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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소원
유은정 지음 / 반타 / 2026년 7월
평점 :
*** 본 게시글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되었으며, 솔직한 감상을 담았습니다 ***
날이 너무 더워져 한여름에 읽기 좋은 으스스한 호러를 찾는다면 유은정의 《불행소원》이 제격이다. 영화감독으로 활동해 온 작가답게 장면 하나하나가 선명하게 그려지고, 물속이라는 공간이 주는 서늘한 감각에 읽으며 피부에 소름이 돋아난다. 넷플릭스 공포 드라마 <기리고>의 배우 전소니씨가 추천한 작품이기도 하다.
이 책은 학교 근처 수영장 물에 소원을 빌고 그 물을 상대에게 묻히면 오직 타인의 불행만 이루어진다는 기묘한 괴담에서 시작된다. 국가대표를 꿈꾸는 아티스틱 스위밍 선수들의 경쟁과 질투, 우정이 이 저주와 맞물리면서 이야기는 점점 돌이킬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간다. "행복을 비는 대신 누군가의 불행을 빌어야 한다"는 설정은 점점 단순한 공포를 넘어 우리의 욕망을 정면으로 비추어준다. 읽으며 괜히 마음이 불편해진다.
그런데 이 작품은 귀신보다 사람의 마음을 더 무섭게 그린다. 저주 자체보다도 '혹시 내 불행을 빈 사람이 가장 가까운 친구라면?'이라는 의심에 간담이 서늘해진다. SNS와 단체 채팅방을 타고 순식간에 퍼지는 소문, 서로를 믿지 못하게 되는 교실의 분위기까지 전부 현실과 너무 닮아 있어 더 섬뜩하게 느껴진다. 저주보다 빠르게 번지는 불신이야말로 이 소설의 진짜 공포라고 할 수 있다.
물이라는 소재를 활용한 분위기 역시 탁월하게 공포감을 생성하는데 한 몫 한다. 텅 빈 지하 수영장의 고요함, 물방울이 떨어지는 소리, 수면 아래에서 숨을 참고 연기해야 하는 아티스틱 스위밍의 아름다움도 점점 불안으로 변해 간다. 물은 모든 것을 감추면서도 결국 감정을 떠오르게 만드는 공간이 되고, 마지막까지 그 축축한 긴장감을 놓아주지 않는다.
《불행소원》은 질투와 열등감, 욕망이 어떻게 공포로 변하는지를 그려낸 한국형 하이틴 호러다. 나처럼 《여고괴담》을 좋아했던 독자라면 분명 반가울 작품이고, 한여름 밤 등골이 서늘해지는 이야기를 찾는 사람들에게도 추천하고 싶다. 어쩌면 가장 무서운 것은 저주가 아니라, 누군가의 불행을 한 번쯤 바래본 적 있는 우리의 마음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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