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밖의 길 - 백무산의 길 잡도리 하나
백무산 지음 / 갈무리 / 200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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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 아침

 

연중 그래도 쓸 만한 날은

설날 아침

 

일어나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세상 떠난 자들을 위하는 일

 

그리고 낙엽처럼 흩어져 살던

살붙이들 새순 나듯

한 가지에 다시 피어나

뿌리에서 길어 올리는

먹을 것을 나누는 일

 

지난 허물

탕감하듯이

 

눈이라도 내리면

아하, 눈이라도 내리면

 

네 집 찾아

첫발 놓으리

생애 첫발을

 

직립보행 그 첫걸음으로

너에게 가리

(백무산, 《길 밖의 길》, 갈무리, 2004, 49-50면)

 

“일 년에 한번 밖에 없는 설날이 뜻 깊은 것은 일 년 동안의 다른 날들과는 사뭇 다르기 때문일 겁니다. 그날만은 어른들 공경할 줄도 알고 내내 쌈질만 하던 일가친척 친구들도 챙깁니다. 그리고 떳떳한 걸음걸이로 〈너〉에게 다가갑니다.

설날 아침, 백무산 시인 덕분에 나는 압니다.

〈너〉가 거창한 미래가 아님을, ‘낮은 길섶 안개 속에 핀 구절초 한 송이’ 같은 것들임을. 그리고 참된 미래는, 차라리, 이런 자상하고 세밀하고 보잘 것 없어 보이는 〈너〉들에게서 솟아오름을.”

 

[더 읽기]

 

올 설에는 〈사소한 약속〉을 하나 하고 싶습니다.

 

우리는 〈너무〉라는 말을 너무 남발하는 것 같습니다.

‘여러분, 너무 감사합니다’,

‘여러분, 너무 사랑합니다’ 등......

 

〈너무〉의 사전 풀이는 ‘한계가 정도에 지나치게’, ‘분에 넘치게’입니다. 여기에 따르면 ‘여러분, 너무 감사합니다’는 이렇게까지 감사할 필요는 없지만 내가 필요 이상으로 여러분에게 감사하고 있다는 뜻이고 ‘여러분, 너무 사랑합니다’는 이렇게까지 여러분을 사랑할 필요가 없음에도 내가 지나치게 여러분을 사랑한다는 뜻입니다. 민망함을 넘어 상대방에 대한 욕입니다.

 

이제부터는

‘여러분 〈대단히/많이/매우〉 감사합니다’,

‘여러분 〈대단히/많이/ 매우/참으로〉 사랑합니다’

라고 말하기로 약속드립니다.

 

〈시를 읽는 하루〉식구들께서 설을 맞아 하는 〈사소한 약속〉은 무엇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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