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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 진화의 세계 - 가장 혹독한 환경에서 발견한 생존의 법칙
이정모 지음 / 다산초당 / 2026년 8월
평점 :
*** 본 게시글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되었으며, 솔직한 감상을 담았습니다 ***
이정모 관장의 책은 『찬란한 멸종』 이후 두 번째인데, 이번에는 조금 주제가 바뀌어 가장 혹독한 환경에서 살아남은 생명들의 이야기를 따라가게 된다. 『극한 진화의 세계』를 읽기 시작하자마자 가장 먼저 재미있었던 점 발견! 각 장의 주인공들이 직접 “나”라고 1인칭 시점에서 말한다. 폼페이웜도, 벨처바다뱀도, 사막여우도, 오리너구리도 각기 자기 몸과 환경을 설명한다. 덕분에 따분한 과학책을 읽는다기보다 각각의 생명체가 들려주는 생존담을 바로 옆에서 듣는 기분이 들어서 더 흥미진진하다.
특히 400도에 가까운 열수분출구 옆에서 살아가는 폼페이웜이나, 바다에 적응했지만 결국 숨을 쉬기 위해 수면으로 올라와야 하는 벨처바다뱀의 이야기가 아주 신기하면서도 흥미로웠다. 사막여우는 작은 몸으로 적은 에너지를 쓰며 살아남고, 오리너구리가 인간의 단순한 생물학적 분류를 아무렇지 않게 무너뜨린다. 이들의 이야기를 재미있게 읽다가도 문득 우리가 그동안 생명을 얼마나 인간의 기준으로만 이해해왔는지 돌아보게 된다.
무엇보다 진화가 더 강해지고 완벽해지는 것이라는 이전까지의 무언의 공식을 뒤집는 방식이 재미있던 책이다. 눈을 없애고, 먹이를 포기하고, 심지어 호흡마저 다른 방식으로 바꾸는 생명들을 따라가다 보면, 생존이란 결국 강해지는 일이 아니라 환경에 맞춰 자신을 바꾸는 일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고 만다. 때로는 덜어내고, 작아지고, 포기하는 것이 가장 영리한 생존법일지도 모른다.
이 책의 후반부에 이르면 인간이 등장한다. 옷과 집, 불과 도구를 이용해 몸의 한계를 확장해온 인간은 그 자체가 결국 다른 생명들에게 가장 가혹한 ‘극한 환경’이 되어버렸다. 이 대목에서는 앞선 이야기들의 경이로움이 씁쓸함으로 바뀌고 만다.
『찬란한 멸종』에서 느꼈던 이정모 관장님 특유의 유쾌한 과학 이야기는 여전하지만, 이번 책은 그 웃음 끝에 묵직한 펀치를 날린다. 끝까지 살아남는다는 건 무엇일까. 그리고 우리는 다른 생명에게 어떤 환경으로 존재하고 있을까. 신기한 생물들의 재미있는 이야기와 더불어 결국 인간의 생존 방식까지 돌아보게 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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