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트 화이트맨
모신 하미드 지음, 권상미 옮김 / 문학수첩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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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게시글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되었으며, 솔직한 감상을 담았습니다 ***

모신 하미드의 『라스트 화이트맨』은 시작부터 꽤 당황스러운 소설이다. 어느 날 아침 눈을 떴는데 백인이었던 내가 짙은 갈색 피부의 사람이 되어 있다면 어떨까. 바로 이 상황에 처한 주인공 앤더스가 거울을 깨부수고 이불 속으로 숨어버리는 장면을 읽으면서, 사실 처음에는 단순히 피부색이 바뀐 것뿐인데 왜 이렇게까지 무서워할까 싶었다. 뒤로 갈수록 그 공포가 사실은 피부색 자체가 아니라 ‘내가 나라고 믿어왔던 것’이 흔들리는 데서 오는 듯 하다.

앤더스는 계속해서 자신이 전과 같은 사람인지 고민한다. “피부 밑에 흐르는 자아는 여전히 나 자신”이라고 생각하면서도 그게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고 느낀다. 나도 잠시 생각해봤는데, 정체성이라는 게 내 생각보다 훨씬 많은 것들 위에 세워져 있다고 느껴진다. 내가 나라고 믿는 것, 다른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보는지, 내가 누군가를 어떻게 바라보는지까지.

더 불편했던 건 피부색이 바뀐 뒤 주변 사람들의 태도였다. 이전에는 그저 바람같이 스쳐 지나가던 청소부가 어느 순간 하나의 인간으로 보이기 시작하고, 거리에서는 어두운 피부를 가진 사람들을 낯선 존재처럼 바라본다. 결국 마을 곳곳에서 폭력과 총격이 벌어지고 무장단체까지 나타난다. 다른건 똑같고 그저 피부색만 달라졌을 뿐인데 그동안 당연하게 여겨졌던 세계의 질서가 너무 쉽게 무너지는 모습이 꽤 소름끼친다.

“마을의 공기가 변하고 있었다. 그 변화는 사람들의 피부색이 변하는 속도보다 훨씬 빨랐다.” 사람의 몸보다 먼저 변한 건 사람들의 시선과 두려움이다. 하지만 그래도 앤더스의 곁을 지키는 아버지와 앤더스의 연인 우나, 그리고 우나의 어머니처럼 혼란스러운 상황에서도 서로를 놓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인간적인 관계들도 크게 와닿는다.

‘피부 아래에는 무엇이 남는가’. 특권도, 인종도, 사회가 만들어놓은 경계도 결국 사람이 만든 것이다. 그것들이 사라진 뒤 우리는 서로를 어떻게 바라보게 될까 궁금해진다. 이 책은 인종과 특권에 대한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사람과 사람이 서로에게 다가가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겉모습을 먼저 보던 세계에서 벗어나 눈빛이나 목소리, 표정 같은 아주 작은 것들을 바라보기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게 느껴지게 된다. 피부색이 바뀐 앤더스를 통해, 우리는 껍데기 속의 타인을 비로소 정확히 바라보는 법을 배운다.

#라스트화이트맨 #모신하미드 #문학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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