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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의 탄생 - 우리가 찍은 낙인의 역사
수레카 데이비스 지음, 이영아 옮김 / 현암사 / 2026년 8월
평점 :
*** 본 게시글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되었으며, 솔직한 감상을 담았습니다 ***
『괴물의 탄생』을 읽고 나니 ‘괴물’이라는 말이 생각보다 훨씬 불편하게 다가온다. 고대의 기괴한 생명체나 늑대인간, 미노타우로스 같은 상상의 존재들을 이야기하는 책일거라 생각하고 읽기 시작했는데, 읽을수록 이 책이 말하는 괴물은 결국 우리가 만들어낸 ‘타자’에 가깝지 않을까 싶었다.
저자가 말하는 괴물은 사실 인간의 반대편에 있는 존재가 아니다. 오히려 인간과 비인간, 정상과 비정상 사이의 경계에 놓인 존재다. 그래서 우리는 이해할 수 없는 것을 괴물이라고 부르며 경계를 긋고, 그 바깥에 누군가를 밀어냄으로써 내가 속한 세계를 ‘정상’이라고 믿어왔다. “괴물 만들기는 가치를 판단하는 행위”라는 문장에서도 알 수 있듯이.
책 속 사례들이 꽤 충격적이었다. 고대에는 머리가 둘 달린 송아지가 신의 형벌이나 불길한 징조로 여겨졌고, 임신부가 무서운 것을 보거나 고양이 그림을 보는 것만으로도 ‘괴물 아기’를 낳을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다고 한다. 더 섬뜩한 것은 이런 괴물 만들기가 단순히 사람들의 상상 속에서 끝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라오스에서 납치된 크라오는 ‘다윈의 잃어버린 고리’라는 이름으로 런던에 전시됐고, 실제 인간의 신체적 차이가 박물관과 프릭쇼 (freak show)의 구경거리가 되기도 했다.
그래서 이 부분에서 가장 마음이 무거워진다. 사람들은 괴물을 두려워하면서 동시에 열광했고, 그 호기심을 이용해 누군가를 전시하고 소비했다. 결국 괴물은 존재 자체가 무서운 것이 아니라 우리가 누군가를 괴물로 규정하는 순간 발생하는 폭력인 것이고, 그 점이 가장 무서운 것이다.
저자가 “괴물의 역사는 곧 인간의 역사”라고 말하는 이유가 이 지점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인류는 시대마다 인종, 젠더, 종교, 신체, 성적 정체성 등 서로 다른 기준을 세우고 그 기준 밖에 있는 사람을 ‘정상’에서 밀어내곤 했다. 괴물에 대한 기록은 사실 인간이 누구를 우리 편으로 인정했고, 누구를 인간 이하로 취급했는지를 보여주는 기록인 셈이다.
풍부한 옛 그림과 광고 전단, 지도와 기록물을 함께 보는 재미가 상당히 매력적인 책이다. 다만 ‘현재의 우리는 지금 누군가를 어떤 기준으로 괴물처럼 바라보고 있을까’라는 질문이 머릿속을 맴돈다. 괴물을 구경하러 펼쳤다가 인간을 들여다보게 되고 마는 것이다. 『괴물의 탄생』이 생각보다 훨씬 묵직한 메세지를 던지는 책이 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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