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에서 온 신사
안드레 애치먼 지음, 홍한별 옮김 / 비채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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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게시글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되었으며, 솔직한 감상을 담았습니다 ***

안드레 애치먼의 『페루에서 온 남자』는 지중해의 햇살 아래에서 벌어지는 조금 특별한 휴양지 이야기인것마냥 시작된다. 그런데 이탈리아 아말피 해안으로 여행을 온 미국인 친구들 앞에 페루에서 온 라울이라는 낯선 남자가 나타나면서 이야기는 묘하게 전개된다. 그는 사람의 과거와 미래, 어쩌면 전생까지 들여다보는 듯한 말을 건네는 남자기 때문이다.

일행 중 마고는 낯선 남자 라울에 대해 처음부터 적대감을 드러내지만, 갈수록 왜인지 자신이 이 남자를 알고 있으며, 관광을 하다가도 처음 방문하지만 익숙한 곳인 것 같다는 기시감을 느끼고 라울에게 설명해달라고 한다.

이에 대해 라울이 말하는 평행세계와 다른 삶의 가능성이 흥미로웠다. 내가 지금 선택하지 않은 길에는 어떤 내가 살아가고 있을까. 그때 다른 선택을 했다면 사랑도, 삶도 달라졌을까. 이런 생각을 하다 보니 이야기가 끝난 뒤에도 계속 머릿속에 맴도는 생각들이다.

애치먼 특유의 미련의 감정이 돋보이면서도, 그러나 역시 애치먼답게, 사랑을 아주 달콤하게만 그리지는 않는 책이다. 사랑에는 욕망도 있고, 망설임도 있고, 결국 서로에게 너무 늦게 도착하는 순간도 있다. 그래서 읽는 동안 설레면서도 어딘가 쓸쓸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

여행지의 풍경처럼 아름답고, 꿈처럼 조금 비현실적인데 이상하게 감정만큼은 아주 생생한 이야기다. 시간 여행 속 결코 완성되지 않을 미완의 사랑이 안드레 애치먼의 뜨거운 여름과 푸른 바다의 풍경 안에서 완성되어 더욱 애틋하게 느껴진다.

#페루에서온신사 #비채 #안드레애치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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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아나
안드레 애치먼 지음, 홍한별 옮김 / 비채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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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게시글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되었으며, 솔직한 감상을 담았습니다 ***

안드레 애치먼의 『마리아나』는 사랑에 빠지는 순간보다, 사랑이 끝난 뒤에도 끝나지 않는 마음을 더 집요하게 들여다보고 있다. 짧은 분량인데도 쉽게 페이지가 넘어가지 않는 책이다. 사건이 많은 이야기가 아니라, 한 사람의 감정이 아주 느린 속도로 흔들리고 무너지는 과정을 따라가는 작품이라 문장 하나하나를 곱씹어 읽게 된더. 사랑을 잃어본 사람이라면, '왜 아직도 이 마음에서 벗어나지 못할까'라는 질문을 한 번쯤 스스로에게 던져본 사람이라면 더욱 깊게 빠져들어 읽을 수 있을만한 소설이다.

마리아나는 로마의 예술가 아카데미에서 이타마르를 만나 순식간에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불꽃처럼 뜨거웠던 시간은 오래가지 않고, 그는 점점 멀어지다 결국 아무렇지 않게 떠나고 만다. 소설은 그 이후를 편지 형식으로 표현한다. "난 모든 걸 다 모아놔."라며 행복했던 순간을 조개껍데기처럼 붙잡으려 하고, "나는 언제나 네 생각을 해. 나는 그림자가 되어버렸어."라고 고백하면서 이미 사랑보다 기억이 더 커져버린 마음이 거기 있다. 사랑이 끝났는데도 일요일마다 그를 우연히 마주칠 기대를 버리지 못하고, "나는 널 사랑하지 않아."를 되뇌면서도 끝내 인정하지 못하는 모습이 안쓰럽다.

애치먼의 책에는 질투와 미련, 분노와 후회, 체념과 집착까지 흔히 숨기고 싶은 감정들이 있는 그대로 펼쳐져 있다. 읽으며 마리아나가 안타깝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사랑이라는 감정이 원래 이렇게 비논리적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되새기게 된다. 이미 끝났다는 걸 머리로는 알면서도 마음은 여전히 그 사람을 향하는 경험은 사랑을 해본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있지 않을까 싶다. 이 소설은 바로 그 모순의 순간을 너무도 섬세하게 포착한다.

애치먼의 문장은 아름답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그 아름다움 덕분에 상실의 잔향이 더 오래 남는다. 편지라는 형식 덕분에, 마리아나의 독백은 누군가에게 보내는 말이면서 동시에 자신을 설득하는 과정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 작품은 결국 상대에게 닿지 못한 편지가 아니라, 사랑이 끝난 뒤 새로운 자신을 받아들이기까지의 기록일수도 있다.

