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체 탈락 현상 - 떨어지는 사람들
박소희 지음 / 빈페이지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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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게시글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되었으며, 솔직한 감상을 담았습니다 ***

박소희 작가의 책 《신체 탈락 현상: 떨어지는 사람들》은 제목부터 알 수 있듯이 기괴한 설정을 앞세운다. 신체 일부가 이유도 없이 떨어져 나가는 '신체 탈락 현상'은 정말 충격적인 소재로, 작가는 이를 통해 그 이후에 남겨지는 사람들의 마음과 사회의 시선을 집요하게 들여다본다.

소설은 엄마 김미손의 종아리가 갑작스럽게 떨어져 나가는 장면을 목격한 박성은의 시선에서 시작된다. 국내 첫 발병자라는 낙인이 찍히고, 가족 전체가 의심과 차별의 대상이 되어가는 과정을 읽다보니 코로나19를 지나온 우리의 모습들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원인도 감염 경로도 밝혀지지 않았는데 사람들은 누구보다 먼저 희생양을 찾고, 불안은 순식간에 혐오로 변한다. 왠지 익숙했던 풍경이라 더욱 섬뜩했다.

떨어진 신체를 담기 위한 키트가 생기고, 보장구 산업이 성장한다. 귀가 없거나 손가락이 없는 이들을 보며 아무렇지 않게 일상을 이어가는 사람들의 모습도 소설의 백미다. 분명 비현실적인 설정인데도 이상할 만큼 현실적으로 느껴져버렸다. 재난은 어느 날 갑자기 시작되지만, 사람은 결국 그 안에서도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다른 사람의 불행을 찾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는 이정우의 독백이 기억에 남는다. 타인의 불행을 통해 자신의 상처를 견디려는 마음이 어딘가 어긋나보였다. 또 떨어진 신체를 모아 정성껏 태워 보내는 박주용의 모습에서는, 재앙 앞에서도 끝내 존엄을 놓지 않으려는 인간의 마음이 느껴진다. 반대로 쓰레기통에 버려진 엄지손가락 같은 장면으로는 짧지만 강렬한 이미지로 불편함과 충격을 받게 된다.

이 소설에서는 왜 몸이 탈락하는지를 파헤치는 것보다, 이러한 이유를 알 수 없는 상실 앞에서 우리는 과연 어떤 사람이 되는지를 묻고 있는 것 같다. 누군가는 타인을 의심하고, 누군가는 스스로를 탓하며, 또 누군가는 남겨진 자리를 묵묵히 돌보는 사람이 된다.

《신체 탈락 현상: 떨어지는 사람들》은 이런 기이한 설정을 빌렸지만, 결국 우리 사회를 비추는 소설이라고 하겠다. 몸의 일부가 떨어져 나가는 것보다 더 무서운 것은 사람을 향한 낙인과 무관심일지도 모른다. 상실을 통해 '무엇을 잃었는가'보다 '무엇을 끝까지 지켜낼 것인가'를 더 생각하게 하는 책이었다.

#신체탈락현상 #떨어지는사람들 #박소희 #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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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하는 고고학자 - 고대 인류 문명의 모습과 소리, 냄새, 맛을 재현하는 과학자들
샘 킨 지음, 이충호 옮김 / 해나무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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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에서 유물을 볼 때마다 '이걸 사람들은 어떻게 만들었을까?', '정말 이렇게 사용했을까?' 이런 호기심들이 자연스럽게 생긴다. 샘 킨이 저술한 《실험하는 고고학자》는 그런 궁금증을 가장 재미있는 방식으로 해결해주는 책 같다. 유물을 설명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현재의 상황에서 그 유물을 직접 만들고, 먹고, 던지고, 입어보며 과거를 복원한다. 그래서 이 책을 읽고 있으면 역사책을 읽는 동시에, 시간여행에 동행하는 기분도 든다.

저자가 고대 도기에서 효모를 채취해 이집트 시대의 빵을 굽고, 투창기를 직접 던져 사냥의 감각을 몸으로 익혀보고, 뇌를 이용한 전통 무두질과 고대 로마의 헤어스타일까지 재현하는 과정은 놀라울 만큼 생생하고 재밌다. 정말 엉뚱한 실험들이 이어지지만, 그 모든 과정은 결국 고대인의 삶을 이해하기 위한 진지한 탐구라고 해야할 것이다. 읽는 내내 웃음이 나다가도, 어느 순간 이들의 집념에 감탄하게 된다.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역시 실험과 짧은 소설 형식의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교차한다는 데 있다. 실험으로 밝혀낸 사실을 설명한 뒤에는 그 시대를 살아가는 한 사람의 하루가 펼쳐진다. 안데스의 여자 사냥꾼, 피라미드를 쌓던 노동자, 먼 바다를 향해 항해를 준비하는 사람들. 실제 생활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짧은 서사들이 방금 읽은 연구 결과에 생명을 불어넣는다. 저자의 실험들을 텅해, 유물은 더 이상 박물관 진열장 속 물건이 아니라 누군가의 손때가 묻은 생활 도구가 되고, 역사는 연도와 지루한 연표가 아니라 살아 있는 풍경으로 기억된다.

