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새에게 사로잡히지 않도록
가와카미 히로미 지음, 이지수 옮김 / 디플롯 / 2026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본 게시글은 출판사 이벤트로 책을 제공받아 작성되었으며, 솔직한 감상을 담았습니다 ***

솔직히 말하면 쉽게 읽히는 책은 아니다. 처음 몇 편을 읽을 때는 화자도 계속 바뀌고, 시간도 수백 년씩 건너뛰어서 ‘지금 내가 뭘 읽고 있는 거지?’ 싶은 순간들이 있었음을 부정하지 않겠다. 각각의 이야기가 서로 어떤 관계인지도 선뜻 잡히지 않아 조금 난해하게 느껴졌다. 그런데 이 책은 바로 그 낯섦을 견디며 읽고 나면, 뒤로 가며 이야기들이 하나로 연결되어가는 재미가 살아나는 연작소설이다.

《큰 새에게 사로잡히지 않도록》에서의 14편의 이야기는 저마다 다른 인물과 시대를 보여준다. 처음에는 그저 기묘했던 세계가 점점 하나의 거대한 인류의 역사처럼 이어지는 순간, 묘한 쾌감을 느끼게 된다. 특히 인간이 동물의 세포에서 만들어지고, 죽은 뒤에야 자신이 어떤 동물에서 비롯됐는지 알게 된다는 설정이 인상적이었다. “먼 옛날 사람들도 이렇게 알아서는 안 될 것이 많은 세상을 살아갔을까?”라는 문장처럼, 익숙하다고 생각했던 ‘인간’이라는 존재 자체를 낯설게 바라보게 만든다. 어머니라 불리는 존재가 아이를 돌보고, 누군가는 인간을 관찰하며 살아가는 세계도 묘하게 서늘한 설정이다.

이 책은 인류의 멸망을 다루지만 거대한 재난이나 전쟁의 모습은 아니다. 목욕을 하고, 춤을 추고, 누군가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평범한 장면들 사이로 아주 천천히 하지만 쓸쓸하게... 인간이라는 종의 마지막이 스며든다. “당신들에 대해 이야기할 때… ‘쓸쓸하다’와 비슷한 반응이 일어납니다” 인간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존재가 인간을 가장 오래 기억하고 있다는 설정 때문일까, 참 아이러니하기도 하다.

처음에는 난해함 때문에 몇 번이고 멈춰가며 천천히 읽었지만, 끝까지 읽고 나니 다시 첫 번째 이야기로 돌아가 보고 싶어지는 책이다. 읽을수록 세계가 커지고 마지막에는 처음의 장면까지 다르게 보이는 책이다. 과연 어디까지가 인간이며 우리는 인간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 인간의 멸망을 이야기하면서도 결국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한 기묘한 향수를 일으키는, 쓸쓸하고도 기이한 SF 연작소설이었다.

#큰새에게사로잡히지않도록 #가와카미히로미 #디플롯 #SF #SF소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천 년의 후더닛
아사네 주지 지음, 김은모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6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본 게시글은 인스타그램 모도님 (@knitting79books)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되었으며, 솔직한 감상을 담았습니다 ***

“천 년 동안 아무도 들어오지 못한 밀실에서 대체 누가 사람을 죽였을까?”
이 한 문장만으로도 호기심을 참기 어려운 소설이어서 너무 읽어보고 싶었던 책을 드디어 만났다. 밀실이라고 하면 보통 잠긴 방이나 외딴 저택, 섬 같은 공간을 떠올리는데, 이 책은 그 밀실을 아예 ‘천 년’이라는 시간으로 만들어버렸다. 이 설정 하나가 너무 신선해서 읽기 전부터 꽤 기대가 컸다.

인류 최초의 냉동수면 실험에 참여한 일곱 명, 천 년 뒤 깨어난 사람은 여섯 명뿐이고, 시몬은 냉동수면 장치 안에서 등에 칼이 꽂힌 채 발견된다. “왜 그랬는지보다 더 큰 문제가 있어. ‘누구’야.”라는 말처럼 가장 먼저 떠오르는 질문은 바로, 도대체 누가 죽였을까?

그런데 문제는 아무도 들어올 수 없는 셸터라는 것이다. 모두가 천 년 동안 잠들어 있었고, 외부인의 침입도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범인은 여섯 명 중 한 사람일 수밖에 없는 걸까. 여기에 천 년의 기록을 남긴 AI의 기록이 일부 끊겨 있고, 냉동창고에서 또 다른 시신까지 발견되면서 이야기는 점점 더 복잡해지고 흥미로워진다.