『마리아나』는 이별의 모습이 한 사람 안에 얼마나 오래 머무는지를 보여주는 소설 같다. 사랑은 끝났지만, 사랑했던 사람은 이전의 자신으로 돌아갈 수 없다. 그 사실을 인정하는 과정이 이토록 아름답지만 또 아프게 그려질 수 있다는 것을, 애치먼의 섬세한 문장이 더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사랑이 남긴 상처까지도 결국 사랑의 일부가 된다. 오래 곱씹으며 읽은 만큼, 오래 여운이 남는 작품이다.

#비채 #마리아나 #안드레애치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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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기묘한 한국사 ㅣ 기묘한 한국사
김재완 지음 / 믹스커피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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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책을 읽다 보면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를 다시 확인하는 느낌이 들 때가 있는데, 《더 기묘한 한국사》는 다 알면서도 또 모르는 이야기들이다. 알고 있던 인물과 사건인데도 ‘어? 이런 이야기가 있었나?’ 싶어서 몇 번이나 멈춰 읽게 된다.

특히 세종대왕 이야기가 재미있었다. 우리가 흔히 완벽한 성군으로만 떠올리는 세종에게도 며느리 문제라는 예상하지 못한 실패가 있었다는 것부터 흥미로웠다. ‘완벽한 성군의 가장 완벽한 실패작’이라는 표현이 묘하게도 와닿는다. 반대로 곽재우는 임진왜란이 끝난 뒤 무려 29번이나 관직을 받았지만 계속 거절했다고 한다. 나라를 위해 자신의 재산까지 내놓았던 사람이 오히려 벼슬에는 미련이 없었다는 사실이 인상적이었다.

정약용이 등장하는 이야기도 재미있었다. 시체를 살피고 사건의 단서를 찾아가는 모습이 마치 조선 시대의 탐정처럼 느껴져서, 역사책을 읽고 있다는 걸 잠시 잊을 정도였다. 700년 동안 바닷속에 잠들어 있던 보물선을 찾아가는 이야기나, 사라진 문화재의 흔적을 추적하는 이야기도 긴장감 있게 읽었다.

우리는 역사를 너무 쉽게 알고 있었던 걸지도 모르겠다. 왕과 전쟁, 위대한 업적처럼 커다란 것만 기억하다 보니 그 뒤에 있었던 사람들의 욕망과 실패, 선택과 희생은 놓치고 있었던 것 같다. 이 책은 단순히 ‘신기한 역사 이야기’를 모아놓은 책은 아니다. 기묘한 사건을 따라가며 재미있게 읽다가도 어느 순간 권력은 무엇을 감추었는지, 왜 어떤 사람의 이름은 기억되고 어떤 사람은 사라졌는지를 생각하게 만든다.

역사에 큰 관심이 없더라도 생각보다 술술 읽힌다. 또 역사책 특유의 무거움보다, 미스터리를 하나씩 풀어가는 재미도 있어서 좋았다. 교과서에서 배웠던 역사들 속에 또 무엇이 숨어있었을까 궁금해지게 하는 책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이야기가 정말 전부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것. 《더 기묘한 한국사》가 남긴 가장 재미있는 여운은 바로 그 의문이 아닐까 싶다.

#더기묘한한국사 #김재완 #원앤원북스 #믹스커피 #한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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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3개월만 더 살기로 했다 - 90일간의 생존 일지
김게을 지음 / 미다스북스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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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3개월만 더 살기로 했다.”

제목을 읽자마자 마음이 묵직해진다. 3개월이라는 시간을 스스로 정해야 했던 사람의 마음은 어떤 것이었을까.. 그 문장 안에 담긴 절망과, 동시에 그래도 조금은 살아보고 싶었던 작은 마음이 느껴지는, 쉽게 넘길 수 없는 제목이다.

나 역시 한때 우울증을 겪었던 시간이 있었기에 이 책이 더욱 깊게 다가왔다. 우울이라는 감정은 단순히 힘내면 괜찮아지는 것이 아니다. 아무 이유 없이 가라앉는 마음, 가까운 사람에게 상처를 주고 있다는 죄책감, 아무도 내 마음을 이해하지 못할 것 같은 고립감이 남는다. 김게을 작가는 그렇게 가장 어두웠던 시간을 조심스럽게 꺼내 보여준다. 그래서 더 공감이 가는 책이었다.