다 읽고 나니 고고학은 역시 과거를 발굴하는 학문이 아니라 사람을 이해하는 학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빵 한 조각에도 생존의 지혜가 담겨 있으며, 활과 화살, 가죽, 화약과 연고까지, 박물관의 모든 것은 이전 시대에 살아가던 누군가의 삶을 더 나아지게 만들기 위한 치열한 고민의 결과다. 《실험하는 고고학자》는 과학과 역사, 인문학이 가장 흥미로운 방식으로 크로싱 되는 책이다. 과거를 배우는 즐거움은 물론, 수만 년 전 사람들과 지금의 우리가 생각보다 훨씬 닮아 있다는 묘한 친밀감까지 선물받는 특별한 시간이어서 너무 즐거운 독서였다.

#실험하는고고학자 #해나무 #샘킨 #고고학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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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읽고 말하다
아사쿠라 가스미 지음, 전화윤 옮김 / 현암사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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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책을 읽을 때면 늘 이 책으로 독서모임을 하면 어떨까 상상된다. 같은 책을 읽은 사람들이 각자 어떤 문장을 오래 붙잡았는지, 내가 지나친 장면을 누군가는 어떻게 기억했는지 나눌수 있으면 참 좋을 것 같았다. 그런데 막상 내 감상을 꺼내는 일은 늘 어렵게만 느껴진다. 내 해석이 너무 평범하지 않을까, 혼자 엉뚱하게 읽은 건 아닐까 하는 망설임이 먼저 앞서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읽고 읽고 말하다』를 읽으며, '이런 독서모임이라면 나도 꼭 한번 함께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문득 든다.

이 책에 등장하는 '언덕 중간에서 책을 읽는 모임'은 평균 나이 85세, 20년째 이어져 온 독서모임이다. 최고령은 아흔둘, 모두 몸 여기저기가 성치 않고, 남의 말을 끝까지 듣지 못한 채 자기 이야기로 샛길을 새기도 하는 노인들이다. 그런데 그 엉성함이 너무 사랑스럽다. 책 이야기를 하다가 먼저 떠난 배우자를 떠올리고, 한 문장이 젊은 날의 후회와 연결되고, 낭독 하나가 오래 묻어두었던 감정을 조용히 꺼내놓는다. "우리는 지금, 이 이야기를 저마다 경험하고 있다." 바로 이 책을 대표하는 문장이 아닐까.

가장 마음에 남는 장면은 아내가 남긴 책 속 밑줄과 메모를 따라 읽으며, 병상에 누운 아내에게 책을 읽어주지 못한 것을 후회하는 이야기였다. 책은 단순히 읽고 끝나는 물건이 아니라, 이렇게 누군가를 기억하게 만드는 시간이 될 수도 있다. "최고의 동료들과 보내는 최고의 시간이 매달 첫 번째 금요일에 기다리고 있다." 나이가 들어도 다음 달을 기다릴 이유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행복인지 새삼 생각하게 됐다. 노년의 독서모임이란 정말 특별한 것이 아닐까.

이 책이 노년을 특별하거나 안쓰럽게 그리지 않는다는 점이 가장 맘에 든다. 이들은 여전히 책을 좋아하고, 웃고, 투덜대고, 서로에게 참견하며 살아간다. 그리고 그 모습이 오히려 누구보다 생기 넘친다. 슬럼프에 빠진 젊은 작가 야스다가 그들 곁에서 다시 이야기를 쓰고 싶은 마음을 되찾아가는 과정도 잔잔하지만 큰 울림을 남긴다.

책을 읽는다는 건 혼자 하는 일이기도 하지만, 어떻게 보면 읽은 뒤 함께 이야기하는 순간까지가 독서라는 걸 알려주는 책이다. 책 속의 독서모임처럼 좋은 책 한 권을 추천해 줄 사람, 내 감상을 편하게 들려줄 사람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하고도 행복한 일인지. 언젠가는 나도 독서모임을 통해 누군가와 같은 책을 읽고, 같은 문장을 두고 서로 다른 마음을 나눠보고 싶은 욕망을 다시한번 다잡게 된다. 어쩌면 독서의 가장 아름다운 순간은 책을 덮은 뒤부터 시작되는지도 모르겠다.