개인적으로 가장 재미있었던 건 독특하게 ‘시간’ 자체가 미스터리의 단서가 된다는 점이었다. 보통 추리소설에서는 누가 언제 어디에 있었는지를 따져가며 알리바이를 깨뜨리는데, 이 작품에서는 무려 천 년이 그 사이에 놓여 있다. 153년 전이라는 시점, 사라진 기록, 정체를 알 수 없는 시신까지.. 장치들이 하나씩 등장할 때마다 대체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싶었다.

특히 처음에는 ‘천 년 동안 아무도 들어올 수 없는 완벽한 밀실’이라는 설정 자체에 끌렸다면, 읽을수록 그 천 년이라는 시간이 오히려 사건의 가장 중요한 단서처럼 느껴진다. 결말까지 읽고 나면 처음에는 불가능에 가까운 밀실을 만들어내기 위한 장치처럼 보였던 ‘천 년’이 왜 필요했는지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대체 누가 죽였을까?”라는 질문을 붙잡고, 여섯 명의 인물을 끝까지 의심하며 단서를 하나씩 맞춰가는 재미가 분명한 작품이다. 천 년 후의 세계와 달라진 인간들의 모습을 따라가다 보니, 모든 것이 변한 뒤에도 인간에게 남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하는 질문도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천 년이라는 거대한 시간을 하나의 밀실로 만들어낸 발상만으로도 충분히 흥미로운 작품이었다고 하고 싶다.

#천년의후더닛 #아사네주지 #내친구의서재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이상한 지도
우케쓰 지음, 김은모 옮김 / 리드비 / 2026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01. 할머니가 세상을 떠난 뒤 남겨진 것은 일곱 마리 요괴가 그려진 낡은 지도 한 장. 평범한 유품처럼 보였던 그것이 오래된 죽음과 가족의 비밀을 불러오는 기묘한 사건의 시작이 된다.



02. 지도에는 폐촌과 사당, 바다와 숲, 여자의 뒷모습, 어딘가를 향해 돌아선 석탑이 그려져 있다. 하지만 자세히 볼수록 이상하다. 이 그림들은 단순한 풍경이 아니라 누군가가 남긴 암호처럼 보인다.


03. 왜 여자는 특정한 장소를 향해 걷고 있을까? 왜 석탑은 일부러 방향을 틀고 있을까? 숲에서 불어오는 바람과 마을의 오래된 전승까지, 아무렇지 않은 것들이 하나둘 의심스러운 단서로 바뀐다.


04. 구리하라는 가족의 반대를 무릅쓰고 지도 속 장소를 직접 찾아간다. 마을에 남은 기록과 사람들의 기억, 오래된 요괴 그림을 따라가며 현재의 사건과 과거의 비밀이 어떻게 이어지는지 집요하게 파헤친다.


05. 아직 책의 절반 정도밖에 읽지 않았지만, 지도를 둘러싼 의문은 오히려 더 커지고 있다. 지금까지 드러난 단서만으로도 충분히 섬뜩한데, 과연 뒤에서는 어떤 비밀이 더 밝혀질지 궁금하다. 아직 완전히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지도의 의미와 할머니의 죽음에 얽힌 진실이 남아 있어, 마지막 장까지 긴장을 놓을 수 없을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이묵돌 지음 / 사유와공감 / 2026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본 게시글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되었으며, 솔직한 감상을 담았습니다 ***

“단순해지는 순간 소설은 끝장이다.”
이 문장 하나가 이 책을 꽤 정확하게 설명해준다. 열 편의 단편을 읽는 동안 몇 번이나 ‘작가님은 도대체 무슨 생각이지?’ 싶었는데, 이상하게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서 계속 읽게 된다. 황당하고 엉뚱한데 재미있고, 웃기다가도 어느 순간 묘하게 씁쓸했다. 정말 그렇게 단순하지만은 않은 책이다.

롯데리아에서 갑자기 “여기서 결혼하자고” 하는 장면에서는 어이가 없어서 웃었고, 홍대 한복판에서 사람을 죽이고 척추를 갈아버리는 사이보그 킬러가 날개를 달고 날아가는 장면에 도달해서는 ‘내가 지금 뭘 읽고 있는거지?’ 싶었다.

