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이묵돌 지음 / 사유와공감 / 2026년 8월
평점 :
*** 본 게시글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되었으며, 솔직한 감상을 담았습니다 ***
“단순해지는 순간 소설은 끝장이다.”
이 문장 하나가 이 책을 꽤 정확하게 설명해준다. 열 편의 단편을 읽는 동안 몇 번이나 ‘작가님은 도대체 무슨 생각이지?’ 싶었는데, 이상하게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서 계속 읽게 된다. 황당하고 엉뚱한데 재미있고, 웃기다가도 어느 순간 묘하게 씁쓸했다. 정말 그렇게 단순하지만은 않은 책이다.
롯데리아에서 갑자기 “여기서 결혼하자고” 하는 장면에서는 어이가 없어서 웃었고, 홍대 한복판에서 사람을 죽이고 척추를 갈아버리는 사이보그 킬러가 날개를 달고 날아가는 장면에 도달해서는 ‘내가 지금 뭘 읽고 있는거지?’ 싶었다.
세상이 다 변하고 사라져도 어린 시절의 프리킥만큼은 잊어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도 웃기면서도 여운이 꽤 남는다. 지구온난화도, AI 때문에 직장을 잃는 일도, 이별도 일어날 수 있지만 그 순간에도 누군가에게는 한 번의 프리킥이 평생의 기억으로 남을 수 있다는 것이 재미있다.
이묵돌 작가의 이야기 속 항문외과 의사의 반복되는 노동, 어린 시절의 성공에 붙잡힌 중년, 분노와 상처 사이에 놓인 사이보그, 갑자기 학교에 탱크를 몰고 나타난 아이까지... 인물도 상황도 모두 제각각 제멋대로인데도, 그 안을 들여다보면 결국 우리가 살아가며 겪는 외로움, 집착, 사랑, 실패, 기억 같은 수많은 감정들이 고스란히 숨어 있다.
이야기들은 재미있지만 책을 덮고 나니 오히려 사람과 삶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웃음 사이로 현실을 슬쩍 찔러놓는 방식이 참 좋았다. 게다가 책과 친하지 않은 사람도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을 만큼 속도가 좋은 단편들이다.
열 편 모두가 같은 결의 이야기는 아니지만, 삶이 원래 그렇듯 웃긴 날도 있고, 황당한 날도 있고, 이해할 수 없는 순간도 있으니까 어쩌면 그게 당연할지도 모른다.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를 읽는 동안에도 실컷 웃었다가, 마지막에는 조금 진지해지고 만다. 이묵돌 작가의 말처럼, 역시 사람 사는 일이 어디 그렇게 단순하기만 할까 싶다.
#그렇게단순하지않다 #이묵돌 #사유와공감 #단편소설 #신간소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