#읽고읽고말하다 #아사쿠라가스미 #현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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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소원
유은정 지음 / 반타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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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너무 더워져 한여름에 읽기 좋은 으스스한 호러를 찾는다면 유은정의 《불행소원》이 제격이다. 영화감독으로 활동해 온 작가답게 장면 하나하나가 선명하게 그려지고, 물속이라는 공간이 주는 서늘한 감각에 읽으며 피부에 소름이 돋아난다. 넷플릭스 공포 드라마 <기리고>의 배우 전소니씨가 추천한 작품이기도 하다.

이 책은 학교 근처 수영장 물에 소원을 빌고 그 물을 상대에게 묻히면 오직 타인의 불행만 이루어진다는 기묘한 괴담에서 시작된다. 국가대표를 꿈꾸는 아티스틱 스위밍 선수들의 경쟁과 질투, 우정이 이 저주와 맞물리면서 이야기는 점점 돌이킬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간다. "행복을 비는 대신 누군가의 불행을 빌어야 한다"는 설정은 점점 단순한 공포를 넘어 우리의 욕망을 정면으로 비추어준다. 읽으며 괜히 마음이 불편해진다.

그런데 이 작품은 귀신보다 사람의 마음을 더 무섭게 그린다. 저주 자체보다도 '혹시 내 불행을 빈 사람이 가장 가까운 친구라면?'이라는 의심에 간담이 서늘해진다. SNS와 단체 채팅방을 타고 순식간에 퍼지는 소문, 서로를 믿지 못하게 되는 교실의 분위기까지 전부 현실과 너무 닮아 있어 더 섬뜩하게 느껴진다. 저주보다 빠르게 번지는 불신이야말로 이 소설의 진짜 공포라고 할 수 있다.

물이라는 소재를 활용한 분위기 역시 탁월하게 공포감을 생성하는데 한 몫 한다. 텅 빈 지하 수영장의 고요함, 물방울이 떨어지는 소리, 수면 아래에서 숨을 참고 연기해야 하는 아티스틱 스위밍의 아름다움도 점점 불안으로 변해 간다. 물은 모든 것을 감추면서도 결국 감정을 떠오르게 만드는 공간이 되고, 마지막까지 그 축축한 긴장감을 놓아주지 않는다.

《불행소원》은 질투와 열등감, 욕망이 어떻게 공포로 변하는지를 그려낸 한국형 하이틴 호러다. 나처럼 《여고괴담》을 좋아했던 독자라면 분명 반가울 작품이고, 한여름 밤 등골이 서늘해지는 이야기를 찾는 사람들에게도 추천하고 싶다. 어쩌면 가장 무서운 것은 저주가 아니라, 누군가의 불행을 한 번쯤 바래본 적 있는 우리의 마음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불행소원 #유은정 #오팬하우스 #반타 #공포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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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호수, 우리가 사랑한 이상한 세계
캐롤라인 트레이시 지음, 김민정 옮김 / 일레븐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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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호수, 우리가 사랑한 이상한 세계》는 단순히 소금호수에 대한 책을 넘어서서, 삶을 견디는 방법에 대한 에세이와도 같다. 읽는 동안 마음이 소금호수처럼 잔잔해지고, 여운도 깊게 남는다.

생명이 살기 어려운 곳이라고만 생각했던 소금호수에는 수많은 생명들이 저마다의 방식으로 적응하며 살아간다. 염수 새우와 알칼리 파리, 철새와 미생물까지 다양하게 거주한다. 인간의 기준에서는 황무지처럼 보이지만, 어떤 생물에게는 가장 풍요로운 삶의 터전이 되는 것이다.

책 속에서 말라가는 호수와 물고기 뼈가 가득한 풍경을 마주할 때는 안타까움이 컸다.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바싹 마른 물고기 뼈가 서걱거렸다는 장면이 가슴 아프게도 인상깊다. 반대로 푸른 호수와 하얀 소금 평원, 자홍빛 미생물이 만들어내는 풍경을 묘사하는 부분에서는 자연이 얼마나 신비롭고 아름다운 존재인지 새삼 느끼게 된다. 이 책은 아름다움과 상실을 동시에 보여주는 것 같다.

저자는 완벽했던 과거로 돌아가는대신 상처와 결핍을 안은 채 새로운 모습으로 살아가는 것이 회복이라고 말한다. 환경 문제를 다루고 있지만 결코 딱딱하지 않고, 과학을 이야기하지만 어렵지 않다. 한 여성 과학자가 소금호수를 따라 걸으며 자신의 삶을 다시 이해하게 되는 과정을 함께 걷는 느낌이었다.

'살아남는다'는 말의 의미를 조금 다르게 생각하게 해주는 책이다. 끝까지 버티는 것이 아니라, 변화한 환경 속에서도 자신만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것이 살아남는 것이라고. 소금호수의 생명들이 보여준 그 조용한 생명력이 경이로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생각할 거리들이 많아지게 한다.

#소금호수우리가사랑한이상한세계 #소금호수 #과학에세이 #신간추천 #일레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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