세상이 다 변하고 사라져도 어린 시절의 프리킥만큼은 잊어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도 웃기면서도 여운이 꽤 남는다. 지구온난화도, AI 때문에 직장을 잃는 일도, 이별도 일어날 수 있지만 그 순간에도 누군가에게는 한 번의 프리킥이 평생의 기억으로 남을 수 있다는 것이 재미있다.

이묵돌 작가의 이야기 속 항문외과 의사의 반복되는 노동, 어린 시절의 성공에 붙잡힌 중년, 분노와 상처 사이에 놓인 사이보그, 갑자기 학교에 탱크를 몰고 나타난 아이까지... 인물도 상황도 모두 제각각 제멋대로인데도, 그 안을 들여다보면 결국 우리가 살아가며 겪는 외로움, 집착, 사랑, 실패, 기억 같은 수많은 감정들이 고스란히 숨어 있다.

이야기들은 재미있지만 책을 덮고 나니 오히려 사람과 삶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웃음 사이로 현실을 슬쩍 찔러놓는 방식이 참 좋았다. 게다가 책과 친하지 않은 사람도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을 만큼 속도가 좋은 단편들이다.

열 편 모두가 같은 결의 이야기는 아니지만, 삶이 원래 그렇듯 웃긴 날도 있고, 황당한 날도 있고, 이해할 수 없는 순간도 있으니까 어쩌면 그게 당연할지도 모른다.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를 읽는 동안에도 실컷 웃었다가, 마지막에는 조금 진지해지고 만다. 이묵돌 작가의 말처럼, 역시 사람 사는 일이 어디 그렇게 단순하기만 할까 싶다.

#그렇게단순하지않다 #이묵돌 #사유와공감 #단편소설 #신간소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눈물 날 정도로 가슴 떨리는 클래식 - 음악을 듣는 순간, 인생이 들리기 시작한다
구루마다 가즈히사 지음, 박세미 옮김 / 더웨이브 / 2026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본 게시글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되었으며, 솔직한 감상을 담았습니다 ***

나도 클래식을 좋아하지만 막상 곡의 배경이나 작곡가의 삶까지 찾아보려 하면 조금 어렵게 느껴질 때가 있다. 『눈물 날 정도로 가슴 떨리는 클래식』은 우리의 그런 부담을 단숨에 내려놓게 해주는 책이다. 음악 이론이나 복잡한 연표부터 들이밀지 않고 “그 음악을 만든 사람의 이야기를 만나는 일”에서 시작하기 때문에, 익숙하게 듣던 곡도 배경을 알게 되면 어느 순간 전혀 다른 느낌으로 들린다.

책은 바흐부터 모차르트, 베토벤, 슈베르트, 슈만, 브람스, 베르디, 차이콥스키, 라흐마니노프, 라벨까지! 무려 10명의 삶을 따라간다. 그러다 보면 이들이 만든 수많은 명곡들은 아름다운 선율을 넘어, 그들만의 다채로운 감정과 사연 속에서 음악을 만들어낸 거장들의 마음까지 고스란히 담아내는 것만 같다. 특히 작품이 탄생한 배경을 알고 난 뒤 음악을 다시 들어보면 그래서 이 음악이 이런 느낌으로 들렸구나 싶고, 클래식을 듣는 순간들이 더더욱 특별하게 느껴진다.

현역 성악가인 저자가 직접 무대에서 노래하고 가르치며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감상 포인트를 짚어주는 부분이 아주 좋다. 어렵게만 느껴졌던 클래식에 조금씩 귀를 기울이게 되고, 130곡의 추천 목록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듣고 싶은 곡이 하나둘 늘어난다.

작가는 클래식을 ‘잘 알아야 하는 음악’이 아니라 ‘그저 듣고 느끼는 음악’이라고 설명한다. 때로는 한 사람의 삶이 음악을 통해 고스란히 전해지는 듯해 마음이 먹먹해지고, 또 어떤 곡은 그 이야기를 알고 나서 들으니 전보다 훨씬 깊고 애틋하게 다가온다. 클래식이 어렵게 느껴졌던 사람에게는 친절한 입문서가 되어주며, 이미 클래식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익숙한 음악을 새롭게 발견하는 특별한 시간을 선사해주는 멋진 책이다.

#눈물날정도로가슴떨리는클래식 #구루마다가즈히사 #싸이프레스 #더웨이브 #클래식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