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일드 호더
프리다 맥파든 지음, 이민희 옮김 / 밝은세상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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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게시글은 인스타그램 블루벨님 (@bluebell1525) 이벤트를 통해 책을 제공받아 읽은 후 작성되었으며, 솔직한 감상을 담았습니다 ***

프리다 맥파든의 『차일드 호더』는 시작부터 마음이 편하지 않은 소설이다. 폭풍우가 몰아치는 밤, 숲속 오두막에 혼자 사는 케이시가 창고에서 피투성이가 된 아이 엘리너를 발견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칼을 든 채 경계하는 아이, 배낭에서 흘러나오는 피, 그리고 누군가를 고문하고 죽이는 그림이 그려진 노트까지. 대체 이 작은 아이가 무슨 일을 겪었기에 복수를 꿈꾸게 된 걸까 뒷 이야기가 너무 궁금해지며 벌써 도파민이 폭발하려 한다.

이야기는 현재의 케이시와 과거의 엘라를 오가며 진행된다. 엘라가 살아가는 집은 집이라기보다 감옥에 가깝다. 물건을 버리지 못하는 엄마는 집 안을 온갖 폐품과 썩어가는 음식으로 채워놓고, 딸을 벽장에 가두거나 담뱃불로 팔을 지지기도 한다. 학교에서도 굶주림 때문에 친구의 샌드위치를 훔치고 문제아 취급을 받는다. 읽으면서 가장 답답했던 건 아이에게 잘못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아무도 아이의 삶을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런 엘라에게 유일한 친구 앤턴이 있었고, 아이들을 지켜주려 애쓰다 교사 자리까지 잃은 케이시가 있었다. 그리고 이야기는 아무도 손을 내밀어주지 않을 때, 사람이 과연 어디까지 몰릴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특히 현재와 과거가 맞물리면서 “복수심에 불타는 아이가 노리는 사람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이 점점 커진다. 의심했던 인물이 뒤집히고, 믿었던 상황마저 다시 의심하게 만드는 반전은 역시 프리다 맥파든답게 빠르고 날카롭다.

과연 아이에게 정말 선택권이 있었을까라는 의문도 남는다. 폭력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내린 선택을 그저 옳고 그름으로 판단내릴수 있을지는 더 생각해봐야만 할것이다. 어마무시한 스릴러와 도파민을 기대하며 읽기 시작했는데, “그 누구도 아이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는 내용이 씁쓸하게 와닿기도 하는 책이었다. 작가가 차일드 호더를 단순히 개인적 문제를 넘어서 사회적 이슈로 지적하며 메시지를 던지고 있기에 더 눈에 띈다. 역시 프리다 맥파든표 소설답게 긴장감과 반전도 충분해서 재밌게 읽었다.

#차일드호더 #프리다맥파든 #밝은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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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은 어떻게 불안을 이기는가 - 고요한 행복에 이르는 에피쿠로스의 지혜
박은미 지음 / 서사원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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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게시글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되었으며, 솔직한 감상을 담았습니다 ***

요즘 마음이 자주 불안하고, 잘하고 있는지 끊임없이 확인하며 살아가고 있다면 빨리 이 책을 읽어봐야한다. 『철학은 어떻게 불안을 이기는가』는 에피쿠로스를 흔히 떠올리는 ‘쾌락주의’의 이미지에서 끌어내어, 어떻게 하면 조금 덜 흔들리고, 지금의 삶을 제대로 누릴 수 있는지를 본격적으로 이야기하는 책이다.

이 책을 읽으며 가장 많이 생각하게 된 건 ‘내가 원하는 것이 정말 내가 원하는 것일까?’였다. 우리는 남들이 가진 것을 부러워하고, 인정받기 위해 애쓰고, 뒤처지지 않으려고 무언가를 계속 채우며 살아가곤 한다. “내가 나를 무엇으로 채울까에 대한 중심이 잡혀 있지 않으면 남들이 원하는 것을 원하게 됩니다.” 저자는 이 문장으로 그 대답을 대신해준다.

물건이 주는 만족은 오래가지 않고, 타인의 평가를 나의 가치로 삼으면 결국 공허해진다는 것이다. 반대로 내가 원하는 일을 선택하고, 지금 내 곁에 있는 것의 가치를 알아차리는 연습이 중요해진다. “지금 누리고 있는 것의 가치는 그것이 사라져야 알게 됩니다.” 당연하게 여겼던 오늘이 사실은 내가 간절히 바라던 어느 날일수도 있다.

죽음에 대한 에피쿠로스의 생각도 인상적이다. 에피쿠로스는 인생이 짧다는 사실을 두려움으로만 받아들이지 말고, 그렇기에 오늘을 더 잘 살아야 한다는 것을 역설한다. “오늘 하루 행복하기만도 아까운 시간이 흐르고 있습니다.”라는 말이 마음을 다독여준다.

