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의 연인들 - 김선우 장편소설
김선우 지음 / 민음사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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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우 시인이 장편소설 《물의 연인들》을 냈습니다.

1980년대말, 학생운동의 일환으로 시창작 활동을 시작한 김시인, 문단 데뷔이후에는 관능과 모성과 자궁의 이미지를 독창적으로 버무린 이미지를 창출함으로써 시단의 한 자리를 차지합니다. 대학시절의 문제의식은 여전히 살아있어 2010년, 2008년 미국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시위 정국을 다룬 최초의 장편소설 《캔들 플라워》(예담, 예스 24 나비 웹진에 연재되었다)를 내면서 무용가 최승희를 다룬 첫 장편소설 《나는 춤이다》(실천문학사, 2008)로 가능성을 묻던 소설가로서의 역량을 명실공히 확인 시킵니다. 지난 8월에는 제주도 강정마을 구럼비 바위 사태의 진실을 알리는 소설 《구럼비를 사랑한 별이의 노래》(공저, 단비)를 낸 바 있습니다.

 
물의 사람들인 한지숙의 삶, 유경과 연우의 사랑, 수린과 해울의 운명적 만남을 자연스럽게 엮어 스토리를 진전시키면서 인간들의 탐욕이 물의 세계에 자행하는 폭력이 얼마나 어처구니없고 끔찍한지를 보여줍니다. 그 과정에서 하나의 물방울인 개인들, 특히 유경은 누구에게도 간섭받지 않는 개인의 삶이 가능하지 않으며 한 개인은 원하든 아니든 관계 속의 인간이라는 것을 깨달아갑니다. 이야기의 마지막으로 가면서 작품은 인간들의 지나친 소유욕(‘너는 내 꺼야’)은 인간이 인간, 사회, 자연과 맺는 어떤 관계에서도 폭력을 초래한다는 엄연한 사실을 독자들에게 일깨웁니다. 한지숙의 남편과 현재의 ‘4대강 사업’ 입안, 시행자들의 폭력이 똑 닮아 있다는 점은 많은 독자들을 섬뜩하게 할 것입니다.

무위암의 할머니, 당골네, 와이읍의 유선생, 폴이 살아 숨 쉬며 소설 전체의 분위기를 형성하는데 한 보탬 하는데, 이는 시인 김선우의 소설가로서의 미덕이 돋보인 좋은 예입니다.

작품에 나오는 파울 클레의 두 그림 <새로운 천사>와 <지저귀는 기계> 만으로도 작가는 이미 이 작품으로 전달하려는 메시지가 무엇인지 짐작하게 합니다.

태엽으로 노래하는 기계 새는 4대강의 로봇 물고기를 연상케 하며 발터 벤야민이 소장했던 새로운 천사의 날갯짓(천사는 진보의 폭풍에 밀려서,뒷걸음질로이긴 하지만 미래로 가고 있습니다)은 미래를 낙관하지는 않지만 포기할 수도 없다는 작품의 방향을 보여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작품의 마지막, 유경이 폴에게 전화하는 대목에서 문득 떠오른 생각으로 마무리합니다.

 

유경의 미래의 모습이 프랑스에서 아이를 키우며 거침없으면서도 좋은 글을 쓰는 作家-戰士 목수정의 현재 모습을 닮아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이 글은 네이버 블로그 <정승옥의 활과 리라>에도 올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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