 담은 일기이자, 한 생명을 끝까지 책임진다는 것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따뜻한 애정의 기록이다.

낭만적인 파리 생활과 고양이와 함께하는 특별한 여행의 모습이 포장되어 다루어져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책 속 이야기는 생각보다 훨씬 담담하면서도 현실적이다. 초롱이와 새벽이를 프랑스로 데려가기 위해 60쪽 분량의 매뉴얼을 확인하고, 검역 준비를 하고, 수많은 서류와 절차를 해결하는 과정을 통해, ‘가족’을 데려가는 일이 얼마나 큰 책임을 필요로 하는지 뼈저리게 느껴진다. 쉽게 결정할 수 없는 선택이었지만, 이후의 과정 하나하나에는 고양이를 향한 깊은 애정과 믿음이 담겨있는 것이 느껴졌다.

8년 동안 살던 익숙한 집을 떠나 낯선 파리로 향하고, 호텔과 캠퍼밴이라는 불안정한 환경을 경험하면서도 초롱이와 새벽이는 결국 가족의 곁에서 새로운 일상을 만들어간다. 고양이는 영역 동물이라 집이 바뀌면 무척 힘들어할게 당연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하지만 이 험난한 기록을 따라가다보니, 어쩌면 고양이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영역은 공간이 아니라 자신이 믿는 존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스멀스멀 든다.

그래서 책은 마냥 유쾌한 장면들만을 보여주지는 않는다. 말이 통하지 않는 프랑스 수의사 앞에서 고양이의 상태를 설명하려 애쓰는 순간, 좁은 캠퍼밴 안에서 예상하지 못한 사건을 겪는 순간, 낯선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서로를 의지하는 모습까지 담겨 있다. 그런데 그런 소소한 고생들이 오히려 이 가족의 시간을 더 특별하게 만든다. 완벽해서 아름다운 여행이 아니라, 함께였기에 견딜 수 있었던 1,423일의 기록인 것이다.

무엇보다 이 책은 반려라는 단어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반려동물은 내가 원하는 순간에 함께하고 불편해지는 순간 놓아버리는 존재가 아니라, 삶의 변화까지 함께 지나가는 가족이기 때문이다. 유럽의 멋진 풍경보다 더 기억에 남는 것은 좁은 공간 안에서 서로의 온기를 나누던 시간일지도 모른다.

《고양이 이주 프로젝트》는 고양이를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깊은 공감을, 반려동물을 키우지 않는 사람에게도 관계와 책임에 대한 따뜻한 질문을 던지는 책이다. 가족과 함께 낯선 곳으로 떠난 두 고양이들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결국 여행의 목적지는 장소가 아니라 ‘함께하는 마음’이라는 걸 느끼게 해주는 책이기도 하다.

#고양이이주프로젝트 #권승희 #크루 #집사 #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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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사소한 것들의 인문학
조이엘 지음 / 섬타임즈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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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책이라고 하면 어렵고 멀게만 느껴진다. 다만 《더 사소한 것들의 인문학》은 그 리스트에서 제외해도 될 것 같다. 우리가 매일 스쳐 지나가는 작은 장면들에서 생각의 시작점을 찾아주는 책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거창한 철학이나 복잡한 이론을 줄줄 읊는 것이 아니라, ‘왜 우리는 같은 실수를 반복할까’, ‘우리가 당연하다고 믿는 것들은 정말 맞을까’ 같은 질문들을 던지며 일상 속 익숙한 것들을 다시금 새롭게 바라보게 도와준다.

이 책은 평범해 보이는 소재를 전혀 다른 시선으로 풀어낸다는 점이 역시 가장 매력적이다. 까마귀 이야기에서 효와 사회의 모습을 생각하게 하고, 견우직녀 같은 익숙한 이야기 속에서 인간의 감정과 관계를 돌아보게 한다. AI, 로또, 심리 효과처럼 지금 우리의 삶과 가까운 주제들도 역사와 철학의 관점으로 연결해 풀어내며, 읽다 보면 이전에 내가 알던 이야기가 맞나 다시 한번 반문하게 되는 이야기들도 많았다.

