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얼굴
아베 코보 지음, 이정희 옮김 / 문예출판사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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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게시글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되었으며, 솔직한 감상을 담았습니다 ***

얼굴을 잃는다는 건 사실 단순히 외모를 잃는 일로 끝나는 일이 아닐 것이다. 아베 코보의 『타인의 얼굴』은 그 당연한 생각에서 출발해 결국 ‘나는 누구이며, 타인과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가’라는 지점까지 밀어붙이고 만다. 읽는 동안 기묘하고 불편하면서도 이상하게 손에서 놓기 어려운 책이다. 한 문장씩 읽고 멈춰가며, 생각하게 만드는 힘이 강한 작품이었다.

실험 사고로 얼굴을 잃은 남자는 흉터로 뒤덮인 얼굴 대신 가면을 만들어 세상으로 돌아가려 한다. “당신에게 천 가지 표정이 있다고 하면 내게는 하나의 얼굴조차 없다.”라는 문장에서 이 남자의 결핍이 선명하게 느껴진다. 흥미로운 건 얼굴을 되찾았다고 생각하는 순간부터 오히려 더 깊은 혼란이 시작된다는 점이다. 가면을 쓴 그는 이전의 자신이라면 하지 않았을 행동을 서슴없이 하고, 어느 순간 “가면은 내 의도 같은 건 뒷전에 두고 제 마음대로 걷기 시작한 듯했다”고 느끼고야 만다...

그리고 가면은 결국 자유이면서 동시에 또 다른 감옥이 된다.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고 싶어 만든 가면이 그의 자아를 둘로 갈라놓고, 아내와의 관계를 회복하려던 시도마저 질투와 의심, 복수심으로 뒤틀려버린다. 특히 마지막에 드러나는 아내의 선택은 남자가 지금까지 붙잡고 있던 ‘소통’의 의미를 통째로 뒤집어버린다. 그때 느껴지는 허탈함과 서늘함이라니..!

사실 이 책이 무서운 이유는 얼굴을 잃은 사람이 특별해서가 아니라, 우리 역시 상황에 따라 수많은 가면을 쓰고 살아간다는 사실을 들춰내 버리기 때문이다. 사회적 체면, 타인의 평가, 익숙한 관계 속에서 만들어낸 모습이 과연 진짜 나인지 생각하게 되는 책이다.

“당신이 당신을 스스로 거부하고 있던 것은 아닌가요?”라는 문장처럼, 결국 이 소설에서 가장 낯선 타인은 다른 사람이 아니라 어쩌면 자기 자신인지도 모르겠다. 어렵고 관념적인 부분도 분명 있었지만, 그 불편함까지 포함해서 오래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이라고 하겠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인간이라는 존재 속에서 얼굴 따위가 그만큼 큰 비중을 차지할 리가 없다. 인간의 무게는 어디까지나 그 일의 내용으로 평가되어야 하며, 그것은 대뇌 피질과 관계될 수는 있어도 얼굴이 참견할 여지는 없는 세계다. 고작 얼굴의 상실 때문에 저울의 눈금에 두드러진 변화가 나타난다고 한다면 그것은 처음부터 내용이 텅 비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내가 타인의 가면을 쓴 별종 인간이라면, 당신은 당신의 가면을 쓴 별종 인간이다. 자기 자신의 가면을 쓴 별종 인간…….

📌모처럼 가면을 쓰고 통로를 열어 당신을 맞아들인 셈이었는데 당신은 나를 지나쳐 어느새 어디론가 가버렸다. 그리고 나는 가면을 쓰기 전과 마찬가지로 고독한 채로 남겨져버렸다.

#타인의얼굴 #아베코보 #문예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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