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언제나 말하고 있었어 문학의 즐거움 60
문경민 지음, 레지나 그림 / 개암나무 / 2021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주니어 소설답게 표지의 색감도 참 곱고 글씨체도 앙증맞게 귀엽다. 217페이지 분량의 책으로 글자는 적당히 커서 눈에 쏙쏙 잘 들어오고 소제목마다 색연필로 스케치한 듯한 정감어린 삽화가 들어가 있다.

이 책은 입 밖으로 말을 꺼내지 않는 혜나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1인칭 시점으로 전개되어 내가 마치 혜나가 된 듯 감정이입을 하며 읽게 된다.

주인공 혜나가 어릴 적 사고로 부모님을 잃고 함묵증으로 세상과 단절하지만 차차 마음의 문을 열어 극복하고 성장해 나가는 이야기를 그린 소설이다.

경비행기 사고로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 말문이 닫히고, 악몽에 시달렸지만 할아버지와 ‘잘 살고 있으니 괜찮다’는 생각으로 트라우마를 외면하며 상처를 피해 왔다.

우연한 계기로 혜나는 아프고 마주하기 힘든 자신의 기억을 들여다볼 용기를 낸다. 이 과정에서 사랑했던 할아버지를 원망도 하게 되지만, 큰 위험에 맞닥뜨린 순간 할아버지를 사랑한다는 걸 깨닫고 용서하고 아픔과 상처를 이겨내고 한걸음 성장한다.

“알 수 없는 것들은 알 수 없는 채로 남겨 두는 게 더 나을 수도 있다” 는 말이 나온다. 가족이라고 모든 걸 이해하고 맘을 다 헤아릴 수는 없지만 결국 서로 노력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감당할 것은 묵묵히 감내하며 서로에게 힘이 되어 주는 일, 그게 가족이라는 이름일 것이다.

고학년에게 맞는 소설답게 무게감도 있고 시사하는 바도 있다. 상실로 인해 힘겨운 하루하루를 보내는 이들에게 위로와 힘이 되어줄 소설이기도 하다. 주니어 소설이지만 구성이 탄탄해서 한 편의 성장 영화를 본 듯한 기분마저 든다. 위트도 있고 감동도 있고 긴장감도 있고 무엇보다 결말이 희망적이라 맘에 들었다.

말하지 못하는 혜나를 통해 ‘소통’에 관해 이야기를 하고 있다. 할아버지와 화해하고 벽을 허무는 혜나의 성장기를 읽다 보면 진정한 소통이 무엇인지, 상대를 진심으로 이해하고 노력하려는 용기가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된다.

혜나는 언제나 말을 하고 있었다. 밖으로 소리내어 말하지는 않았지만, 동물들과 교감하고 단짝 친구와 마음으로 소통하고 차츰 상처에서 벗어나고 있었다. 주변에서 챙겨주는 어른들이 있어 혜나는 절대 외롭지도 않았다. 누구나 성장통은 있는 법이다. 그걸 극복하도록 돕는 게 우리 어른들의 몫인 듯 싶다. 사랑하는 한 사람만 곁에 있으면 살아갈 용기를 얻는다고 했다. 끝까지 사랑으로 믿고 기다려 주는 일, 그걸 다시 한 번 깨닫게 된 시간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