이 책은 어렵기만 한 철학서를 넘어, 소비, 욕망, 인정, 불안, 죽음, 관계와 같은 너무나 현실적인 문제를 통해 자연스럽게 나 자신을 돌아보게 해준다. “손해 볼 것을 두려워하는 마음으로는 타인의 세계로 진입할 수 없습니다.”라는 문장처럼 결국 행복은 나 혼자만의 평온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와 함께 살아가는 방식으로까지도 이어지는 것 같다.

내가 무엇 때문에 불안한지, 무엇을 욕망하고 있는지 한 번 멈춰 바라보게 되는 책이었다. 어쩌면 철학이 주는 가장 현실적인 위로는 정답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내가 정말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 스스로 묻게 해주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내가 무엇으로 나를 채울지에 대한 중심이 잡혀 있으면 나로서 행복할 수 있게 됩니다. 남들이 나를 부러워할지 말지 남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신경 쓸 필요가 없어질 테니까요. 결국 우리는 진정 나를 채울 수 있는 게 무엇인지 알지 못해서 공허를 느끼게 됩니다. 타인의 시선에 따르는 욕망은 우리에게 평안함을 주지 않습니다.

📌에피쿠로스는 무한한 시간이 주어진다고 해서 유한한 시간보다 더 큰 쾌락을 누리는 것은 아니라고 역설했습니다. 우리의 인생은 짧습니다. 오늘 하루 행복하기만도 아까운 시간이 흐르고 있습니다. 늘 행복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버리면 오히려 행복할 수 있습니다. 지금 내가 누리고 있는 것의 좋은 점을 보는 눈을 키우면 더 행복해질 수 있습니다.

#철학은어떻게불안을이기는가 #철학 #에피쿠로스 #박은미 #서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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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성 (오리지널 커버 에디션)
미나토 가나에 지음, 김진환 옮김 / 알토북스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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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토 가나에의 『모성』은 우리에게 “낳는다고 해서 정말 모성이 생기는 걸까?” 라는 질문을 가감없이 던진다. 이야기는 한 여고생이 공영주택 화단에 쓰러진 사건에서 시작된다. 자살인지 사고인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엄마의 고백과 딸의 독백, 그리고 사건을 바라보는 한 여교사의 시선이 교차하며, 11년 전 태풍이 몰아치던 날로 거슬러 올라간다.

자신의 친정엄마를 사랑하고 의지했지만, 반면 자신이 낳은 딸에게는 쉽게 마음을 내주지 못하는 엄마의 모습이 과연 '모성'이 무엇인지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것 같다. “내가 결혼해서 아이를 낳았기 때문에 엄마가 되었다”는 엄마의 생각과, 어떻게든 엄마에게 인정받고 싶어 그림도 공부도 운동도 애써온 딸의 마음은 같은 가족 안에 있으면서도 전혀 다른 곳을 향하고 있다. 서로를 사랑하지 않는 게 아니라, 사랑하는 방식이 너무 달라서 계속 어긋나는 관계라는 점이 답답하면서도 마음이 울렁거린다.

무엇보다 친정엄마와 어린 딸, 둘 중 한 사람만 구할 수 있었던 그날의 선택은 이 책에서 가장 불편하면서도 강렬한 장면이었다. ‘엄마라면 당연히 아이를 선택해야 한다’는 말이 정말 그렇게 당연한 걸까? 모성은 본능일까, 아니면 사회가 여성에게 끊임없이 요구해온 역할일까. 읽다보면 모든것을 질문하고만 싶게 만드는 책이다.

읽는 동안 엄마의 행동에는 몇 번이나 답답함을 느꼈고, 또 딸은 왜 그렇게까지 사랑을 갈구할까 싶었다. 그런데 마지막에 가까워질수록 그 답답함이 조금씩 다른 감정으로 바뀐다. 미나토 가나에는 모녀 사이의 사랑이라는 이름 안에 숨어 있는 기대와 집착, 죄책감과 결핍에 집중하여 모성을 풀어낸다.

그래서 우리가 믿어온 ‘엄마의 사랑’은 정말 본능일까, 아니면 우리가 믿고 싶어서 만들어낸 가장 단단한 신화일까? 자신을 낳아준 사람과 자신이 낳은 사람, 둘 중 하나만을 선택해 살려야 한다면 누구를 선택해야 할까? 모성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기에 생각할 거리가 참 많다.

#모성 #미나토가나에 #알토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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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사슴뿔버섯 - 서순희 장편소설
서순희 지음 / 마이디어북스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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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순희 작가의 『붉은사슴뿔버섯』은 성장 소설이면서도 성장을 거부하는 한 소녀의 이야기다. 배경은 1960~70년대 대구, 책은 산업화의 거센 물결 속에서 고향을 떠나 도시로 온 장애 소녀 윤희의 성장기를 따라가게 된다. 하지만 단순히 한 사람의 성장 이야기라고 하기에는 그녀에게 닥친 시대의 상처가 너무 크게만 느껴진다.

