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추천으로 읽었던 답장을 주세요, 왕자님을 먼저 읽고 같은 작가님의 전작인 유월의 복숭아를 읽게 되었다. 처음 레아 입장에서 두 번의 결혼 실패가 나올 때 전개가 상당히 빨라서 읽기 좋았는데, 세 번째 삶에서 줄리앙과 사랑에 빠진 후에 줄리앙이 모든 걸 준비해둔 걸 보니 합리적 의심이 들었다. 회귀자 아냐? 누가 봐도 회귀자인데?기껏해야 두어번 회귀했을 줄 알았는데 몇백번 회귀했을 줄은 몰랐지. 심지어 이십년 주기다.레아는 계속해서 스무살~서른세살 사이에 죽는데 줄리앙은 레아가 죽고 난 후에도 이십여년을 더 살아야 하다니, 너무 잔인하지 않은가.그런 삶을 한두 번도 아니고 몇백번을 겪으니 그가 이 정도로 레아에게 모든 걸 맞추게 된 정도로만 미친 게 다행이다 싶었다.줄리앙은 레아에게 있어 완벽한 연인이고 남편이지만 독자 입장에서 이건 어딘가 인간적 부분이 좀 거세된 건 아닐까 싶은데 줄리앙이 겪은 걸 생각하면 그럴 만 하다고 생각한다.그리고 마법사에게 복숭아의 비밀 듣기 전까지 제목이 유월의 복숭아인 이유를 완전히 까먹고 있었다. 맞다, 제목이 유월의 복숭아였지.시점이 줄리앙으로 넘어가면서 완전히 잊었다. 복숭아가 대수인가, 줄리앙이 이런 고통스러운 삶을 살고 있는데. 근데 복숭아가 대수였다.레아도 굉장히 고통스러운 회귀였지만 줄리앙을 보고 나니 레아가 양반처럼 느껴졌다. 아, 레아의 삶도 너무나 순탄치 않았는데.결국 두 사람 끝내 행복해서 다행이지만 과정이 너무나 고통스러워 이건 흡사 비극이 아닐까 생각했다.유폴히 작가님은 시간을 꼬는 걸 좋아하시는 것 같다. 남주를 데굴데굴 수준이 아니라 수렁에 빠져 정신이 여주를 위해 모든 걸 갖출 수 있게 개조될 정도로 굴리는 걸 좋아하시는 것 같기도 하다. 그렇다고 여주가 아주 안 구르지도 않고 말이다. 시간선이나 사랑에 빠지는 두 사람의 감정선이 흥미롭다. 레아가 아주 사랑스럽기도 하고 말이다.즐거운 독서였다.