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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순수한 미술은 없다
이지윤 지음 / 쌤앤파커스 / 2026년 8월
평점 :

*** 본 게시글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되었으며, 솔직한 감상을 담았습니다 ***
미술을 좋아해서 집에 미술책이 쌓여있으면서도 작품을 볼 때는 늘 작가와 작품에만 집중하게 된다. 그런데 『세상에 순수한 미술은 없다』는 그림을 보기 전에 먼저 “이 작품은 누구의 부탁으로, 무엇을 위해 만들어졌을까?”를 물어야하지 않겠냐는 고민거리를 던져준다. 제목부터 도발적이어서 흥미로웠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어쩐지 미술을 하나의 ‘작품’이 아닌 ‘생태계’로 바라보게 된다. 조토의 스크로베니 예배당이 한 집안의 속죄와 욕망에서 시작되었다는 이야기부터, 흑사병 이후 미술품 가격이 치솟고 선주문 후제작에서 선제작 후판매로 거래 방식이 바뀌었다는 이야기까지 아주 흥미진진하다. 우리가 위대한 예술이라고 부르는 것들 뒤에도 늘 돈과 권력, 신앙과 욕망, 시장과 사람이 있었다는 사실이 씁쓸하면서도 너무 재미있어 페이지가 잘도 넘어간다.
보티첼리의 그림이 누군가의 침실을 장식하기 위한 결혼 선물이었고, 렘브란트의 자화상이 내면의 기록인 동시에 고객에게 보여주는 포트폴리오였다는 대목에서는 익숙했던 작품들이 전혀 다른 모습으로 다가온다. 미술관 벽에 걸린 한 점의 그림이 사실은 수많은 사람의 선택과 욕망을 통과해 그 자리에 도착했다는 것이 놀랍기만 하다. 더불어 미술 작품을 보는 시야가 이전과는 확연히 달라지게 된다.
특히 후반부 AI와 온라인 미술시장 이야기를 읽으면서는 과거의 미술사가 현재와도 전혀 동떨어진 이야기가 아니라는 걸 실감했다. 데이터가 가격을 예측하고 알고리즘이 작품을 발견하는 요즘 시대에도, 결국 작품에 의미를 부여하고, 오래 곁에 두고 싶다고 느끼는 건 사람의 몫이라는 저자의 의견에도 백배 동감하게 된다.
도발적인 책 제목처럼, 이 책을 읽고 나면 미술을 조금 덜 순수하게, 하지만 훨씬 입체적으로 바라보게 된다. 이제 미술관에 가게 되면 그림 앞에서 감상을 느낀 후에 자연스럽게 “그런데 이 그림은 어떻게 여기까지 왔을까?”라는 질문을 덧붙이게 될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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