소아마비로 두 다리를 제대로 쓰지 못하는 윤희는 학교에서 돌을 맞고 놀림을 받으며 ‘왜 나를 낳았느냐’고 엄마에게 울부짖는다. 고향의 바닷가와 할머니의 등에 업혀 보았던 풍경을 그리워하는 장면에서는 어린아이의 외로움이 그대로 전해져 심금을 울린다. 반면 도시에서 만난 사람들의 삶은 더 거칠고 복잡하다. 술과 담배로 세상에 적응하려는 미연 언니, 가난과 차별 속에서도 살아가는 정순 언니, 그리고 돈과 욕망 앞에서 무너지는 어른들까지. 이 모두가 장애소녀 윤희가 너무 일찍 알아버린 세상이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이전에는 알지도 못했던 붉은사슴뿔버섯이라는 존재가 참 강렬하게 다가온다. 마당 한구석에 피어난 아름답고도 치명적인 버섯을 바라보며 ‘죽고만 싶다’고 생각하는 윤희의 독한 마음은 어찌보면 독버섯의 붉은색보다도 더 붉어 보인다. 그러면서도 좋아하는 상범에게 “나 한 번만 안아줘”라고 애원하는 모습에서는 사랑받고 싶은 마음과 스스로를 낮춰야만 한다고 느끼는 절망이 겹쳐 보여 페이지를 넘기기가 힘들었다.

하지만 상처받고 휘청거리던 윤희는 종내는 자신의 삶을 통과하며 조금씩 다른 사람의 아픔을 바라볼 수 있게 된다. ‘성장한다’는 건 상처가 완전히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그 상처를 안고도 다른 사람에게 손을 내밀 수 있게 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붉고 독한 시대를 지나온 한 소녀의 성장 이야기가 생각보다 깊고 오래 마음에 남았다. 읽고나서 알았는데, 작가의 자서전적 이야기라고 해, 놀라우면서도 또 다른 의미로 와닿는 책이었다.

#붉은사슴뿔버섯 #서순희 #마이디어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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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 화이트맨
모신 하미드 지음, 권상미 옮김 / 문학수첩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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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신 하미드의 『라스트 화이트맨』은 시작부터 꽤 당황스러운 소설이다. 어느 날 아침 눈을 떴는데 백인이었던 내가 짙은 갈색 피부의 사람이 되어 있다면 어떨까. 바로 이 상황에 처한 주인공 앤더스가 거울을 깨부수고 이불 속으로 숨어버리는 장면을 읽으면서, 사실 처음에는 단순히 피부색이 바뀐 것뿐인데 왜 이렇게까지 무서워할까 싶었다. 뒤로 갈수록 그 공포가 사실은 피부색 자체가 아니라 ‘내가 나라고 믿어왔던 것’이 흔들리는 데서 오는 듯 하다.

앤더스는 계속해서 자신이 전과 같은 사람인지 고민한다. “피부 밑에 흐르는 자아는 여전히 나 자신”이라고 생각하면서도 그게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고 느낀다. 나도 잠시 생각해봤는데, 정체성이라는 게 내 생각보다 훨씬 많은 것들 위에 세워져 있다고 느껴진다. 내가 나라고 믿는 것, 다른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보는지, 내가 누군가를 어떻게 바라보는지까지.

더 불편했던 건 피부색이 바뀐 뒤 주변 사람들의 태도였다. 이전에는 그저 바람같이 스쳐 지나가던 청소부가 어느 순간 하나의 인간으로 보이기 시작하고, 거리에서는 어두운 피부를 가진 사람들을 낯선 존재처럼 바라본다. 결국 마을 곳곳에서 폭력과 총격이 벌어지고 무장단체까지 나타난다. 다른건 똑같고 그저 피부색만 달라졌을 뿐인데 그동안 당연하게 여겨졌던 세계의 질서가 너무 쉽게 무너지는 모습이 꽤 소름끼친다.

“마을의 공기가 변하고 있었다. 그 변화는 사람들의 피부색이 변하는 속도보다 훨씬 빨랐다.” 사람의 몸보다 먼저 변한 건 사람들의 시선과 두려움이다. 하지만 그래도 앤더스의 곁을 지키는 아버지와 앤더스의 연인 우나, 그리고 우나의 어머니처럼 혼란스러운 상황에서도 서로를 놓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인간적인 관계들도 크게 와닿는다.

‘피부 아래에는 무엇이 남는가’. 특권도, 인종도, 사회가 만들어놓은 경계도 결국 사람이 만든 것이다. 그것들이 사라진 뒤 우리는 서로를 어떻게 바라보게 될까 궁금해진다. 이 책은 인종과 특권에 대한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사람과 사람이 서로에게 다가가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겉모습을 먼저 보던 세계에서 벗어나 눈빛이나 목소리, 표정 같은 아주 작은 것들을 바라보기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게 느껴지게 된다. 피부색이 바뀐 앤더스를 통해, 우리는 껍데기 속의 타인을 비로소 정확히 바라보는 법을 배운다.

#라스트화이트맨 #모신하미드 #문학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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