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읽고 말하다
아사쿠라 가스미 지음, 전화윤 옮김 / 현암사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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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게시글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되었으며, 솔직한 감상을 담았습니다 ***

재미있는 책을 읽을 때면 늘 이 책으로 독서모임을 하면 어떨까 상상된다. 같은 책을 읽은 사람들이 각자 어떤 문장을 오래 붙잡았는지, 내가 지나친 장면을 누군가는 어떻게 기억했는지 나눌수 있으면 참 좋을 것 같았다. 그런데 막상 내 감상을 꺼내는 일은 늘 어렵게만 느껴진다. 내 해석이 너무 평범하지 않을까, 혼자 엉뚱하게 읽은 건 아닐까 하는 망설임이 먼저 앞서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읽고 읽고 말하다』를 읽으며, '이런 독서모임이라면 나도 꼭 한번 함께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문득 든다.

이 책에 등장하는 '언덕 중간에서 책을 읽는 모임'은 평균 나이 85세, 20년째 이어져 온 독서모임이다. 최고령은 아흔둘, 모두 몸 여기저기가 성치 않고, 남의 말을 끝까지 듣지 못한 채 자기 이야기로 샛길을 새기도 하는 노인들이다. 그런데 그 엉성함이 너무 사랑스럽다. 책 이야기를 하다가 먼저 떠난 배우자를 떠올리고, 한 문장이 젊은 날의 후회와 연결되고, 낭독 하나가 오래 묻어두었던 감정을 조용히 꺼내놓는다. "우리는 지금, 이 이야기를 저마다 경험하고 있다." 바로 이 책을 대표하는 문장이 아닐까.

가장 마음에 남는 장면은 아내가 남긴 책 속 밑줄과 메모를 따라 읽으며, 병상에 누운 아내에게 책을 읽어주지 못한 것을 후회하는 이야기였다. 책은 단순히 읽고 끝나는 물건이 아니라, 이렇게 누군가를 기억하게 만드는 시간이 될 수도 있다. "최고의 동료들과 보내는 최고의 시간이 매달 첫 번째 금요일에 기다리고 있다." 나이가 들어도 다음 달을 기다릴 이유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행복인지 새삼 생각하게 됐다. 노년의 독서모임이란 정말 특별한 것이 아닐까.

이 책이 노년을 특별하거나 안쓰럽게 그리지 않는다는 점이 가장 맘에 든다. 이들은 여전히 책을 좋아하고, 웃고, 투덜대고, 서로에게 참견하며 살아간다. 그리고 그 모습이 오히려 누구보다 생기 넘친다. 슬럼프에 빠진 젊은 작가 야스다가 그들 곁에서 다시 이야기를 쓰고 싶은 마음을 되찾아가는 과정도 잔잔하지만 큰 울림을 남긴다.

책을 읽는다는 건 혼자 하는 일이기도 하지만, 어떻게 보면 읽은 뒤 함께 이야기하는 순간까지가 독서라는 걸 알려주는 책이다. 책 속의 독서모임처럼 좋은 책 한 권을 추천해 줄 사람, 내 감상을 편하게 들려줄 사람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하고도 행복한 일인지. 언젠가는 나도 독서모임을 통해 누군가와 같은 책을 읽고, 같은 문장을 두고 서로 다른 마음을 나눠보고 싶은 욕망을 다시한번 다잡게 된다. 어쩌면 독서의 가장 아름다운 순간은 책을 덮은 뒤부터 시작되는지도 모르겠다.

#읽고읽고말하다 #아사쿠라가스미 #현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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