봄의 끝에서 여름의 초입까지, 저자는 딱 3개월만 더 살아보기로 한다. 그 시간 동안 우울의 덩어리인 ‘동글이’와 함께 지내고, 마음속 친구인 이리, 아나, 쥬와 이야기를 나눈다. (이 녀석들 이름을 이어서 부르면 더 귀엽다 ㅎㅎ) 처음에는 떨쳐내야 할 존재처럼 보였던 우울이 어느 순간 자신의 일부임을 받아들이게 되는 과정이 참 인상적이었다. 우리는 늘 불편한 감정을 없애야 한다고 생각하며 살지만, 어쩌면 어떤 감정들은 밀어내기보다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워야 하는지도 모른다.

특히 이 책의 따뜻한 그림들이 너무 좋다. 아픈 이야기를 조금 더 다정하게 바라보게 해주고, 우울을 이렇게 귀엽고 포근한 모습으로 표현할 수도 있다는 사실도 새삼 놀랍게 다가왔다. 스탠드 조명 아래 함께 책을 읽는 장면처럼, 누군가가 아무 말 없이 곁에 있어주는 듯한 그림들은 글 이상의 위로를 전해주고 간다.

물론 여전히 힘든 날이 있고, 여전히 약을 챙겨 먹으며 살아간다. 하지만 이전과 달라진 것은 분명히 있다. 사라지고 싶었던 사람이 이제는 “다음 계절까지 살아보자”고 말할 수 있게 된 것.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큰 변화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3개월만 더 살기로 했다》는 여전히 흔들리고, 때로는 무너지는 사람이 오늘을 살아내는 기록이지만 그래서 더 현실적이고 더 따뜻한 것 같다. 마음속에 설명하기 어려운 무언가를 품고 있는 사람에게, 혼자 있지 않다는. 너와 비슷한 내가 함께 한다는 위로를 주는 그런 멋진 책이다.

#나는3개월만더살기로했다 #미다스북스 #김게을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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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 소설이라는 이름의 소설 괴담
사와무라 이치 지음, 강영혜 옮김 / 리드비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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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게시글은 인스타그램 출판사 이벤트를 통해 책을 제공받아 읽은 후 작성되었으며, 솔직한 감상을 담았습니다 ***

요즘 더워서 그런지 이상하게 괴담이나 호러 소설이 자꾸 당긴다. 무서운 걸 일부러 찾아 읽는 건 아닌데, 한 번 읽기 시작하면 또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서 계속 보게 되어서 자꾸 등 너머가 으스스하다. 이번에 읽은 사와무라 이치의 《괴담 소설이라는 이름의 소설 괴담》도 딱 그런 책이다.

〈고속 괴담〉에서 신입이 아무도 없는 박스 안을 가리키면서 “저 사람은 왜 건너뛰어요?”라고 하는 장면이 너무 소름돋았다. 귀신이 갑자기 튀어나오는 것보다 이런 식으로 ‘분명 이상한데 정확히 뭐가 이상한지는 모르겠는’ 장면들이 진짜 무섭다.

〈피리 부는 집〉도 무섭다. 오래된 집을 바라보는데 어느 순간 “집 그 자체가 나를, 우리를 지그시 바라보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 부분이다. 집이 사람을 보고 있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는데, 읽고 나니까 괜히 창문이 집의 눈 같다는 생각이 들면서 신경 쓰이기 시작한다.

〈코우와 게이〉에서는 테이블 아래에 어린아이의 손이 붙어 있는 장면이 나오고, 〈우라미 선생님〉에서는 얼굴이 완전히 짓이겨진 남자가 천천히 다가온다. 이런 장면들은 정말 대놓고 끔찍하다. 피가 많이 나오는 장면은 아니지만, 〈마른 우물의 목소리〉에서 내가 쓴 적 없는 소설을 누군가가 읽고 극찬한다는 설정 자체가 너무 기이해서 이것도 무섭다.

이 책에서의 공포의 종류는 하나가 아니다. 유령, 저주, 살인, 오컬트, 서술 트릭까지 이야기마다 결이 달라서 모든 이야기가 다른 의미로 소름 돋고, 어떤 건 잔인하고, 어떤 건 읽고 나서 한참 생각하게 만든다. 무서우면서도 다음 페이지가 궁금하고, 읽기 싫은데 또 읽고 싶은 책이다.

〈마른 우물의 목소리〉 속 “이 소설을 읽기 전부터, 읽으려고 생각한 것만으로” 이미 공포에 질렸다는 문장이 이 책을 제일 잘 보여주는 것 같다. 읽는 동안보다 책을 덮은 뒤가 더 무서운 책. 덕분에 지금도 종종 어두운 방에 들어갈때, 아무도 없는걸 알면서도 괜히 한 번 더 불을 켜서 확인하게 되어버렸다.

#사와무라이치 #괴담소설이라는이름의소설괴담 #리드비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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