이 책은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스스로 생각하게 도와준다. 우리는 매일 수많은 정보 속에서 살아가지만 정작 무엇을 믿고 어떤 기준으로 판단해야 하는지는 놓칠 때가 많다. 《더 사소한 것들의 인문학》은 바로 그 지점에서 작은 단서들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을 발굴해준다. 역사 속 사건과 인간 심리, 사회 현상을 이어 붙이는 과정이 흥미로웠고, 단순한 지식이 아니라 ‘생각하는 힘’자체를 얻는 기분도 들었다.

100개의 짧은 이야기들은 어렵지도 않고 부담 없이 읽힌다. 각각의 이야기가 남기는 여운도 생각보다 깊다. 평소 아무 의미 없이 지나쳤던 것들이, 사실은 인간과 사회를 이해하는 중요한 열쇠가 될 수 있다는게 제일 인상적이다. 빠르게 변하는 시대 속에서 더 많은 정보를 쌓는 것보다, 세상을 제대로 바라보는 눈이 필요하다는 메시지가 와닿는다.

《더 사소한 것들의 인문학》은 이처럼 막막하게만 느껴졌던 인문학을 일상 가까이로 끌어당겨주는 책이다. 읽고 나면 주변의 작은 것들을 한 번 더 바라보게 되고, 익숙한 세상을 조금 다른 질문으로 바라보게 된다. 사소한 것 속에서 깊은 의미를 발견하는 즐거움, 그리고 생각의 폭이 넓어지는 경험을 선물하는 책이었다. 세상에 이렇게 유용한 책이 하나 더 늘었다.

#더사소한것들의인문학 #조이엘 #섬타임즈 #섬타임즈북스 #인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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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가 두고 간 세계 - 돌봄과 상실 너머, 다시 시작된 사랑의 모험
천희란 지음 / 김영사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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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를 사랑한다는 건 어쩌면 언젠가 찾아올 이별까지 함께 사랑하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천희란 작가의 첫 에세이 『고양이가 두고 간 세계』는 단순히 반려묘를 키운 기록이 아니라, 사랑하고 잃어본 사람이 다시 사랑을 선택하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다.

반려동물과 함께 살아본 적 없던 작가는 열다섯 살 노령묘 세 마리 ‘루아꼼’을 가족으로 맞이한다. 어린 고양이의 귀여움보다 아픔과 노화를 먼저 마주해야 했던 시간. 약을 먹이고, 병원을 오가고, 조금이라도 편안하게 해주기 위해 애쓰는 날들이 이어진다. 마지막에는 결국 세 고양이를 차례로 떠나보낸 뒤, 깊은 상실 속에 남겨진다.

하지만 읽으면서 마음에 남았던 건 이별의 슬픔보다도 그 이후의 선택이었다. 사랑했던 존재가 사라진다고 해서 그 사랑까지 끝나는 것은 아니라는 것. 고양이들이 남겨준 커다란 마음의 자리에 다시 새로운 고양이를 받아들이기로 한 작가의 모습을 통해 상실을 견디는 방법이 꼭 잊는 것만은 아니라는 걸 배운다.

천희란 작가는 작은 순간들을 섬세하게 포착하는 매력적인 글을 쓴다. 고양이와 나눈 눈빛, 아픈 몸을 돌보던 시간, 떠난 뒤 빈 공간을 바라보는 마음까지 담담한 문장 속에 깊은 애정이 느껴졌다. 이 책은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만을 위한 이야기가 아닌, 누군가를 진심으로 사랑해본 모든 사람에게 닿는 이야기다.

『고양이가 두고 간 세계』는 슬픔을 말하지만 결국 사랑에 대한 에세이다. 떠나간 존재가 남긴 흔적이 어떻게 한 사람의 세계를 넓혀주는지, 그리고 다시 누군가를 사랑할 용기가 어떻게 시작되는지를 보여준다. 마음 한편이 먹먹해지면서도 이상하게 따뜻해지는 에세이다. 읽으면서 내내 우리집 고양이를 더 한껏, 최선을 다해 사랑해주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과연 고양이가 두고 간 것은 무엇일까. 단순한 추억을 넘어서, 다시금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사랑의 힘이라 하겠다.

#고양이가두고간세계 #천희란 #김영사 #에세이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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